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서는 UFO 빼고 못만드는게 없다' 오밀조밀한 골목길 사이로 수많은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찬 청계천 주변 상가들에 대한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파는 물건의 종류도, 그 가짓수도 다양한 이곳은 매번 찾아올 때 마다 새롭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알음알음 찾아가야 하는 복잡한 골목들은 클릭 몇번으로 쉽게 물건을 구입하고 하루만 지나면 띵동 하고 배달이 오는 요즘 세상과는 어쩐지 많이 다른 풍경이다. 우리네 아버지 세대까지만 해도 이런 골목길들을 손바닥 보듯 훤히 꿰고 돌아다니며 게임기며 비디오며 구경하던 추억이 하나쯤 있겠지만 나만 하더라도 답사차 몇번 들렀던 일 말고는 뭘 사거나 구경하러 온 기억이 없었던 것 같다. 우리 세대에게는 이미 잊혀져버린 옛날 기억이 되어버린 곳일까. 을지로4가 역에서 ..
달동네는 참 부르기도 쉽고 예쁜 이름이다. 누구보다 달빛에 가까이 살고있는 사람들의 마을이니 달동네라는 이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서울의 아직 남아있는 달동네들을 이곳저곳 찾아다닌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그동안 많은 골목을 걷고,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카메라로 기록을 남기고... 참 많은 생각도 했다. 소위 작품이라고 일컫어지는 스타 건축가들의 멋진 주택과 대형 건물들이 건축가 하면 떠오르는 지배적인 이미지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삶을 조직하고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일 역시 건축가의 몫이다. 때문에 우리가 살고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안에서 벌어지고있는 '살아가는 풍경'은 가장 중요한 연구과제이자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인왕산자락에 걸터앉은 홍제동 개미마을은 모두 210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