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온 이후 처음으로 1박 이상 일정으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정확히는 2박3일. 어느새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정이 들어버린 방을 떠나 여행을 떠나려니 정말 이제는 여기가 '내 집'이구나 하는게 새삼 느껴졌다. 원래 사라고사에 가게 된건 단순히 여행을 목적으로 한게 아니었다. 지난주 주말은 '사라고사 바이크 폴로팀' 주최로 열리는 '사라고사 바이크 폴로 대회'가 있는 날이었고, 우리 '마드리드 바이크 폴로팀'은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 달 전부터 강도높은 트레이닝을 시작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결전에 날이 다가왔다. 키도 조그만 동양인 꼬마인 내가 멀리 스페인에서 '바이크 폴로'라는 인디씬에 몸을 담고 있는 지금의 모습도 아직 잘 실감이 안나지만, 팀원들과 함께 멀리 사라고사까지 가서 대회에 참가하..
매년 10월 3일은 '세계 주거의 날'이다. 아니, 그렇다고 한다. 사실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입장에서도 이런 날이 있었다는걸 잘 모르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매년 이 맘때쯤 되면 '건축주간'이라는게 있었던 것도 같다. 특별한 뭔가가 있었던건 아니고 그저 설계수업이 한 주 쉬어가는 날 정도의 기억이랄까(어쩌면 뭔가가 있었는데 내가 무관심해서 몰랐던 것일수도 있다, 만약 그런거라면 반성해야 할 듯...). 어쨌거나 이 곳 스페인에서 만큼은 '세계 주거의 날'에 대한 존재감이 확실하다. 벌써 한달도 더 된 이야기지만 건축학도의 눈에는 상당히 인상깊었던 한 주 였기에 소개해볼까 한다. 건축주간(Semana de la Arquitectura) 한국에서의 어렴풋한 기억과 비슷하게 이 곳 마드리드에서..
각 나라, 혹은 도시 마다 한 번은 꼭 경험해봐야 할것같은 뭔가가 하나씩은 다 있다. 설령 별로 취미가 없는 분야라 할 지라도 일종의 통과 의례, 혹은 그 곳을 다녀왔다는 발도장 같은 거랄까. 예를 들면 런던 피카딜리의 오페라나 라스베가스의 카지노, 인도의 사막 투어, 아프리카의 사파리 같은 뭐 그런 것들. 그렇다면 스페인은? 바로 투우와 축구다. 투우는 이미 시즌을 놓쳐 버렸다. 5년전 유럽여행을 하면서도 바르셀로나 투우장이 공사중인 바람에 못보고 지나쳐야만 했는데 이번에도 또 못보고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게 생겼다. 하지만 가격도 비쌀 뿐더러 보고온 사람들이 다들 별로라는 소리를 하길래 흥미도 뚝 떨어져 버렸다. 딱히 아쉬움은 없다. 나중에라도 혹시 스페인을 다시 오게 되면 그때 볼까나. 솔직히 말해서..
지난 10월 23일은 나의 스물 세 번째 생일이자 한국이 아닌 타지에서 맞게된 첫 생일이기도 했다. 한국에 있을때는 생일이라는게 그저 일년에 한번 으레 있는 그런 날이었지만, 막상 집이 아닌 머나먼 타국에서 생일을 맞게되니 기분이 좀 묘했다. 많은 친구들이 생일을 축하해주러 집까지 찾아왔고, 그리 큰 파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맛있는 음식과 함께 나름 근사한 시간을 보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지만 그 날의 즐거웠던 기억을 블로그를 통해 다시한번 추억하려 한다. 아울러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아참, 그러고보니 우리집에 사는 일곱 명의 친구들의 생일은 기가 막히게 매 달 적어도 한 번씩 골고루 나눠져 있다. Florent가 10월 17일로 제일 먼저 생일을 맞았고, 10월 23일은..
얼마전 블로그를 통해 현재 핀란드에서 교환학기를 보내고 있는 한 분을 알게 되었다. 12월에 학기가 끝나고 스페인에서 한 달정도 살면서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싶다며 물어보고 싶은게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제일 먼저 이런 질문을 받았다. '마드리드에 살면서 스페인어 많이 늘었어요?' 음. 내 대답은 '말하기와 듣기가 특히 비약적(?)으로 늘었지요'였다. 그렇게 스페인 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나의 '스페인어'에 대해 새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창밖으로 스페인 마드리드 거리를 내려다보며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솔직히 잘 실감이 안난다. 수학, 과학은 자신 있었어도(물론 고등학교때 이야기지만) 영어라면 진저리를 치던 내가, 무려 스페인어라는 제 2외국어로 매일같이 수업을 듣고, 말하고,..
11월 9일 수요일은 스페인의 공휴일이었다. 그리고 이날은 마따대로(Matadero)에서 큰 규모의 '자전거 페스티벌'과 함께 '바이크 폴로(Bike Polo) 마드리드 토너먼트 대회'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혹시 '바이크 폴로(Bike Polo)'라는 스포츠를 처음 들어본다면 전에 써둔 포스팅 '유럽에서 만난 유럽다운 스포츠, 바이크 폴로( http://ramzy.tistory.com/307 )'를 참조하시길. 마따대로(Matadero)는 예전 도살장이 있던 건물을 현대식 전시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마드리드의 명소다. 실제로도 수많은 전시가 매일같이 이루어지고 있고, 근대 건축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으로 건축적으로도 꽤 의미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렇게 멋진 곳에서 '바이크 폴로 마드리드 토너먼트'가..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제각각인 7명의 남녀가 모여사는 마드리드의 우리집. c/Maudes 16번지 5층에서는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특별한 만찬이 펼쳐진다. 이름하야 '일요일의 만찬(Cenita de Mudes)'. Vincente의 아이디어로 처음 시작된 이 전통은 벌써 두 달 넘게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아직은 전통이라고 부를 만큼 오래되진 않았지만, 남들에게 자랑하고 초대하고플 만큼 멋진 일이기에 블로그를 통해 소개(라고 쓰고 자랑이라고 읽는다)해볼까 한다. 마드리드엔 우리집처럼 이렇게 에라스무스들이 중심이되어 모여 사는 삐소(piso)가 꽤 많다. 전에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느꼈던건 집집마다 나름의 규칙같은게 정해져 있다는 점. 아무래도 국적도, 성별도 제각각인 여러 친구들이 모여살다보니..
스페인 사람들에게 주말은 토요일이 아닌 금요일 부터다. 전에 집을 계약하러 처음 집주인 할머니를 만났을때도, 금요일에는 수업 넣는게 아니라며 피에스따(fiesta)는 목요일 밤부터라고 묻지도 않은 조언을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뭐, 그 말 그대로 내 시간표의 금요일에는 아무런 수업이 없다. 이따금씩 스페인어 수업 보충시간이 금요일로 잡히긴 하지만 원칙상으로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날이다. 이런 금요일이면 보통 빨래, 청소, 밀린 집안일을 하며 여유롭게 보내곤 했다. 지난주 금요일은 유난히 할 일이 없는 날이었다. 조깅이라도 하러 나가면 좋으련만 요새 마드리드는 거의 매일같이 비가 내린다. 전날 느즈막히 할 일을 하다가 잠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8시에 눈이 번쩍 떠졌다. 늦잠을 더 자볼까 침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