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텔에서 나와 호세(José)를 만나러 가는 길. 둘 다 호세를 못 본지 한 달도 넘게 되어 한껏 들떠 있었다. 잠시 호세라는 친구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마드리드공과대학교(UPM)에서 건축을 공부하는 친구인데 작년에 일 년간 한국의 우리학교로 교환학생을 와 있었던 아이다. 지금은 반대로 나랑 우린이가 마드리드 호세네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상황. 마드리드에서는 우리집이랑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지만 어찌나 바쁜지 생각보다 자주 얼굴을 못보던 차에, 호세의 고향인 사라고사에서 함께 만날 기회가 온 셈이다. 호세랑 만나기로 한 장소는 구시가지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나와서 있는 '아라곤 광장(Plaza Aragon)'이다. 호스텔이 구시가지 북서쪽에 있는 까닭에 아까 걸었던 알폰소 1세 거리,..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할때면 퍽퍽해도 맛있는 삶은 달걀이 먹고싶어지고, 자동차 드라이브를 즐길 때면 심심한 입을 달래주는 사탕과 껌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여행자의 긴긴 외로움과 지루함을 달래주는 군것질! 혼자일땐 심심하지 않아 즐겁고 여럿이 함께면 나누어 먹는 재미가 있어서 더욱 좋다. 배낭여행을 처음 해보는 새내기 여행자 일지라도 인도에서 한달정도 다니고 나면 이동거리가 4000km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나라도 크고 볼것도 많아 인도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기차나 버스 위에서 보내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길거리에서 파는 군것질에 먼저 눈이가고 만다. 방앗간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마냥 어느샌가 쪼르르 달려가서 지갑의 동전을 탈탈 털고있는 내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을정도니....
유럽에서의 세번째 밤, 호스텔 복도의 작은 조명아래 앉아 맥주에 안껏 취한 채 펜을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본 야간열차는 생각보다 많이 편했다. 잠든 승객들을 태우고 밤새 국경을 넘는 야간열차. 피곤함도 잊은채 그 낭만에 젖어 둘째밤을 그렇게 보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그리 편하기만 한것도 아니었다. 밤새 뒤척이며 이렇게도 누웠다가 또 저렇게도 누웠다가 하며 아마 새벽녘이 다 되어서야 잠이 든 것 같다. 아침이 밝았다. 뮌헨까지는 아직 한시간정도 남은 시각.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들판의 햇살로, 졸린 눈을 비비고 눈을 떳다. 확실히 침대에서 잔것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온몸이 쑤셨지만, 마트에서 사 두었던 우유와 미숫가루로 아침을 해결하고 본격적인 독일에서의 하루를 힘차게 시작했다. 야간열차에서 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