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드골 국제공항 국내선 환승 터미널에 막 들어섰다. 감각적인 노출 콘크리트 벽체와 유리로 된 천장이 참 아름다웠지만 뜨거운 7월의 햇볕 때문에 어쩐지 후텁지근한 기분이다. 아내는 화장실에 들러 헛구역질을 하고 나왔다. 전날 밤을 꼴딱 새우고 열 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파리에서 아내의 몸상태는 이미 넉다운이었다. 이번 여행의 출발지인 리용에는 아직 도착하지도 못했다. 걱정스러운 마음 가운데 얼마 남지 않은 국내선 환승 시간을 확인하고는 이내 아내의 손을 끌어당겼다. 늦지 않으려면 지금 뛰어야 한다. 이게 다 라 투레트 때문이다. 애초에 이번 휴가를 계획한 이유부터가 라 투레트를 보기 위해서였고, 긴 비행에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국내선을 한 시간이나 더 타야 했던 것도 라 투레트가 파리보다는 리용에서..
결혼을 하고, 나는 가장이 되었다. 이제는 늘 두 사람이 함께니 무엇을 하더라도 혼자일 때 보단 어렵고 힘이 든다. 하물며 여행도 마찬가지다. 철없던 연애시절엔 하룻밤에 5유로짜리 호스텔에도 곧잘 묵곤 했었다. 하지만 일 년에 단 한번 부부가 함께하는 여름휴가에 그런 숙소를 택할 수는 없는 법이다. 미리부터 세워보는 휴가 계획에는 비행기 값도 두 배, 식비도 두 배, 숙박비는 두배 플러스 알파로 계산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회사의 공식 여름휴가 기간은 주말을 합쳐도 단 6일이 전부였다. 제아무리 머리를 굴려본들 우리 부부의 이번 휴가지는 멀리 가도 동남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난 올해 여름 꼭 '라 투레트'에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말이야 쉽지만 프랑스까지 가려면..
한없이 기분좋았던 어제가 지나가고, 호텔에서 맞은 아침은 생각보다는 실망스러웠다. 그동안 늘 유스호스텔의 빵쪼가리 아침식사에 지쳐있었던 터라, 간만에 호텔에서 자게된 오늘은 푸짐한 뷔페식 아침식사부터 떠올렸었는데 막상 내려가보니 이건 호스텔보다 더하다. 버터도 없이 크로아상 하나, 바게뜨 하나에 달랑 커피와 우유. 유럽에선 원래 이렇게 아침을 먹는다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이걸 먹고 어떻게 돌아다니라는건지... 한국에서 먹던 국 한대접에 밥 한공기가 그리워진다. 지난 밤에는 밀린 옷가지들을 왕창 빨아서 빨랫줄이 모자랄 정도로 방안에 걸어놓았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하나도 말라 있지 않았다. 급한대로 해가드는 창가에 옷을 다시 옮겨놓고 다시 침대에 누워 뒹굴거린다. 오늘은 계획이 조금 여유가 있어서 옷이 ..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어딜 가더라도 참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 많다는걸 느낀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여행을 하면, 이름모를 외국인들 속에서 홀로 방황하게 될것이라고 예상했었지만 대부분의 유명한 관광지마다 한국사람들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이렇게 많은 한국 관광객들 속에서 여행을 하다보면, 가끔은 실망스럽기도 하다. 내가 생각했던 유럽여행이 다른사람들도 다 하는 똑같은 형식적인 여행이라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다들 가는 여행지 보다는 색다른 경험을 하기위해, 우리는 특별한 여행지들을 몇군데 생각했었는데 오늘 들른 '생폴 드 방스'가 그 중 한곳이었다. '생폴 드 방스'는 니스에서 북서쪽으로 11km정도 떨어진 전형적인 중세 요새도시이다. 니스에서 버스를 타고 한시간남짓 달리면 아기자기하고 예쁜 예술인 마을..
에메랄드빛 바다가 넘실대는 낭만적인 이국의 해변가로 떠나는 휴가. 요즘처럼 푹푹찌는 일명 '살인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는 그 어느때보다 간절해진다. 하지만 외국으로 떠나는 휴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은 꿈에 불과하다, 나역시 마찬가지. 한달간의 배낭여행이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갈때 쯤, 우리는 프랑스 남부 해안 '니스'에 들렀다. 지중해에서 즐기는 바캉스, 여행하는 내내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다려왔던 곳이기도 했다. 물론 바캉스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어디까지나 우린 잠깐 들러가는 관광객에 불과했고, 한나절 쉬어가는 해변은 오히려 아쉽게 느껴질 뿐이었다. 야간열차를 타고 아침 일찍 니스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바다에 나가있기엔 조금 그래서, 우리는 먼저 가까운 '생폴'에 다녀오기로 했다. 작지만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