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레도, 빠를라에 이은 세 번째 여행지는 세고비아. 세고비아는 마드리드에서 북서쪽으로 150km 정도 떨어진, 버스로 두 시간 조금 못되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도시다. 아직까지도 마드리드가 속해있는 까스띠야(Castilla) 지방을 못벗어나고 있는게 아쉽긴 하지만, 공휴일을 이용해 당일치기로 가볍게 다녀왔다. 개인적으로는 똘레도(Toledo)보다 훨씬 더 정감가고 예쁜 도시였다. 마드리드에서 세고비아로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버스다. 마드리드 북서쪽 도시로 향하는 버스들의 출발지 쁘린시뻬 삐오(Principe pío)에서 매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출발한다. 진원이랑 아침 열 시에 여기서 만나 열시 반 차를 타고 세고비아로 출발했다. 요새 마드리드엔 거의 매일같이 비가 내린다. 이날 아침에도 빗방울이..
빠를라, 파를라, Parla... 어떻게 쳐봐도 네이버에서는 결코 검색할 수 없는 도시. 그 이유는 간단하다.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흔한 블로그 리뷰조차 하나 없는 이런 도시에 우리는 어떻게 하다가 가게 된걸까. 그날의 갑작스러운 여행은 우린이가 우리집에 놀러와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부터 시작됐다. 이번주 화요일은 스페인의 공휴일이었다. 겨우 단 하루 쉬는거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학교 수업은 월화수 연달아 휴강. 덕분에 지난 주말부터 내리 놀아제낄 수 있는 길고긴 '가을방학'이 생겨버렸다. 우린이가 우리집에 놀러온건 월요일 점심 무렵. 사실 다른 수업은 모두 휴강이지만 오후에 스페인어 수업이 있어서 막 방청소를 마치고 학교를 가려던 찰나였다. 지난 일요일 한국 음식 파티를 하고 남은 잡채와 닭도리..
스페인 마드리드에 온지도 벌써 두 달이 넘었다. 그 긴 시간동안 '여행'이라곤 고작 세 번, 그것도 하루 당일치기로 다녀온게 전부다. 뭔가 이상하다! 교환학생을 오기 전 들었던 얘기들이랑 많이 다르다. 스페인으로 인턴을 하러 왔던 과 선배도 매주 여행다니느라 바빴다고 했고, 스위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아는 형도 거의 매 주마다 유럽 전역을 쏘다녔다고 자랑처럼 얘기하곤 했었다. 그런데 왜 난 아직 그렇게 여행하지 못하고 있을까. 이 고민의 정답을 찾게해준 여행이 바로 '똘레도(Toledo)'였다. 2007년 유럽 배낭여행이후 처음으로 다시 하는 유럽 여행이자, 교환학생으로 마드리드에 와서 처음으로 떠난 짧은 여행. 여러모로 의미깊었던 똘레도 여행에서 나는 무엇을 깨닫고, 어떤 생각을 했었을까. 똘레도는 옛..
요 며칠간 마드리드에는 간만에 비가 세차게 내렸다. 우리나라와 정 반대로 스페인 마드리드의 기후는 여름에 건조하고 겨울에 비가 많이 내린다. 8월 말에 이곳에 도착해서 이번주가 오기 전까지 딱 두 번 비를 맞았다. 한번은 5초, 또 한번은 30초 내리다가 그치고 말았지만. 어젯밤에는 비를 쫄딱 맞고 집에 왔었고, 오늘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빨래를 미뤘을 정도니... 여기에 와서도 시간이 많이 지나긴 지났나보다. 10월 30일 새벽 3시부로 서머타임이 해제됐다. 이제 한국과의 시차는 7시간이 아니라 8시간이다. 그날 아침 9시에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났다가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 10시에 일어났다. 아 또 늦잠이구나... 생각하며 컴퓨터 시계를 딱 봤는데 아직 아홉시! 서머타임이 해제되는걸 깜빡하고 있었..
외국친구들이랑 함께 '밥'을 해서 먹다보면 '한국인'과 '밥'의 상관관계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그중 제일 흥미로운 질문은 '한국 사람들은 아침으로 뭘 먹어?'라는 질문. 당연히 이 질문에 답은 '밥'이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말해주면 의외로 많은 외국 친구들이 놀란다. 어떻게 아침에도 밥을 먹을 수 있냐며... 마드리드에 온 이후로 생각보다 꽤 많은 외국 친구들이 밥을 즐겨 먹는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하지만 이 친구들은 우리나라 처럼 '맨밥'과 '반찬'의 개념으로 밥을 먹지 않는다. 그래서 자주 등장하는 요리가 '덮밥'이다. 쉽게 말해서 고기와 야채를 가지고 자작하게 국물있는 요리를 만든뒤 흰 쌀밥에 섞어(비벼)먹는 식이다. 요리하기가 귀찮으면 하다못해 간장이라도 넣어서 밥을 비벼 먹는다. 이..
지난번 느글느글 파스타 열전에 이어 오늘은 볶음밥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스페인에 오니 언어도 바뀌고, 문화도 바뀌고, 모든게 다 달라졌지만 토종 한국인스러운 내 식성만큼은 쉽게 변하질 않더라. 그렇다고 늘 한식만을 고집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파스타 보다는 밥이 들어가는 요리가 훨씬 든든하다는 뜻. 이사오고 한동안은 파스타보다 밥을 더 많이 해먹었다. 쌀은 까르푸에서도 1kg 단위로 포장된걸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걱정했던 것과 달리 한국에서 먹던 쌀이랑 아주 비슷하다. 게다가 전기밥솥이 없어 늘 냄비밥으로 1인분씩 하는데 밥도 꽤 잘되는 편이다. 밥을 자주 먹게된건 꼭 내 식성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집에 같이 살고있는 독일 남자애 둘, 프랑스 남자애 하나... 얘네들도 밥을 거의 매일같이 먹는다...
이 곳 마드리드에 교환학생으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파스타'라고 하면 꽤 고급 음식쯤으로 치부하곤 했었다. 그저 여자친구랑 그럴싸한 경치좋은 식당에 가서 VAT빼고 18000원쯤 내야 한번 먹을까 말까 한 정도? 물론 한국에 있을때도 주말이면 가끔 까르보나라나 미트소스 스파게티를 해먹곤 했었지만 끓는 물에 면 데치고 인스턴트 소스 한국자 듬뿍 얹어 먹던게 전부였다. 교환학생으로 온 이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거의 하루도 안빼먹고 매일같이 집에서 요리를 해먹다 보니 자연스레 장보는데도 스킬이 생기고 요리하는 일 자체에도 꽤 재미가 붙었다. 전에도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긴 했으나 이젠 정말 '요리를 해야할 이유'가 생겼으니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고나 할까. 처음엔 요리를 곧잘 해먹던 친구들도 하나둘 귀차니..
일기장에 수도 없이 썼던 그 말, '이 마드리드에서는 모든 일들이 생각치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부정적인 늬앙스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예상할 수 없는 즐거움이 늘 눈앞에 펼쳐지기에 계획도, 추측도 무의미하다는 뜻. 다만 하루하루를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진심으로 즐기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그게 바로 'La vida del intercambio(교환학생의 삶)'이기에! 하하하 바이크 폴로(BIKE POLO)를 처음 접하게 된 것도 어떻게보면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어느날 수업 끝나고 학교 중정에 잠시 앉아있는데 독일친구 Paul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고 금새 친해져 술한잔 하러 가면서 옆에 앉아있던 프랑스 친구 Benjamin를 무작정 데리고 갔다(당연히 우리 셋은 당시 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