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드니 빌 뇌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Arrival, 2016)'가 떠올랐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전 세계 도심 상공에서 묵묵부답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한 괴 비행체 '셸(Shell)' 말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영화에서 세로로 긴 비행체를 가로로 눕혀 놓았고 곤충의 다리같이 뻗어 나온 4개의 기둥이 달려 있다는 점뿐이었다. 상파울루 미술관(MASP, Museu de Arte de São Paulo)의 첫인상은 이처럼 지구인의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경하고 이상했다. 이탈리아 태생의 브라질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Lina Bo Bardi, 1914-1992)의 설계로 지난 1968년 완공된 이 미술관은 명실상부한 상파울루의 상징이다. 처음 이 건물에 대해 알게 된 건 정말이지 우연한 기회였다..
한국에서부터 지구 정반대 편 브라질까지 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미국을 경유하거나, 유럽 주요 도시를 경유하거나, 중동을 경유하는 방법. 지난 2016년에 유일한 직항 편이 폐지된 이후론 환승 편을 이용하는 방법만 남아있다. 그중, 미국을 경유하는 방법은 거리는 짧아도 ESTA를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유럽 주요 도시를 거치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아부다비의 에티하드 항공, 도하의 카타르 항공, 또는 두바이의 에미레이트 항공을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무난한 선택이다. 그렇게 브라질 상파울루로의 출장이 확정되었다. 오고 가는데만 꼬박 사흘은 잡아야 하니 일정을 계획하는 것도, 여비를 예상하는 것도 이래저래 다른 출장 때보다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것 같다. 게다가 난생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