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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에 다녀온지 얼마나 됐다고...또 여행병이 도졌다. 말나온김에 또 KTX표를 후딱 예매해버리고 어찌어찌하다보니 여기는 부산역. 세 남자의 두번째 여행지는 바로 우리나라 최대의 항구도시 부산이다.

부산역을 나오자마자 마주치는 풍경


 서울에서만 만 22년간 살아온 서울촌놈이라 부산땅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감개가 무량할 따름이다. 그래도 명색이 6개월간 한국을 떠나있을 몸인데 부산은 한번 가봐야 할것 같아서 이번 여행을 결심했다. 물론 지난번 경주 여행처럼 이번 여행 역시 목적지도, 계획도 없다. 그나마 경주에서는 지도라도 한장 얻어서 보고다녔지만 이번엔 정말 발 닿는데로 다닐 요량이었다. 


부산에 와있다는게 너무 신기해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아침 일찍 KTX에 오르니 10시가 조금 못되어서 부산역에 도착했다. 지금은 가마 부(釜)자를 쓰는 부산이지만, 옛날에는 산이 많아 '부산'이라고 했단다. 과연 역을 나서자마자 옹기종기 들어찬 집들 뒤로 불쑥 솟아있는 산들이 여럿 보인다.



부산에 오면 꼭 먹어봐야할 음식 1순위! 돼지국밥


 이번 여행의 테마는 역시나 맛기행이다. 역을 나서자마자 곧바로 뒷골목에 있는 돼지국밥집을 찾았다. 지난 경주여행에서 역근처 돼지국밥에 호되게 당한터라 이번엔 실수없이 치밀하게(?) 뒷조사를 해왔다. 서울에서 흔히 보는 순대국과 부산 돼지국밥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국물. 순대국이 뽀얀 국물이라면 돼지국밥은 투명할 정도로 맑은 국물이 특징이다. 치밀한 조사 덕분이었을까. 부산에서의 첫 식사는 아주 대성공이었다. 가격이 조금 비싼게 흠이지만 그래도 이정도 돼지국밥이면 서울촌놈 셋 감동시키기엔 충분했다.



유독 태종대로 가는 버스만 사람이 넘쳐난다


 식당을 나와 곧바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부산 여행의 첫번째 목적지는 태종대. 역에서 태종대로 가는 버스는 88번과 101번 두 노선이 있었는데 휴가철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먼저온 한대는 그냥 보내버렸다.


버스에서 본 시위현장


 한참을 더 기다린 끝에 겨우 버스에 올랐다. 영도 끄트머리에 위치한 태종대까지는 거리가 생각보다 꽤 된다. 자리에 느긋하게 앉아서 에어컨 바람을 쐬고있는데 창밖으로 한진중공업 부당해고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태종대 버스 정류장엔 유람선에 타기위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정말 부산에는 산이 많은것 같다. 한참을 굽이 돌아 도착한 태종대에는 버스에 내리기도 전부터 유람선 삐끼들이 사람들을 모아댄다. 물론 우리는 처음부터 유람선을 탈 계획이었기에 얼른 표를 끊었다. 가격은 1인당 만원.


유람선은 생각보다 꽤 작았다


 매표소 근처에서 기다리고있으면 작은 봉고차 한대가 와서 사람들을 선착장까지 실어 나른다. 태종대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부산항과 오륙도 근처를 한바퀴 빙 돌게 된다. 막상 타보니 코스도 짧고 볼거리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부산 끝자락까지 온김에 유람선 타고 바다에 한번 나가보는것도 나쁘지 않은것 같았다.




날씨가 조금만 화창했었도 더 좋았을텐데...


 드디어 출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난 이상하게 배만타면 기분이 좋다. 생각보다 날이 흐려서 경치는 그저 그랬지만 그래도 갑판위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니 진짜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멀리 보이는 부산항의 전경


 새우깡만 쫒아다니는 이기적인(?) 비둘기들이 배 뒤로 한가득이다. 미처 새우깡 사올 생각을 못해서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던진 새우깡이 의외로 갑판위에 많이 떨어지길래 잽싸게 몇 개 주워와서 비둘기들이랑 좀 놀아줬다.

 



시원스런 부산 앞바다의 풍경!


 오륙도를 돌아본 유람선은 영도등대에 잠시 멈춰선다. 여기서 내려 잠시 등대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다른 배를 타면 선착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배에서 내려보니 여기도 각종 해산물과 회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많이 계신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점심먹을 곳을 정해놓았기에 가볍게 패스~


영도등대의 명물(?), 시원한 에어컨


 혹시 뭐가 있을까 싶어 힘겹게 등대위로 올라갔건만... 있는거라곤 달랑 에어컨 한대가 전부. 열심히 땀흘리고 올라온게 아쉬워서 시원한 바람을 잠시 즐겨줬다.



벼랑끝에 걸터앉아 바람쐬는 기분도 나름 괜찮다


 볼거 없는 등대에서 내려와 바위에 올랐다. 아까 유람선을 탈때보다 하늘이 조금 맑아지고 바람도 참 시원하더라. 잠깐 앉아서 사진도 좀 찍고 땀을 식혔다.


이제야 하늘이 좀 예뻐진다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배에 올랐다. 어느덧 시간은 벌써 점심무렵. 애초부터 식도락을 즐길생각으로 부산에 왔기에 어디서 뭘 먹을지 만큼은 계획이 완벽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배에서 내려 선착장 근처 자갈마당으로 향했다.





트루맛쇼 때문에 맛집은 이제 안믿지만... 그래도 속는셈치고!


 오늘의 점심메뉴는 조개구이. 자갈마당엔 고만고만한 조개구이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 우리가 들어간 곳은 야구선수 이대호가 찾아와 유명해졌다는 '충북집'이다. 방송의 힘이 참 무서운게... 다른집들은 테이블이 텅텅 비어있는데 여긴 입구부터 사람들로 아주 바글바글하다. 유명세만큼 맛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여행엔 뭐니뭐니해도 시원한 맥주!


 자리에 앉자마자 뜨거운 연탄불과 함께 홍합탕이 한그릇 가득 나왔다. 날도 더운데 눈앞에 불을 올려놓고 있으려니 등에서 땀이 주르륵 하고 흘러내린다. 열기도 식힐겸 가볍게 시원한 맥주를 한잔!





으으으...맛있는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주문한 조개가 나오고... 지글지글 소리도 맛있게 익기 시작한다. 가리비 위에 버터를 우선 한조각 올리고 껍데기 위에 물이 흥건하게 고이면 한번 뒤집어준다. 그리고 피자치즈를 올려서 살~짝 녹았을때 입에 넣으면... 으으 다시 글을쓰면서도 군침이 꿀꺽 넘어간다.




오랜만에 먹는 조개구이라 더 맛있었다


 조개를 다 먹고나면 이제 밥을 볶아줄 차례! 저녁때도 먹을게 너무 많아 조금만 먹고 일어나려 했는데... 먹다보니 배가 빵빵해질때까지 멈출수가 없었다.



키조개가 듬뿍 들어간 볶음밥


 키조개를 듬뿍 넣은 볶음밥 역시 너무 맛있었다. 하긴 그 멀리 부산까지 가서 먹은 조개구이가 어찌 맛있지 않을 수 있을까! 돼지국밥에 이어 두번째 메뉴도 제대로 성공이다.

자, 이제 또 뭘 먹으러 가볼까!


 그렇게 한 상 가득 먹고나와 잠시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여유를 즐겼다. 배는 벌써 이렇게 불러오는데 먹어야 할건 너무나 많이 남았다. 다시 태종대에서 버스를 타고 이번엔 부산의 명물 자갈치 시장으로 향했다. 또 뭘 먹으러 가볼까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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