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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 여행의 마지막 날. 지난 이틀간 그토록 비가내리더니만 오늘 아침엔 도동항 뒷쪽으로 무지개가 걸렸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무지개를 보는건 처음이다. 이것도 울릉도의 유별난 날씨가 만들어낸 자연의 신비일까나.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기분이 좋다. 하늘도 유난히 더 파랗게 느껴진다.


울릉도에서 만난 행운의 무지개!


 예정대로라면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독도로 향하는 배에 탔어야 한다. 오래전부터 독도를 꼭 한번 두 발로 밟아보고싶은 소망이 있었기에 오늘이 더욱 기다려졌었다. 하지만... 결국 독도로 향하는 배는 뜨지 못했다. 먼 바다의 날씨라는게 육지에서 보는거랑은 많이 다른 모양이다. 여기서 보기엔 하늘도 개었고 비도 그친데다가 바람까지 잠잠하니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독도 경비대 쪽에서는 출항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가볼 수 있다는 독도... 결국 오늘은 포기해야만 했다.




우산버스라고 큼지막하게 써있는게 독특하다.


 아쉬운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오늘은 울릉도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내수전 옛길 트래킹코스를 걸어보기로 했다. 내수전 전망대에는 어제 잠깐 들러서 사진을 찍었었는데 시계반대로 도는 차도는 거기서 끊긴다. 대신 그곳에서부터 북동쪽 석포 일출 전망대까지 원시림을 통과해서 이어지는 4.4km의 내수전 옛길 트래킹코스가 최근에 조성되어 있다고 했다. 우선 출발지점까지 가기 위해서 저동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울릉도에서 본 하늘중에 가장 파란 하늘.


 다시 저동항에 도착했다. 어제 흐린 날씨속에서 봤던 저동항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산등성이를 감싸안으며 낮게 깔린 구름이 인상깊다. 육지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울릉도만의 독특한 기상 현상이 아닐까.
 저동항은 촛대바위로 유명한 '미항'이다. 어제는 멀리서 지나가며 본게 전부지만 오늘은 방파제까지 직접 올라가서 사진을 좀 더 담아보기로 했다.





촛대바위에서 바라보는 죽도.


 날씨가 화창해지니 바다도 더 푸르게 보인다. 울릉도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방파제에서 한참을 걸어다녔다. 벌써 여행 마지막 날이지만 아직도 멀리 울릉도에 와 있다는 사실이 잘 실감나질 않는다. 오늘 트래킹 코스를 열심히 걷고나면 좀 실감나려나.

울릉도에서는 RV 택시를 실컷 구경할 수 있다.


 저동항에서 내수전까지는 버스가 다니질 않기때문에 택시를 타고 움직여야 한다. 신기하게 구경했던 울릉도의 RV차량 택시를 드디어 타볼 수 있는 기회! 어찌나 언덕도 많고 길이 구불구불하던지 서울에서 보던 택시는 다닐 엄두도 못낼것만 같다.




하필이면 지금 또 비가 내리다니...


 울릉도 내수전 옛길 트래킹 코스는 내수전 전망대에서 왼쪽 흙길로 들어서면 곧바로 시작된다. 그런데... 이놈의 날씨가 또 말썽이다. 내수전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비가 내리더니 이내 폭우로 변해버렸다. 저동항에서 불과 몇 km 왔다고 그새 날씨가 이렇게 바뀌어 버리다니. 이제는 해탈의 경지에 이를 정도다... 급한대로 우비를 하나씩 걸쳐입고 강행군을 하기로 했다.





비를 머금은 자연은 더욱 짙고 푸르다.


 시멘트 포장도로가 이어지나 싶더니만 금새 비포장 숲길로 바뀐다. 비가 내려서 불편한 점도 있지만, 어쩐지 이런 원시림에는 자욱한 안개와 빗소리가 잘 어울리는것 같기도 하다. 마치 '비밀의 숲'에 몰래 들어온 느낌이랄까...





비밀의 숲, 자연속으로 깊이 들어와 길을 걷는다.


 길을 따라 숲으로 더 들어가자 말 그대로 울창한 원시림이 펼쳐진다. 분명 한국에 어딘가를 걷고있지만 우리나라가 아닌것 같은 느낌이랄까. 내수전 옛길 트래킹 코스를 걷다보면 계속해서 이런 풍경들을 마주치게 된다.
 비가 잠잠해지고 안개가 자욱해지면서 점점 더 신비로운 분위기는 더해지고... 힘든줄도 모르고 마치 나도 모르는 힘에 이끌려 들어가듯 계속 길을 따라 걸었다.






트래킹의 맛은 바로 이런 야생스러움(?)!


 단체로 흰 우비를 걸치고 이런 길을 걷고있으니, 마치 무슨 신흥종교의 사제들이라도 된것같아 보인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나뭇잎에 빗방울이 스치는 소리, 나무사이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의 촉감을 느끼며 온몸으로 내수전 옛길을 걸었다.
 하지만 빗줄기가 점점 더 굵어지고... 결국 우리는 발길을 돌려 다시 내수전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물론 조금만 더 무리하면 석포까지 트래킹 코스를 완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서 다시 도동항으로 돌아오려면 섬 전체를 거의 한바퀴를 돌아와야 한다. 시간도 그렇고 날씨도 애매해서 아쉽지만 중간쯤에서 잠시 쉬었다 돌아가기로 했다. 잠시 숨을 고르며 계곡물에 발을 담갔는데 어찌나 시원하던지...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없었다.





자욱한 안개가 더욱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아쉽긴 좀 아쉬웠다. 이런 트래킹코스를 좋아하는지라 계속 앞장서서 걷고 있었는데 말이다.
 다시 내수전 전망대로 돌아왔을때까지도 안개는 걷힐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우비를 입었지만 바람때문에 빗방울이 날려서 신발부터 티셔츠까지 완전히 젖어버렸다.



무려 만이천원짜리 홍합밥! 과연 그 맛은?


 역시나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건 맛있는 음식들! 울릉도하면 호박엿과 오징어가 떠오르지만 사실 식사 메뉴로 또 유명한게 바로 '홍합밥'이다. 사실 홍합밥이라는 말 자체를 울릉도에 와서 처음 들어봤다. 미리 알아둔 울릉도 최고의 맛집을 찾아 다시 도동항까지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또 먹고 싶다 홍합밥...꿀꺽.


 홍합밥이라는게 사실 특별한 뭔가가 있는건 아니다. 홍합을 넣고 지은 밥을 나물이랑 김이랑 해서 비벼먹는건데... 아...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 정말 너무 맛있다! 물론 한참을 트래킹 코스를 따라 걷고와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너무 맛있다. 원래 식성도 좀 촌스러운 편이라 비빔밥이나 콩나물밥, 산나물 같은걸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서 그런가... 어쨌든 울릉도 여행하면서 먹은 모든 음식중에 단연 홍합밥이 최고다. 울릉도에 가면 오징어나 호박엿은 선물용으로만 챙겨오고 홍합밥을 꼭 먹어보길!




귀요미 아가! 홍합밥을 먹고 커서 피부도 좋단다~


 마지막 사진은 보너스! 홍합밥집 주인 아주머니의 귀여운 손자란다. 식당 바닥에서 곤히 자고있는 덕분에 우리도 조용조용 깨지않게 식사를 마쳤다. 젖을 떼자마자 부터 홍합밥을 먹고 자랐다는게 그래서 그런지 더 귀여워보인다! 이 맛있는 홍합밥을 매일같이 먹고있다니... 부럽다! 그정도로 맛있었다. 아아...또 먹고 싶어라.(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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