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밀렸던 포스팅을 조금씩이나마 다시 쓰고있다는 안도감도 잠시. 어째 죄다 먹는 얘기 뿐이냐는 클레임(?)이 있어서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뭐 앞으로도 먹는 얘기는 얼마든지 쓸 거리가 많으니...훗. 난 이곳 마드리드에 지금 교환학생으로 와있다. 교환학생이라는게 사실 타지에 나와있다는 사실만 빼면 여느 대학생과 다를바 없긴 하지만 나에겐 이번 학기가 조금 특별하다. 2년간 휴학후 복학하는 첫 학기이자 만 22년 인생 처음으로 혼자 밥해먹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시간들. 사실 한 달이 조금 지난 이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교환학생'에게 '학생'으로써의 할일 보다는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데에 더 큰 의의가 잇는것 같다.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안하고 있다는 말은 아..
스페인 사람들에게 있어서 점심이란 하나의 신성한 의식이자 성대한 축제다. 그만큼 이곳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점심을 길게,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즐긴다. 신기한건 스페인 사람들의 점심 시간이다. 여기선 보통 2시~3시 사이에 점심을 먹는데 한국에서 11시 반이면 후다닥 식당에 달려가 밥먹던 내가 적응하기 조금 어려운 부분이었다. 빨리 먹고싶다고 해서 빨리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식당이 점심 메뉴(menu del dia)를 2시부터 시작하고 심지어 학교 cafeteria에서도 1시 전까지는 빵이나 간단한 커피같은 간식거리만 먹을 수 있다. 세상에... 한번은 무선 인터넷을 쓰려고 점심때쯤 맥도날드에 가 있었는데 12시에는 파리가 날릴 정도로 손님이 없더니만 2시가 지나자 슬슬 사람들이 들어..
스페인 사람들은 아침으로 뭘 먹을까. 개강후에는 주로 씨리얼과 요거트로 아침을 해결하고 있어서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처음 일주일 동안도 아침은 꽤 간단하게 먹었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싱싱하고 맛있는 과일을 싸게 구할 수 있어서 자주 즐겨 먹었다. 물론 매 끼니 빠질 수 없는 빵과 커피도 함께. 마드리드에서의 첫날 아침은 Granvia 근처에 cafeteria에서 사먹었다. 보통 아침 메뉴는 tortilla와 빵, 그리고 커피. 전에도 얘기했지만 마드리드에서는 밖에서 사먹는 음식들이 상당히 비싸다. 이날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놀라고는 그 이후로 한번도 밖에서 아침을 사먹지 않았다. 한국에 있을때는 빵을 즐겨먹는 편이 아니었는데, 여긴 빵이 주식이다보니 자주 먹게된다. 처음 일주일동안은 그렇게 빵이랑 커피..
매일 포스팅을 올려야지 생각만 하다가 어느새 마드리드에 온지 한달도 더 지나버렸다. 지금 사는 집을 구하기 전, 임시 숙소에서 머물던 마드리드에서의 첫 일주일도 한달 전 이야기다. 이제와서 다시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그때 참 즐거웠던것 같다. 늦었지만 그때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며... 첫 일주일동안 같이 만들어 먹었던 즐거운 요리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우린이랑 형윤이, 나중에 합류한 진원이까지. 마드리드에서의 처음 일주일간은 집을 구하러 다니느라 바빠서 자연스럽게 우리집이 모임 장소처럼 되어버렸다. 덕분에 같이 요리해서 저녁을 만들어먹은 기억도 많다. 마드리드의 물가는 한국이랑 비슷한 수준이지만 외식비는 한국보다 조금 비싸다. 때문에 한번 밖에서 외식하고나니 좀처럼 사먹을 엄두가 나질 않았다. 대신 ..
지금 마드리드는 9월 7일 수요일 정오다. 시간표대로면 아침 일찍 사진수업이 하나 있지만 개강 첫주라 오늘은 휴강이다. 이따 저녁때 설계 수업 첫시간을 가봐야 하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통 블로그는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 일단은 컴퓨터 앞에 앉아 블로그를 켰으니 불행중 다행일까나. 마드리드에 온지 정확히 보름이 지났다. 처음 일주일간은 airbnb.com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작은 집하나를 친구랑 같이 통째로 빌려서 살았다. 가격은 호스텔보다 당연히 훨씬 비쌌지만 덕분에 마드리드에서의 첫 일주일을 마음 편하게, 또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사실 그 곳을 떠나온 이후론 이사며 개강이며 이런저런 일들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바람에 두 배는 더 시간이 빨리간 것 같다. 기억이 더 흐려..
스페인 마드리드로 교환학생을 온지 딱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간 사진은 정확히 952장을 찍었고 돈은 생각보다 꽤 많이 썼다. 지금은 그동안 임시로 지내던 집을 떠나 처음으로 혼자 방에서 맞이하는 밤이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첫번째 밤이기도 하다. 전에 유럽여행을 했어서인지 인천공항을 떠날때까지도 그다지 설레거나 떨리지는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는 무감각했다. 비행기가 스페인 국경을 지나고 멀리 마드리드 공항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에는 떨릴줄 알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하루하루 참 많은 걸 보고, 먹고, 마시며, 즐겼지만 아직 타국에 멀리 나와 살고있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적응이 빠른건지 아니면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이런말을 하기엔 너무 짧았던건진 아직 모르겠다. 내일 아..
전날 밤 눈물젖은 치맥을 먹고 찜질방으로 돌아와 바로 골아떨어졌다. 장산역 바로 앞 상가건물에 있는 찜질방이었는데 규모도 꽤 크고 시설도 좋아 편안하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다만 너무 피곤했는지 세명 모두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비몽사몽. 결국 열한시가 다 되어서야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어제만 해도 날씨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오늘은 아침나절부터 장대비가 내린다. 늦잠도 잔 마당에 오늘은 그냥 천천히 해운대나 한바퀴 돌아보고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우선 그전에 늦은 아침을 먹으러 이동! 장산역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으로 해운대까지 편하게 올 수 있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부산의 명물 밀면. 마침 해운대 근처에 유명한 밀면집이 있다고 해서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밀면전문점'이라고만 써있는 간판..
점심으로 먹은 태종대 자갈마당 조개구이는 정말 꿀맛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저녁에 족발이나 다른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때까지 배가 꺼질것 같지 않아서 작전을 변경하기로 했다. 일단 남포동 자갈치시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영도를 빠져나왔다. 버스는 한참을 달려 자갈치 시장 앞에 도착했다. 부산의 명물 자갈치 시장은 볼거리도 볼거리지만 각양각색의 군것질거리로 더 유명하다. 잠깐 길을 헤메긴 했지만 어찌어찌 해서 자갈치 시장을 찾아갔다. 부산 지하철의 출입구엔 시원시원한 부산 사람들 성격처럼 큼지막한 글씨로 역 이름이 써있다. '자갈치시장역'도 아니고 다짜짜 '자갈치역'이라고 되어있는게 살짝 재밌다. 자갈치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이곳엔 자갈치 시장 뿐 아니라 국제시장, 깡통시장이 연달아 붙어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