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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밤 리조트에서는 밤새 즐거운 술자리가 이어졌다. 바다내음이 물씬 풍겨오는 울릉도의 밤바람을 안주삼아 술한잔에 이야기 한마디씩 목을타고 넘어가니 여기가 바로 천국이 아닌가 싶었다. 역시 섬 여행의 묘미는 선선한 바닷바람이 부는 새벽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느즈막히 잠을 청했다.

대아리조트의 미역국은 정말 최고!


 울릉도 대아리조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뭐니뭐니해도 아침식사로 나온 미역국! 평소엔 잘 먹지도 않는 미역국이지만 어찌나 맛있던지 두 번을 더 리필해서 먹었다. 덕분에 숙취도 깔끔하게 사라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숙소를 나설 수 있었다.




비는 언제쯤 그치려는지...


 밤새 그토록 기도했건만 아침나절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파란 하늘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숙소 앞으로 찾아온 관광 버스를 타고 태하향목으로 출발했다. 울릉도 여행은 크게 렌트카를 타고 하는방법과 관광 패키지로 짜여진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트레킹을 좋아하고 걷는걸 즐기는 사람이라면 걸어서 다니는것도 방법이겠으나, 막상 차를타고 섬을 돌아보기 시작하니 언덕도 상당히 많고 길이 험하다.

 아! 울릉도에 택시들은 전부 RV 차량이라는 사실에 상당히 놀랬다. 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단 택시는 단 한대도 없고, 싼타페나 투싼처럼 근육질의 차량들이 택시 영업에 사용되고 있었다. 이 역시 험한 울릉도 지형때문에 자연스레 생겨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아닐까.



유치해 보이지만 의외로 올라가며 바라보는 시퀀스가 상당히 괜찮다!


 태하 향목은 울릉도 북서쪽 끝단에 위치한 관광 포인트다. 깎아지는 듯한 절벽 위로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면, 대한민국 10대 비경이라고 불리는 태하향목의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 할 수 있다. 쉬지않고 내리는 비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 내심 걱정했지만, 막상 모노레일을 타고 천천히 올라가며 바라본 울릉도의 풍경은 한국의 여느 관광지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궂은 날씨에도 전망대 꼭대기에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10여분 쯤 걸어 드디어 태하 향목에 도착했다. 이곳 전망대에 서면 울릉도 북쪽 해안선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여기저기 둘러보는 사이, 해안가에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절벽을 감싸안으며 장관을 이루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이런 풍경을 마주치면... 말이 필요없다!


 섬 여행에는 늘 익숙함과 특별함이 공존한다. 분명 우리나라, 우리국토의 어딘가에 서있음에도 눈앞에 펼쳐지는 사뭇 다른 풍경은 묘한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마라도에서도 그랬고, 이곳 울릉도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치 마술을 부리는듯 빠른 속도로 모양을 바꿔가며 산자락을 휘감는 구름을 한동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다시 해안가로 내려와 나리분지로 가는 길


 다시 태하향목에서 내려와 나리분지로 가는 길목에 잠시 멈췄다. 울릉도의 지형적 특징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나리분지'는 북쪽 해안가에서 차를 타고 들어가거나 도동항 근처에서 등산로를 걸어 올라갈 수 있다. 사실 아침에 일출을 보고싶어 등산을 해볼 생각도 했지만, 서울의 명산인 관악산을 뺨치는 난이도와 등반시간때문에 깔끔하게 포기해야만 했다. 대신 오늘은 차를 타고 올라간다.

 태하향목을 내려오면서 부터 조금씩 날이 개인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인만큼 날씨도 시시각각 달라지는게 한눈에 보인다. 과연 울릉도를 떠나기 전에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친근한 농촌 마을같은 나리분지의 모습


 나리분지에 도착하면서 부터 카메라의 세팅을 16:9로 바꿨다. 막상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평범한 여느 농촌마을 처럼 생긴 나리분지지만, 영화에서나 등장할법한 묘한 분위기가 감도는게 참 좋았다.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싼 산세 덕분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바로 울릉도의 살아있는 자연이다!


 나리분지에는 울릉도 전통 방식으로 재현한 '우데기' 한채를 제외하곤 특별히 볼거리가 없다. 대신 자연의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름다운 생태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밤새 미를 머금어 더욱 생기가 도는 나리분지의 꽃과 나무들. 가까이 다가가면 날아갈법도 하지만, 이곳의 나비와 곤충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거의 없어 보인다.


울릉도의 음식은 하나같이 다 맛있다! 정말!


 여행에서 또 먹는걸 빼면 섭섭하지! 나리분지의 유일한 식당에 들러 울릉도의 신선한 재료들로 만든 감자전과 산채전을 안주삼아 막걸리 한잔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분위기가 좋아 맛있는건지, 재료가 좋아 맛있는건지는 몰라도 정말 꿀맛이다. 캬!


그토록 바라던 파란 하늘!!! 반갑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던데, 정말 나리분지를 내려오자마자 거짓말처럼 하늘이 개었다!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에 다들 기분이 한층 들떠버렸다. 이제 다시 울릉도 북쪽 해안도로를 따라 동쪽 끝으로 간다. 그리 큰 섬은 아니지만 험한 지형과 열악한 도로 사정 때문에 자전거나 도보로 여행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버스도 어찌나 흔들리던지 사람들이 다들 멀미때매 힘들어할 정도. 그래도 파란 하늘 덕분에 마냥 힘들지만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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