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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독일 베를린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가는 비행기 위에서


 2012년 새해 첫 날. 해가 뜨기가 무섭게 짐을 챙겨서 집에서 나와 베를린 공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난밤 새해맞이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부터 이렇게 서두르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오늘 이탈리아 밀라노(정확히는 라이언에어가 출입하는 공항인 베르가모)에서 '신현재'라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나보다는 한살이 어리고 고등학교, 대학교 선후배 관계인 우리는 '친구'라는 표현을 쓰기가 어색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마드리드로 교환학생을 오기 전에는 거의 매일같이 만나 수다를 떨곤 했었는데 어느덧 얼굴을 못본지 반 년가까이 되어 버렸다.

2010년 세렝게티에서, 현재의 선글라스에 비친 내 모습


 현재랑은 지난 2010년 초, 함께 탄자니아와 케냐를 여행한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배낭여행이 처음이었던 현재는 어느새 세계일주 여행자가 되어있다. 작년(2011년) 6월 말 인도를 시작으로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을 거쳐 드디어 이탈리아에서 나와 만나게 된 것이다. 난 마드리드에서의 교환학기가 끝난 시점, 그리고 현재는 전체 15개월로 계획한 세계일주의 거의 절반 즈음이 지나는 시점이다.

 사실 우린 일치감치부터 마드리드에서 만나 한 달정도 함께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를 여행하기로 약속했었다. 현재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기 전 오랜 타지생활의 피로를 풀어줄 '집' 같은 편안한 곳이 필요했고, 마침 난 교환학기를 마치고 그 즈음에 마드리드에 있을 예정이었기에 우리의 만남은 생각보다 쉽게 성사되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독일로 오기 전, 역사적인(?) 만남의 날짜를 2012년 새해 첫 날로 최종 결정하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접선한 뒤 함께 일주일 정도이탈리아 북부를 여행하고 마드리드에 같이 들어가기로 했다.

이탈리아 베르가모에서 역사적인 접선, 그리고 자축의 건배


 2012년 1월 1일 오후 한 시 이십 분. 밀라노행 라이언에어가 내리는 이탈리아 베르가모(Bergamo) 공항 도착 게이트(놀랍게도 이 작은 공항에는 도착 게이트가 단 하나뿐이다)에서 그렇게 우리 둘은 눈물겨운(!) 상봉을 했다. 마드리드로 함께 돌아가기 전까지 일주일 정도의 이탈리아 여행 계획이 다소 빡빡하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첫날 만큼은 술도 한잔하고 회포를 좀 풀기로 했다. 하지만 안 그래도 작은 베르가모라는 도시에서 그것도 1월 1일 휴일에 문을 연 맥주집을 찾는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시간여를 헤멘 끝에 맥주집을 하나 발견하고, 그렇게 우리는 그동안 서로의 이야기를 안주삼아 맥주 두 병씩을 비웠다.

지금 마드리드 내 방의 풍경은 대략 이렇다


 이탈리아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마드리드의 내 방으로 함께 돌아온 지금. 대충 내 방의 풍경은 위 사진과 비스무리하다. 자그마한 방에 남자 둘이서 부대끼며 살고 있으니... 사진에 나오지 않은 방의 나머지 풍경에 대해서는 뭐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끼니도 부실하게 떼우며 여행하던 현재는 그렇게 내 방에서 오랜만에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 있다. 물론 내가 만들어주는 한국요리와 함께 말이다. 덕분에 '어미 다람쥐'라는 꽤 그럴듯한 별명도 새로 얻었다. 함께 했던 이탈리아 여행기는 다음 글부터 차차 올릴 예정.

같이 앉아 여행계획을 짜다 보면 무슨 여행사라도 차린 기분이 들 정도


 내 방에서 둘이 마주앉아 하루중 대부분의 시간을 쓰는건 여행계획 짜기와 블로깅이다. 2월 초까지 함께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를 여행할 예정이기에 계획을 짜고 비행기표를 예매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상당히 짧다. 그리고 블로그 역시 만만치 않게 시간을 잡아먹는다. 현재는 세계일주를 시작하면서 선배 블로거인 내 조언을 듣고 블로그를 시작했다. 세계일주 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나름 꾸준히 쓰고있다곤 하는데 아직도 그의 포스팅은 5개월 전 여행지인 인도에 머물러 있단다. 나 역시 나름대로 크리스마스 때 에 간 이후 이탈리아 여행을 마칠 때 까지 블로깅을 통 하질 못했다. 요새는 그래서 둘다 '폭풍 블로깅'중이다.

 잠시 이 자리를 빌어 블로그 '신현재의 세계일주'를 소개할까 한다. 아직 나와 함께하는 스페인 이야기가 올려지려면 한참도 더 남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여행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기록해 나가는 블로그다. 내 조언으로 시작한 블로그라 개인적으로 더욱 애착이 간다. 그럼 앞으로 '스무살 팩토리'와 '신현재의 세계일주'에서 함께 올려질(물론 내가 훨씬 먼저 올리겠지만!)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여행기도 기대하시라!

신현재의 세계일주 바로가기


아래는 보너스 사진...

2011년 6월 20일, 서울대학교 문화관 앞(오른쪽이 나)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과 지극히 평범한 휴학생이었던 우리 둘은 6개월 뒤...

2012년 1월 3일, 이탈리아 베르가모(오른쪽이 나)


 

... 세계일주 여행자와 스페인 교환학생이 되어 이렇게 만났다.
 겨우 6개월인데 둘다 뭔가 많이 변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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