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일본으로의 세 번째 출장이다. 지난 2013년, 난생 처음으로 대형 쇼핑몰 설계를 맡게 되어 롯본기 힐즈나 미드타운 따위의 사례답사 차 도쿄에 왔었고 2015년에는 또한 처음으로 기념관 설계를 맡아 부산에서부터 배를 타고 후쿠오카로 들어와 기타큐슈, 야마구치, 히로시마를 돌며 여러 기념관 들을 돌아봤었다. 이번 출장의 목적은 도쿄 남부의 시나가와구에 위치한 하라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참가작품을 설치하는 일이다. 모형과 영상, 벽면 패널이 설계한 대로 잘 설치되는지 감독하고 오프닝과 큐레이터토크 까지 보고 오면 나의 임무는 완수다. 오후 비행기라 아침에 캐리어를 끌고 출근했다가 회사차를 얻어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어차피 동행없이 가는 길이라 공항버스를 타고 가도 그만이지만 미술관까지 가져가야하는 모..
옥인동, 통인동, 효자동, 필운동, 체부동.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듯한 익숙한 동네 이름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경복궁역에서 내려 북쪽으로 산자락을 따라 걸으며 마주치는 '서촌'의 지명들이다. '북촌'은 들어봤어도 '서촌'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 하지만 어쩌면 북촌보다 더 생생한, '진짜 한옥'들이 이곳 서촌에는 가득하다. 얼마 전, 종로구에서는 걷기좋은 고샅길 20선을 발표했다. 그중 마지막 스무번째 고샅길이 이곳 서촌이다. 통의동 백송 및 창의궁터 → 효자로 → 효자·옥인동 한옥길 → 박노수 가옥 → 옥인 시민아파트 청계천 발원지 → 이중섭 가옥 → 필운동 골목길 → 배화학교 및 필운대 터로 이어지는 코스는 2010년까지 정비사업 및 기타 조성사업을 통해서 관광코스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평범..
내일 (11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는 국제 스노보드 월드컵이 열린다. 평창도 아니고, 무주도 아니고 뜬금없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스노보드 대회가 열린다고 하니 내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말이 필요없다. 이미 대회는 내일로 다가왔고 복원공사중인 광화문 위로는 스노보드 점프대가 올라타버렸다. 사진을 보고 대개 사람들의 반응은 이게뭐냐, 믿지못하겠다, 왜그랬을까 등등 다양하다. 세종로의 차들이 양옆으로 비켜나고 세종대왕님께서 그 가운데 떡하니 자리를 잡으셨을 무렵, 광화문 광장에 대한 포스팅을 올리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올리질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 내일로 다가온 스노보드 월드컵 소식을 듣고 얼른 포스팅을 마무리 지어야 겠다는 생각에서 짧은 생각들을 적어본다...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로컬버스나 디럭스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 좋은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관광지가 아닌 조그만 마을들을 지나며 창밖으로 만나는 풍경이 참 좋았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거리가 500km를 넘어가는게 예사인 인도에서는 이정표에 100km만 남았다고 나와도 거의 다왔네 하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오곤 했다. 우데뿌르에서 푸쉬카르로 가는 길도 참 멀고 험하더라.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디럭스버스보다 한 등급 더 낮은 로컬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리나라 시골 읍내풍경을 연상케 하는 작은 마을들을 수도없이 지났던 것 같다. 이런 작은 마을을 지날때면 어김없이 버스가 한번씩 쉬어간다. 길 한쪾에서 기사아저씨께서 피곤하셨는지 짜이로 목을 축이며 이리저..
달동네는 참 부르기도 쉽고 예쁜 이름이다. 누구보다 달빛에 가까이 살고있는 사람들의 마을이니 달동네라는 이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서울의 아직 남아있는 달동네들을 이곳저곳 찾아다닌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그동안 많은 골목을 걷고,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카메라로 기록을 남기고... 참 많은 생각도 했다. 소위 작품이라고 일컫어지는 스타 건축가들의 멋진 주택과 대형 건물들이 건축가 하면 떠오르는 지배적인 이미지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삶을 조직하고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일 역시 건축가의 몫이다. 때문에 우리가 살고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안에서 벌어지고있는 '살아가는 풍경'은 가장 중요한 연구과제이자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인왕산자락에 걸터앉은 홍제동 개미마을은 모두 210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