포트와인(Vinho do Porto, Port Wine)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와인이다. 주요 생산지는 포르투갈 북부의 도우루 강 계곡이며, 중세 시대 포르투갈 제 2의 항구인 포르투(Porto)에서 영국으로 대량 수출되기 시작하며 '포트(Port, 항구) 와인'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대항해시대에 포르투갈은 포트와인 수출을 통해 막강한 부와 힘을 축적했다. 그리고 그 명맥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늘날에도 전세계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포트와인의 매력을 찾아 포르투를 방문한다. 와인에 그리 조예가 깊지 않은 우리 둘이지만, 오늘 만큼은 그 매력에 흠뻑 매료되고픈 마음이다. 포르투의 아침이 밝았다. 도우루 강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차갑지만 사람들은 분주하게 저마다의 일상을 시작한다. 모두들 일터를..
예전에 웹상에서 '세상의 끝'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돌아다녔던 적이 있었다. 자욱한 안개 위로 깎아지는 듯한 높은 절벽이 날카롭게 이어지는 풍경으로 기억된다. 그 사진은 실제 영국 어느 지역에 있는 '하얀 절벽'이라는 곳이라고 하는데 다른 사진을 더 찾아보니 맑은날의 풍경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두어시간 거리에 있는 호까곶(Cabo da roca) 또한 여느 해안 절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진짜 '세상의 끝'이다. 적어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의 유럽인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그랬을 것이다. 포르투갈 서쪽 해안선에서 대서양을 향해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 이 곳은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이다. 꽤 의미 있는 장소이지만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전날 하도 푸지게 먹고 놀아서인지 몸이 무겁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여행하며 이렇게 마음 편히 놀고먹는 것도 복이라면 복이다. 스무 살 멋모르고 떠났던 첫 유럽여행에선 여유보다는 의무감이 앞서곤 했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곳을 들르고 봐야만 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황당한 생각이 또 어디 있을까 싶지만, 그땐 그게 너무나 당연했다. 그래서인지 운 좋게 맞이한 두 번째 유럽 여행은 더욱 즐겁고 풍성하기만 했다. 특히나 포르투갈에서의 짧은 일주일은 그 절정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의 여행은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여행하며 요리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리스본에서의 둘째 날 아침 메뉴는 내가 제안한 프렌치토스..
텅 빈 캔버스 위에 도시를 그린다고 상상해보자. 우선은 배경, 코발트빛 하늘, 7개의 언덕, 푸른 강물 정도면 될 것이다. 다음은 세부적인 것들을 그려야 할 차례. 알록달록한 집들, 구불구불 이어지는 골목길, 사람들이 햇빛을 쬐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광장... 이 정도면 경치는 무척 아름답다. 하지만 무엇인가 상징물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샌프란시스코의 현수교처럼 생긴 다리, 마누엘 양식의 작은 탑, 하얀 돔을 그려 넣어보자. 자, 이정도면 완벽하다. 이제 한발짝 물러서서 방금 그린 걸작을 한 번 살펴보자. 이것이 바로 리스본이다. -론니플래닛 스페인&포르투갈편 823p. 줄곧 스페인에 대해서만 써오다가 갑작스레 포르투갈 이야기를 꺼내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몰라 익숙한 책 한권을 펼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