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학회 때문에 스페인에 잠시 들른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한 번도 얼굴볼 기회가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바다건너 스페인에서 5년만에 얼굴을 보게 된 셈이다. 마드리드에선 도착해 내 방에서 딱 하룻밤을 자고 학회가 열리는 그라나다(Granada)와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로 가게 되는 짧은 여정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이기도 하고, 마침 또 마드리드에서 4개월이라는 적지않은 시간을 보낸 내가 하룻동안 마드리드 여행 가이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주어진 시간이 겨우 하룻밤 뿐이라 많은 곳을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일단 마드리드 관광의 중심인 솔(Sol) 광장에서 부터 출발해 구 시가지를 한 바퀴 함께 걸었다. 걷다보니 문득 마드리드에 처음 도착한 8월 ..
교환학생들은 대체로 수업을 많이 듣지 않는다. 물론 개중에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에라스무스(유럽 지역 안에서의 학생 교류)들의 교환학기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Gran vacaciones(긴 휴가)'다. 이런 인식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게, 언어가 다르긴 해도 어차피 한 나라같은 유럽 안에서 교환학생이라는게 학업적으로 이들에게 큰 자극이 되지는 않을것 같다. 오히려 스페인의 놀이 문화와 술문화, 거기에 에라스무스들의 끈끈한 커뮤니티가 더해져 많은 학생들이 '노느라 바쁘다'. 난 한국 학생이기때문에 '에라스무스(Erasmus)'가 아닌 '교환학생(Estudiante intercambio)'으로 분류된다. 제도적으로는 에라스무스와 같은 대우를 받지만,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 온 나에겐 놀이 ..
그동안 밀렸던 포스팅을 조금씩이나마 다시 쓰고있다는 안도감도 잠시. 어째 죄다 먹는 얘기 뿐이냐는 클레임(?)이 있어서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뭐 앞으로도 먹는 얘기는 얼마든지 쓸 거리가 많으니...훗. 난 이곳 마드리드에 지금 교환학생으로 와있다. 교환학생이라는게 사실 타지에 나와있다는 사실만 빼면 여느 대학생과 다를바 없긴 하지만 나에겐 이번 학기가 조금 특별하다. 2년간 휴학후 복학하는 첫 학기이자 만 22년 인생 처음으로 혼자 밥해먹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시간들. 사실 한 달이 조금 지난 이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교환학생'에게 '학생'으로써의 할일 보다는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데에 더 큰 의의가 잇는것 같다.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안하고 있다는 말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