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은 우리나라 밖에서만 접할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공공시설이다. 일반적으로 해외 주요 도시에 설립되어 문화예술행사 및 교류, 한국어 또는 한국문화의 강습 등 민간차원에서의 문화교류의 장으로서 활용되곤 한다. 대사관이나 영사관이 공공 차원에서 행정과 외교를 담당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대사관을 '아빠', 문화원을 '엄마' 정도로 비유해도 나름 적절할 것 같다. 2020년 현재 전 세계 27개국에는 총 32개의 한국문화원이 운영 중이다. 꼭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문화원을 접해볼 방법이 있다. 수많은 나라들이 서울을 비롯한 한국 내 주요 도시에 같은 방식으로 문화원을 설립해 자국의 문화를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운현궁 옆에 위치한 일본문화원의 경우, 일본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각종 ..
이번 브라질 출장길에 임하는 나의 마음가짐은 이전 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봄 일본으로의 출장이 모형을 들고 가 설치하는 나름 단순한 작업이었다고 한다면 이번엔 어찌 됐든 간에 '집'을 '지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이역만리 브라질까지 와 대나무로 집을 짓게 된 것일까. 지금 생각해도 풋- 하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서 이번 출장은 그 시작도, 과정도, 결과도 하나같이 예측불허의 연속이었다. '가로 1.8m, 세로 3m, 높이 6.5m의 2개 층 규모의 대나무 건축물' 이것이 이번의 내가 완수해야 하는 '출장의 목적'이다. 이 요상하게 생긴 건축물은 이미 서울과 도쿄에서 전시되었던 'DMZ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계된 것으로 당시 모형과 영상으로 선보..
'아프간 소녀'라는 이름의 사진 한 장. 어딘가 음침한 듯한 초록빛 배경과 대비되는 붉은 천을 얼굴에 두른 소녀. 아름다운 풍경도, 멋진 순간도 아니지만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지는 것만 같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를 장식했던 이 사진 한장으로 대표되는 사진작가, 스티브 맥커리. 지금 그의 사진전이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미 전시가 막바지에 이르렀고, 벌써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모양이다. 가야지, 가야지 하며 통 타이밍을 못잡다가 지난 주말에서야 뒤늦게 혼자 사진전에 다녀왔다. 작은 규모의 소소한 사진전들은 몇 번 관람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큰 사진전은 난생 처음이다. 사진을 제대로 감상할 줄도 모르고, 아직 남의 사진을 비평할 정도의 깜냥도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