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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1일 방영, 세계테마기행 EP.479 청춘예찬, 꽃보다 라오스 편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인 작년 6, 우리 둘은 세계테마기행 시청자특집 청춘예찬 꽃보다 라오스 편에 출연하였다. 생애 첫 TV 출연을, 그것도 무려 주인공이 되어 해외 올로케이션으로 데뷔했으니 가문의 영광도 이런 영광이 없을 것이다. 사실 처음 시청자 특집 출연자 공모를 봤을 때 만 해도 정말 우리가 갈 수 있을지 반신반의 했었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한동안은 정신이 없어 멍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튜브와 EBS 홈페이지에 우리가 출연한 방송이 다시보기로 올라와있는 걸 보니 이제서야 조금 실감이 난다.

어느새 올해의 시청자특집 편들이 방영을 앞두고 있다. 또 어떤 출연자가 어떤 여행지를 다녀 왔을지 상당히 기대된다. 이즈음 해서 나 역시 지나간 여행도 추억해보고 방송 촬영 후기 비슷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방송이 너무 짧아 담기지 못한 이야기도 많고, 또 우리처럼 시청자 특집 출연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조그마한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평범한 건축가와 수학강사, 이 둘은 어쩌다가 라오스에 세계테마기행을 찍으러 가게 되었던 것일까? 


세계테마기행 - '창사특집' 시청자와 함께하는 3부- 청춘예찬, 꽃보다 라오스_#001 다시보기
세계테마기행 - '창사특집' 시청자와 함께하는 3부- 청춘예찬, 꽃보다 라오스_#002 다시보기




모든 역사는 이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훗날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모르고 환하게 웃는 둘 @신정동 전집


2017년 3월 19일:
첫만남, 전집에서의 도원결의

시작은 가벼운 술자리에서부터 였다. TV를 보다 우연히 세계테마기행 시청자 출연 공모자막을 발견한 현재는 너무나 당연 스럽게 나를 제일 먼저 떠올리고 연락을 해왔다. 우리 둘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이 블로그에서 신현재라는 이름으로만 검색해봐도 숱하게 나올 테니 생략하겠다. 으레 이런 상황에서 우리 둘의 역할은 분명하게 나누어져 있다. 나는 판을 짜고, 계획을 세우며, 출제자의 의도를 분석해내는 전략가다. 현재는 내가 주문하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완수해내는 실행자다. 그날 저녁 우리동네 전집으로 현재를 불렀고, 내가 세운 계획을 들은 현재는 단번에 수락했다. 우리의 결의는 성사되었다. 

 

여행계획을 짜고, 수정하고, 또 짜고... @교대 스타벅스


2017년 3월 23일:
두번째 모임, 본격적인 지원서 작업

세계테마기행 시청자 출연 공모는 A4 한 장 분량의 자기소개서와 네 장 분량의 여행 계획서, 그리고 다섯 장 이내의 사진을 제출해야 한다. 분명 방송은 라오스 편이었지만 우리가 제출한 계획안은 사뭇 달랐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그들은 어쩌다가 라오스에 가게 되었는가?’.

사실 공모를 본 순간부터 내 머릿속 계획은 완벽하게 짜여져 있었다. 바로 자전거를 타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달리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스페인에서 한 달간 함께 살며 동서남북을 여행하자던 우리 둘의 작은 계획, 하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마무리 하지 못했던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 이후 5년간 사회인으로 살아가며 어느새 희미해져 버린 둘의 약속, 그리고 세계테마기행을 통해 못다한 여정을 완수하고 마침내 그 끝에 달하는 감동의 순간. 대략 이런 구성이었다. 지원서의 스토리텔링 포인트는 크게 두 개였는데 스페인자전거였다. 스페인은 우리 둘이 가장 길게 여행했던 곳이자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둘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안다는 것도 어필해볼 만한 포인트였고, 무엇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었다. 지원서에도 적었지만 실제로 세계테마기행에 산티아고 순례길은 몇 번 방영되지 않았다. 다른 방송사 사례를 찾아봐도 순례길의 특성상 젊은이들의 패기와 도전정신 보다는 산전수전 겪어온 분들의 사연과 감동을 주된 코드로 하고있었다. 그런 점에서도 순례길 위에 젊은이 둘은 특별한 방송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하나는 자전거인데 여기엔 언젠가 유럽 자전거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망이 조금은 반영되었다. 물론 그것보다는 수 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우리만의 개성이 돋보이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었다. 실제로 500여명 가까운 지원자 중에 단 네 팀만이 뽑힐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했고, 면접 당시에도 말쑥한 정장 차림에 자전거 헬멧을 쓰고 들어오는 두 청년의 특이한 모습이 합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나는 믿는다. 사실 진짜로 순례길을 자전거 타고 가라고 하면 어쩌나 고민도 많이 했었다. 이유는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구글 맵을 펼쳐놓고 마지막 리허설 @합정동 카페

좋다 쓰고 들어간다!!


201747:
면접 전날, 최종 리허설

나의 완벽한 계획대로 우리는 서류심사에 합격하고 최종 면접 만을 앞두게 되었다. 전날 카페 모인 우리는 여행계획을 복습하고 예상 질문을 만들어 연습해보기로 했다. 외국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우리가 내세웠던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실력도 테스트하지 않을까 싶어 대사 연습 또한 조금 했었다. 다행히 예상은 적중했고, 면접장에서 우리는 준비한 대로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뽐내어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이제 됐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자전거 헬멧을 쓰고 가자는 건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기억이 불분명하다. 다만 그날 나를 만나러 자전거를 타고 온 현재가 가져온 헬멧을 보고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였던 건 분명했다.

 

무사히 면접을 마치고, 기념촬영

대기실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그리고 헬멧 두 개!


201748:
면접 당일, 심사위원들을 포복절도시키다

면접은 매봉역에 있는 EBS 본사에서 진행되었다. 가기 전에 인터넷에 있는 후기라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거의 없었다. 본사 1층에 있는 커피숍 로비가 대기 장소였다. 다른 참가자들 면면을 살펴보는데 우리 예상대로 최종 면접까지 올라온 사람들은 대부분 한눈에 봐도 컨셉이 확연히 드러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아빠와 딸 부녀팀, 한국인과 외국인 친구팀, 패기 좋아 보이는 젊은 남자팀, 여행 경력을 증명하는 이국적인 옷차림의 여성팀 등 이다. 물론 그날 가장 특이했던 건 우리 둘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하필 그날이 친구 결혼식날이라(무려 부케를 받기로 되어있던!) 나는 말쑥한 정장 차림에 자전거 헬멧을 썼고, 현재 또한 단정한 차림에 빨간 헬멧이 포인트였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 면접장에 들어갔고, 약 열명 정도의 면접관들은 우리가 인사를 하기도 전에 헬멧과 옷차림을 보고 폭소부터 터트리셨다. 내친김에 확실하게 끝내버리고 싶어 준비했던 우리 고유의 손 합체 제스쳐를 취했다. 이미 분위기는 우리 쪽으로 넘어왔고, 이후 유쾌한 대화를 십 분쯤 이어가며 면접이 모두 끝났다. 기억에 남는 질문은 혹시 지원한 스페인에 못 가게 되면 어디가 가고 싶어요?’ 였는데 그때 현재는 동남아, 아마존이나 정글처럼 험한 오지라고 대답했다. 목적지가 라오스로 결정되는데 이 대답이 얼마나 유효했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사전 회의중, 아이템이 생각보다 많다? @당산동 할리스


2017421:
출국 전 사전 회의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우리의 여행지는 스페인에서 라오스로 바뀌었고, 다행스럽게도(?) 자전거를 타고 동남아의 정글을 헤멜 일은 없었다. PD, 작가님들과 모두 모여 촬영 일정과 아이템을 점검하는 사전 회의를 가졌다. 당연한 얘기지만 나는 방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처음, 그것도 가까이서 보는 경험이다 보니 아무것도 안하고 구경만 해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작가님들이 준비해 오신 촬영 아이템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이거 만만치 않겠다 싶었다. 어찌되었든 간에  카메라에 나오는 건 우리 둘이기 때문에 한눈 팔 여유가 없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공항에서 출정 기념샷! PD님은 자체 초상권 보호중


2017525:
드디어 출국
!

드디어 출국날. 89일의 긴 일정을 함께 해주실 촬영감독님까지 공항에서 합류하여 비로소 우리는 한 팀이 되어 비행기에 올랐다. 또한 어른의 사정으로 인하여 비좁은 저가항공 좌석에서 차디찬 멸치(대가리)주먹밥을 씹으며 가야했지만 그게 무슨 대수랴 싶었다. 밤 늦게 라오스 비엔티안에 도착한 우리는 현지에서 우리를 코디해줄 짠사이와 운전기사 캄까지 만나 비로소 여섯 명 완전체가 되었다. 연예인들이나 타는 줄 알았던 촬영용 전용 밴(스타렉스)에 오르니 비로소 여정이 시작되었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생각해보면 89일을 거의 꽉 채워 촬영 했음에도 고작 40여분 방송이 나갔으니 보여준 것보다 안 보여준 게 당연히 더 많다. 나에게는 첫 방송출연이자 첫 동남아 여행이기도 했고, 현재를 빼고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24시간 밀착해서 다니는 색다른 경험이기도 했다. 방송 출연이라는 목적을 빼더라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멋진 여행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일 년이 지나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설레고 즐겁다.


우리의 든든한 발이 되어준 스타렉스와 현지 코디 짠사이

촬영사이 이동중 차 안은 늘 이런 풍경

강행군을 위해선 적절한 영양보충이 필수

그리고 얼마후 이 둘은... 급속도로 현지인화 되어버렸다

 

여행기는 아래 목록처럼 총 일곱 편으로 연재할 예정이다. 일년 전에 라오스로 떠난 내가 그랬듯, 잠시 지루한 일상을 털고 나와 두 남자의 매력 넘치는 여행기와 함께 해보시길.




세계테마기행 라오스편 촬영후기 연재목록

(1) 그들은 어쩌다 라오스에 가게 된걸까?
(2) 패러모터와 핼리켐으로 방비엥의 하늘을 누비다
(3) 블루라군에서 수중동굴까지, 방비엥에서 물 만났다
(4) 루앙프라방 찍고 우돔싸이 들어가던 날
(5) 푸야카산 등반기, 은하수 아래 정상에서의 하룻밤
(6) 계곡을 지나 폭포를 건너, 우돔싸이 정글 탐험기
(7) 크무족과의 짧았던 인연, 그리고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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