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브라질 출장길에 임하는 나의 마음가짐은 이전 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봄 일본으로의 출장이 모형을 들고 가 설치하는 나름 단순한 작업이었다고 한다면 이번엔 어찌 됐든 간에 '집'을 '지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이역만리 브라질까지 와 대나무로 집을 짓게 된 것일까. 지금 생각해도 풋- 하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서 이번 출장은 그 시작도, 과정도, 결과도 하나같이 예측불허의 연속이었다. '가로 1.8m, 세로 3m, 높이 6.5m의 2개 층 규모의 대나무 건축물' 이것이 이번의 내가 완수해야 하는 '출장의 목적'이다. 이 요상하게 생긴 건축물은 이미 서울과 도쿄에서 전시되었던 'DMZ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계된 것으로 당시 모형과 영상으로 선보..

너무나 아는 것이 없을 때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가진 단편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허구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특히나 그 대상이 단순한 사물이 아닌 도시, 문화와 같은 형이상학적인 대상인 경우 사실은 더욱더 왜곡되고 실체와 멀어진다. 지금 나는, 출장을 떠나기 전 막연하게 가졌던 브라질에 대한 선입견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 아프리카를 처음 여행하기 전에도 비슷한 실수를 범했었다. 마치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초원, 야생동물, 소수민족 따위의 단편적인 이미지만으로 지구 상에서 가장 거대한 대륙을 일반화해버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한복판에서 번쩍이는 고층 빌딩 숲을 마주했을 땐 스스로가 부끄러워 숨어버리고만 싶었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첫인상은 '도시' 그 자체였다. 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