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오면서 가장 큰 변화는 야경 사진을 찍게 되었다는 점이다. 필름을 쓸때만 해도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없어서 불안하기도 하고, 내 실력을 믿을 수 없어서 야경 사진은 잘 찍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디지털 카메라로 야경 사진을 조금씩 찍다보니 이렇게 재미있는 사진놀이도 또 없지 싶다. 셔터를 누른 뒤의 기다림과 설렘, 결과물을 보며 다시 한번 느끼는 즐거움은 야경을 찍으며 누리는 특권이 아닐까. 오늘도 퇴근길에 잠시 한강쪽에 들러 몇 장 찍어보고 왔다. 삼각대가 없어도 난간이나 돌 위에 카메라를 올리면 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바닥에 놓으면 그만이다. 야경 사진이 이토록 매력적인 이유는 대체 뭘까. 하나, 눈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풍경 '감도를 최저로..
디지털 바디에 뒤늦게 입문한 늦둥이. 여러 렌즈를 써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매일 찍는 담백한 스냅사진에 쉽게 만족해버리는 성격 때문에 다른 렌즈에는 별로 욕심이 없는 편이다. 어차피 사진은 카메라로 찍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눈으로 찍는 것. 어디까지나 장비는 도구일 뿐이라고 믿는 신념때문에 그런것도 있겠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꼭 한번 써보고 싶은 렌즈가 생겼으니... 다름아닌 어안렌즈. 펜탁스 크롭바디에서는 어안렌즈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 유일하게 하나 있는게 PENTAX DA 10-17 Fisheye. 하지만 호기심만으로 덜컥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럽고, 또 그렇게 자주 쓸 일도 없을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 사진을 감상하며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주에 드디어 맥스넷에서 대여받을 기회가 생..
'아프간 소녀'라는 이름의 사진 한 장. 어딘가 음침한 듯한 초록빛 배경과 대비되는 붉은 천을 얼굴에 두른 소녀. 아름다운 풍경도, 멋진 순간도 아니지만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지는 것만 같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를 장식했던 이 사진 한장으로 대표되는 사진작가, 스티브 맥커리. 지금 그의 사진전이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미 전시가 막바지에 이르렀고, 벌써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모양이다. 가야지, 가야지 하며 통 타이밍을 못잡다가 지난 주말에서야 뒤늦게 혼자 사진전에 다녀왔다. 작은 규모의 소소한 사진전들은 몇 번 관람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큰 사진전은 난생 처음이다. 사진을 제대로 감상할 줄도 모르고, 아직 남의 사진을 비평할 정도의 깜냥도 안..
지난번 돔케 F-3X SuperCompact Waxware에 이어, 두번째 써보는 돔케 카메라 가방 리뷰다. 사실 다른 가방 이나 렌즈 리뷰를 먼저 써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가는 제품을 먼저 받아 보아야 할것 같아서 특별히 F-5XB로 부탁했다. 사실 다른것 보다도 Navy 컬러가 내 눈에 꽃혀버렸다. 그렇게 채도가 높지도 낮지도 않고 캔버스 천 재질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컬러. 여자들이 핸드백 대신 들고다녀도 참 잘 어울리겠다 생각했던 내 예상이 맞았다. 미러리스 카메라가 점점 주류가 되고, 작게 그리고 얇게가 트렌드인 요즘의 카메라 시장에서는 오히려 이런 컴팩트한 가방이 더 유용하지 않을까. 간만에 참 마음에 드는 녀석을 만나서 리뷰 촬영 하면서도, 포토샵으로 편집을 하면서도 내..
펜탁스 옵티오 I-10과 인연을 맺은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5년간 늘 함께했던 SONY W1 컴팩트 디카를 지난 인도여행에서 떨어뜨린 후, 두 번째로 가져보는 컴팩트 디카다, 일명 똑딱이. 성능은 말 그대로 컴팩트한, 더 할것도 덜 할것도 없는 모델이지만 빼어난 외모 덕분에 인기가 나름 좋다. 특히나 언니 유저들, 여성 유저들에게는 성능을 보지 않고도 결제를 해버리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녀석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에 가죽 속사케이스까지 더해진다면 어떨까. 사실 카메라 출시와 함께 일본에서는 속사 케이스가 발매 되었지만, 우리나라에는 들어오지 않고, 대신 한국에서 제조한 인조 가죽 속사케이스를 펜탁스존에서 판매중이다. 간단히 속사 케이스에 대해 살펴보자.
처음 찍은 사진, 누군가의 필름 첫 롤 속에 담긴 사진들은 그 사람의 성격을 대변한다고 했다. 얼핏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갸우뚱 하다가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지금이야 사진을 찍고나서 마음에 안들면 '삭제'키를 눌러서 지워버리면 그만이지만 필름은 좀 다르지 않은가. 일단 셔터를 누르고 나면 좋던 싫던 '내 사진'이 되는 것이니 자연스레 더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고민도 더 많이 했고, 셔터를 반쯤 누르다가도 이내 손가락을 치워버리고 망설였던 기억도 많았다. 사람은 뭐든지 '처음', '최초'를 기억하길 좋아한다. 그래서 필름 첫 롤이라는 의미는 더욱 크게 와닿는다. 왜, 티비에서도 나오는 말처럼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살고있는 우리들이니 말이..
언제부터인가 과 동기들, 후배들이 하나 둘씩 토이카메라를 사더라. 작고 귀여운 엑스무스, 재미있는 프레임 구성이 돋보이는 슈퍼 샘플러, 얼굴을 아주 웃기게 만들어 버리는 피쉬아이 까지. 작고 귀여운 외모 만큼이나 찍히는 사진들도 참 매력적이다. 그동안 필름 카메라를 오랫동안 안쓰면서 집에 굴러다니는 필름이 꽤 많았는데, 우연찮게 이번에는 홀가(Holga) 135 BC TLR 리뷰를 작성하며 마음껏 찍어볼 기회가 생겼다. 이안 리플렉스 카메라는 흔히 말하는 SLR, DSLR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웨이스트 레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피사체를 담는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경건한 느낌까지 들게 만든다.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토이 카메라. 하지만 사진을 즐길줄 아는 당신이라면 분명 좋아하게, 아니 그 매력에..
탐락(Tamrac)은 북미지역에서는 인기있는 카메라 가방 브랜드지만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다고 한다. 직접 사용해보니 기본기에 굉장히 충실한 탄탄한 제품인데, 유달리 디자인을 더 많이 따지고 눈이 까다로운 우리나라에서는 정통파가 잘 먹히지 않는 모양이다. 탐락 Aero45 #3345는 작고 가벼운, 그리고 발랄한 그런 가방이다. 어깨좀 있는 남성들 보다는 라이트 유저나 여성들에게 더 잘 어울릴 듯 한 그런 가방. 충실히 주인을 따르는 그런 듬직한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