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차에서의 둘째날 아침은 조금 특별했다. 오늘 아침도 문을 열고 나가면 어김없이 '짜이?' 하고 외치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똑똑똑... 나가기도 전에 먼저 문을 먼저 두드리는 주인장. 무슨 일일까? 내가 짜이를 좋아하는걸 알고 일부러 가져다 준걸까? '나마스떼' 하고 인사를 하며 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짜이 한잔을 들고 환하게 웃는 주인장이 떡하니 서있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부터 나를 찾아온 손님이 있다고 했다. 누굴까? 이역만리 인도땅 한가운데서 낯선 여행자를 찾아온 손님이라니... 그 손님의 이름은 '가네쉬'. 인도에서 가장 흔한 남자 이름을 가진 눈이 크고 서글서글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반갑게 한국어로 인사를 먼저 건네는 가네쉬. 인상은 ..
그림을 그릴줄만 알았지 받을줄은 몰랐다. 인도를 스케치북 가득 담아 그리고 오겠다며 큰소리 뻥뻥 쳤지만, 애초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페이지가 텅텅 빈 스케치북을 들고 여행을 마쳐야 했다. 비록 스케치북은 다 채우지 못했지만 그림을 그리며 만든 추억들이 나머지 빈 페이지를 가득 채워주는 것 같아서 그래도 허전하진 않다. 그림이라는게 한장만 그린다 해도 30분이 넘게 꼼짝않고 한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하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많이 생기고 현지인들과 오랜 대화를 나누는 일도 많았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그렇게 대화로 마음이 통했던 친구들에게 작은 그림이라도 한장씩 그려서 선물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때는 왜 그런 생각이 안들었는지, 어휴. 어쩌면 난 욕심만 가득한 이기적인 여행자는 ..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로컬버스나 디럭스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 좋은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관광지가 아닌 조그만 마을들을 지나며 창밖으로 만나는 풍경이 참 좋았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거리가 500km를 넘어가는게 예사인 인도에서는 이정표에 100km만 남았다고 나와도 거의 다왔네 하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오곤 했다. 우데뿌르에서 푸쉬카르로 가는 길도 참 멀고 험하더라.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디럭스버스보다 한 등급 더 낮은 로컬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리나라 시골 읍내풍경을 연상케 하는 작은 마을들을 수도없이 지났던 것 같다. 이런 작은 마을을 지날때면 어김없이 버스가 한번씩 쉬어간다. 길 한쪾에서 기사아저씨께서 피곤하셨는지 짜이로 목을 축이며 이리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