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까지 이제 두 주 남짓 남았다. 학기 초만 해도 '얼른 학기가 끝나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었지만 막상 정말로 끝이 다가오니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내일은 설계 수업이 있는 월요일이다. 내일 수업을 포함해 이제 마감까지 딱 두 번만 더 수업에 가면 바로 마감이다. 당장 내일 수업에 가져갈 도면을 그리기 위해 책상에 앉았지만 머리도 잘 안돌아가고 그래서 오토캐드 대신 블로그를 켰다. 이왕 이렇게 된거 마감도 가까워졌으니 한 학기동안의 내 작업을 되돌아볼 겸 수업 이야기를 좀 써보려 한다. 마드리드 대학교로 교환학생이 확정되고나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수업은 당연히 '건축 설계 스튜디오'다. 건축학과의 특성상 다른 어떤 수업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업인데다 또 스페인의 유명한 건축가들 앞에서 내 작업을..
매년 10월 3일은 '세계 주거의 날'이다. 아니, 그렇다고 한다. 사실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입장에서도 이런 날이 있었다는걸 잘 모르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매년 이 맘때쯤 되면 '건축주간'이라는게 있었던 것도 같다. 특별한 뭔가가 있었던건 아니고 그저 설계수업이 한 주 쉬어가는 날 정도의 기억이랄까(어쩌면 뭔가가 있었는데 내가 무관심해서 몰랐던 것일수도 있다, 만약 그런거라면 반성해야 할 듯...). 어쨌거나 이 곳 스페인에서 만큼은 '세계 주거의 날'에 대한 존재감이 확실하다. 벌써 한달도 더 된 이야기지만 건축학도의 눈에는 상당히 인상깊었던 한 주 였기에 소개해볼까 한다. 건축주간(Semana de la Arquitectura) 한국에서의 어렴풋한 기억과 비슷하게 이 곳 마드리드에서..
스페인 마드리드에 온지도 벌써 두 달이 넘었다. 그 긴 시간동안 '여행'이라곤 고작 세 번, 그것도 하루 당일치기로 다녀온게 전부다. 뭔가 이상하다! 교환학생을 오기 전 들었던 얘기들이랑 많이 다르다. 스페인으로 인턴을 하러 왔던 과 선배도 매주 여행다니느라 바빴다고 했고, 스위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아는 형도 거의 매 주마다 유럽 전역을 쏘다녔다고 자랑처럼 얘기하곤 했었다. 그런데 왜 난 아직 그렇게 여행하지 못하고 있을까. 이 고민의 정답을 찾게해준 여행이 바로 '똘레도(Toledo)'였다. 2007년 유럽 배낭여행이후 처음으로 다시 하는 유럽 여행이자, 교환학생으로 마드리드에 와서 처음으로 떠난 짧은 여행. 여러모로 의미깊었던 똘레도 여행에서 나는 무엇을 깨닫고, 어떤 생각을 했었을까. 똘레도는 옛..
일기장에 수도 없이 썼던 그 말, '이 마드리드에서는 모든 일들이 생각치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부정적인 늬앙스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예상할 수 없는 즐거움이 늘 눈앞에 펼쳐지기에 계획도, 추측도 무의미하다는 뜻. 다만 하루하루를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진심으로 즐기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그게 바로 'La vida del intercambio(교환학생의 삶)'이기에! 하하하 바이크 폴로(BIKE POLO)를 처음 접하게 된 것도 어떻게보면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어느날 수업 끝나고 학교 중정에 잠시 앉아있는데 독일친구 Paul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고 금새 친해져 술한잔 하러 가면서 옆에 앉아있던 프랑스 친구 Benjamin를 무작정 데리고 갔다(당연히 우리 셋은 당시 서로 ..
공항에서 짐을 찾아 출국장을 나오는 길. 교환학생으로 머나먼 외국땅을 처음 밟는 그 순간,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는 뭘까.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일, 언어를 빨리 익히는 일, 익숙치 않은 음식에 입맛을 맞추는 일, 그 무엇도 아니다. 정답은 바로 당장 이 곳에서 자리를 잡고 6개월, 혹은 1년간 살아갈 집을 구하는 일. 애초부터 기숙사에 들어가기로 되어있다면야 신경쓸 필요도 없지만 당장 현지에서 집을 구해야 한다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개인적으로는 기숙사 보다는 시내 한복판에서 외국 친구들과 살 부딛히며 살아가는 편을 훨씬 추천한다. 처음엔 집 구하기가 다소 힘들 수도, 또 살다보면 불편한 점도 있을 수 있지만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더 많은 것들을 매일같이 배우고 즐길 수 있기 때문. 스페인에..
그동안 밀렸던 포스팅을 조금씩이나마 다시 쓰고있다는 안도감도 잠시. 어째 죄다 먹는 얘기 뿐이냐는 클레임(?)이 있어서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뭐 앞으로도 먹는 얘기는 얼마든지 쓸 거리가 많으니...훗. 난 이곳 마드리드에 지금 교환학생으로 와있다. 교환학생이라는게 사실 타지에 나와있다는 사실만 빼면 여느 대학생과 다를바 없긴 하지만 나에겐 이번 학기가 조금 특별하다. 2년간 휴학후 복학하는 첫 학기이자 만 22년 인생 처음으로 혼자 밥해먹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시간들. 사실 한 달이 조금 지난 이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교환학생'에게 '학생'으로써의 할일 보다는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데에 더 큰 의의가 잇는것 같다.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안하고 있다는 말은 아..
출국 9시간을 남겨두고 드디어 짐을 다 챙겼다. 카타르 항공 수화물규정상 위탁수화물 23kg, 기내수화물 7kg까지 허용이고 위탁 수화물은 1kg 초과당 3만원씩 추가금이 부과된다. 일단은 위탁수화물 25kg정도로 약 2kg 오버한 상태인데 남은 시간동안 조금 더 고민해보고 되도록이면 23kg로 딱 맞추는 쪽으로 해야겠다. 곧 출국을 앞두고 정신없는 와중이지만 뿌듯한 마음에 짐 목록을 정리해봤다. [이민가방] -생활용품 전기장판, 수건 5개, 상비약(화이투벤, 해열제, 소화제, 밴드, 소독약, 파스, 면봉, 물파스), 수저 1세트, 빨랫줄, 빨래걸이, 쪼리, 신발주머니, 손톱깎이 세트, 계량스푼, 계량컵, 매직블럭 1개, 모자, 물티슈, 휴지, 우산, 드라이어, 자명종 시계 -세면용품 여행용 샴푸/린스,..
경주에서의 첫날 일정을 마치고 보문단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시내에는 괜찮은 찜질방이 없어서 조선온천호텔 찜질방을 찾아갔는데 가격이 만원이라는 점을 빼곤 시설도 괜찮고 규모도 컸다. 하지만 역시나 찜질방에서 잔 다음날은 어째 몸이 찌뿌둥하다. 느즈막히 잠에서 깨서 다시 한번 사우나를 하고 찜질방을 나왔다. 벌써 시간은 열한시가 다 되어간다. 어디서 점심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보문단지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인 '숲머리 음식단지'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그 근처에 떡갈비를 잘하는 집이 있다던데... 버스를 기다리다가 발견한 공중 화장실. 사실 따지고 보면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한옥을 따라한 셈이지만 그래도 네모반듯한 것보다야 훨씬 좋아보인다. 아 내가 경주에 와있구나...하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