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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즈막히 봄이 오는가 싶더니 벌써 한여름 날씨다. 그나마 습도가 낮아서 그늘에 있으면 시원하다고 하지만, 아직 6월초인데 벌써부터 30도를 웃돌 정도니 이러다가 8월에는 40도가 넘어가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자전거를 타는 일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날씨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6월 달에 이렇게 비가 자주 오는지도, 해질 무렵에 그렇게 푹푹 찌는지도 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운동한답시고 땡볕에서 고생하다간 오히려 몸이 축나기 딱 좋은 계절. 그래서인지 한강 자전거 도로는 오히려 이른 아침, 그리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에 사람들로 더욱 붐빈다.

어제 비가 내려서 그런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야경 예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한강의 다리들. 시간이 늦은 김에, 야경도 구경하고 시원한 강바람도 쐬보자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는 하지만 이정도야 별거 아니지. 그래도 늦은 시간이라 멀리까지 다녀오기는 힘들 것 같아서 그럭저럭 코스를 생각해 봤는데, 방화대교에서부터 선유교까지 한바퀴 돌아보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사실 더 멀리까지 가고 싶기는 했지만 등에 삼각대며 카메라 가방이며 둘러메고 드롭바를 잡으려니 허리가 많이 아프다.


오늘의 첫번째 주인공, 서울의 관문 방화대교의 아름다운 야경


 가양대교 남단에서 한강 자전거 도로로 진입해 방화대교까지 내리 달렸다. 이쪽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편이라 야간 라이딩 시에도 마음이 좀 놓인다. 방화대교에 도착해 사진을 찍으려고 삼각대를 펴니, 자리가 마땅치가 않다. 둔치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풀숲을 헤치며 강가로 들어섰는데 어두워서 앞도 잘 보이질 않는다. 겨우겨우 평평한 땅을 찾아서 셔터를 눌렀다. 오렌지 빛으로 예쁘게 빛나는 방화대교는 역시 한강 다리중에 손 꼽힐 만큼 멋진 야경을 자랑한다. 하지만 노출을 기다리는 내내 어찌나 모기가 물어 뜯던지 몇 장 찍어보고는 서둘러 둔치로 빠져나왔다.


제법 까칠한 가양대교의 불빛들


 처음 출발했던 가양대교로 다시 돌아왔다. 어떨 때 보면 참 예쁘지만 오늘은 눈으로 보는 만큼 사진에 잘 담기질 않는다. 서툰 내 솜씨를 탓하며 다시 삼각대를 접고 성산대교로 계속 달렸다.


성산대교 아래에는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러 나온 사람들이 꽤 많다


 성산대교는 섬세한 트러스 구조 사이로 새어나오는 오렌지 불빛과, 유려한 아치형 곡선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다리다. 대부분의 한강 다리들이 미학적인 요소 보다는 구체적이고 기능적인 요소들 만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오히려 가끔은 그런 군더더기 없는 구조 자체의 아름다움이 감동을 주기도 한다. 성산대교 남단에는 계단식으로 뻗어나온 넓은 광장이 있어서 사진을 찍기에도 안성맞춤. 조금씩 굵어지는 빗방울에 돗자리를 피고 쉬던 사람들이 하나 둘 철수하는 모습도 보인다. 도로가 미끄러워 질까봐 걱정이 조금 되긴 해도, 어제부터 내린 비 덕분에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서 참 좋았다.



오늘 야경 라이딩의 종착역, 선유교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 오늘 야간 라이딩의 마지막 목적지, 선유교다. 한국의 아름다운 다리 10선에 선정될 정도로 구조적인 요소와 미학적 컨셉이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보도교. 늦은 시간에도 선유도를 찾는 사람들로 다리위는 분주한 모습이다. 서강대교까지 다녀와도 좋을 것 같았지만 빗방울이 계속해서 굵어진다. 낚시하는 사람들 옆에서 조심스레 사진을 몇장 담고서는 서둘러 짐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자전거 헬멧 쓰고 열심히 사진을 찍으니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 것 같기도...


 집이 가양대교 근처라 한강 상류쪽 다리들은 가볼일이 별로 없다.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이정도로 철수했지만 다음에는 더 멀리까지 한번 마음잡고 다녀올 생각이다. 아참 그전에 괜찮은 삼각대 스트랩부터 하나 장만해야겠다. 허접한 삼각대 가방에 넣고 다니니 페달질 할 때 마다 휘청거려서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더라.

 가양대교로 다시 돌아와 집으로 돌아 오는길. 아차, 그러고 보니 오늘 수상한 삼형제 마지막회를 못봤다! ...흑

오늘의 가벼운 야경 라이딩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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