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제주도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어제는 게스트하우스 중에서는 가장 인기가 좋은 편에 속하는 '소낭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었는데, 신나게 먹고 마시며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사진 한 장 남아있질 않더라. 결국 하는둥 마는둥 아침식사를 끝내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띵한 머리를 부여잡고 마지막 라이딩에 나섰다. 월정리에서 제주 공항 까지는 대략 30km 정도. 벌써 라이딩 5일차 마지막 날인 만큼 큰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어제 오르막에서 무리를 하는 바람에 오른쪽 무릎이 좀 아프긴 했지만, 오늘 역시 투명하리만치 맑은 하늘을 보고 있으니 금새 또 신이 난다.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1시 20분으로 예약해 놓았다. 10시 조금 넘어서 월정리를 출발했으니 어쩌면 시간이 촉박할 지도..
맨 처음 스트라이다를 끌고 제주를 오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에만 해도, 이 조그만 자전거를 타고 오름에 가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일주도로에서는 조금만 오르막이 나와도 이내 한숨부터 쉬던 우리가 별안간 오름에 가보겠노라 결심을 하게 된 건, 다 '생태숙소 퐁낭'의 마당비님 덕분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도 그 분께 너무나 감사드린다. 어쩌면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를 제주의 진짜 아름다움을 소개시켜 주셨기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두 가지 부류로 분류된다. 하나는 아무 계획 없이 훌쩍 떠나는, 그야말로 방랑을 즐기는 타입. 또 하나는 철저히 조사하고 공부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 까지도 여행의 시작으로 여기는 타입. 나는 그 중 두 번째에 가까운 사람이다. 떠나기 전에 미리 계획하고..
내가 자전거로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기라도 했던걸까.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덕에 10시가 다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아침 식사용으로 빵과 토스트를 준비해 놓았지만 쓰린 속에 그런 밀가루 음식이 들어갈리가 만무했다. 배를 움켜잡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마침 아침 식사를 하시던 형님 한분이 고맙게도 손수 끓인 김치찌개를 같이 먹자며 권하셨다! 염치 불구하긴 해도 고마운 마음으로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무사히 출발할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마라도를 지나 산방산까지. 어제 정도 거리만 타면 쉽게 모슬포항까지 도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어째 저녁이 될 때 까지 술이 깨지 않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어제의 즐거웠던 ..
아침 7시 20분 비행기는 나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여행을 떠나기 직전만 되면 뭔가 마무리할 일이 한꺼번에 생각나는 몹쓸 버릇 덕분에, 간밤에 잠을 설쳤기 때문이다. 6시가 다 되어서야 눈을 뜨고, 허겁지겁 짐을 챙겨 자전거를 어깨에 들쳐 엎고는 서둘러 공항으로 향했다. 집에서 공항이 가까워 아침에 살짝 타고 가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역시나 무리였다. 아침에 빨래가 다 마르질 않아 인상을 찌푸리며 집을 나와버렸다. 멀리는 아니어도 집을 떠나는 마당에 부모님에 찡그린 얼굴을 보여드린게 못내 마음에 걸리더라.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어느새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이라는게, 꼭 멀리가지 않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요상하게 뒤흔드는 힘이 있는걸까... 제주로 가는 항공편은 종류가 꽤 많은 편이지만, 우리는 무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