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 스트라이다를 끌고 제주를 오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에만 해도, 이 조그만 자전거를 타고 오름에 가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일주도로에서는 조금만 오르막이 나와도 이내 한숨부터 쉬던 우리가 별안간 오름에 가보겠노라 결심을 하게 된 건, 다 '생태숙소 퐁낭'의 마당비님 덕분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도 그 분께 너무나 감사드린다. 어쩌면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를 제주의 진짜 아름다움을 소개시켜 주셨기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두 가지 부류로 분류된다. 하나는 아무 계획 없이 훌쩍 떠나는, 그야말로 방랑을 즐기는 타입. 또 하나는 철저히 조사하고 공부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 까지도 여행의 시작으로 여기는 타입. 나는 그 중 두 번째에 가까운 사람이다. 떠나기 전에 미리 계획하고..
처음 자전거로 제주 여행을 계획했을 때, 주변 사람들로 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가지 마라'. 걱정되다 못해 기분이 나쁠정도로 만나는 사람마다 똑같은 말뿐이었다. 하긴, 제일 덥다는 8월 첫주에 자전거로 남쪽 섬을 가겠다니 어찌보면 조금 바보같아 보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나에게 무조건 가지말라고 충고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걸까. 물론, 개중에는 마음에 걸리는 진심어린 충고도 있었다. 자전거로 여행을 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내게 될 것이고, 그러면 관광도 제대로 못하고 죽어라 페달만 밟고 온다는 소리였다. 처음에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진짜 죽어라고 자전거만 타다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 하지만 제주도..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겨우 5일 타면서 무슨 결전의 날 까지 있겠냐만은, 하루 종일 엉덩이 붙이고 컴퓨터 앞에서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자전거로 하루에 80km 넘게 달려야 한다는게 나름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게다가 오늘 라이딩에는 목적지조차 없다. 일단은 성산까지 가는걸 목표로 하되, 너무 무리하진 않기로 미리 약속했다. 과연 어디까지 달릴 수 있을까. 4박 5일이면 그리 짧은 일정은 아니었지만 욕심을 조금 부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거리 분배가 그렇게 되고 말았다. 마라도는 꼭 보고 싶었고, 그렇다고 우도나 성산 일출봉을 포기할 수는 없고... 2일차와 3일차에 두 곳을 나누어 놓으니 그 사이 거리가 거의 100km 가까이 되더라. 물론, 그 사이에도 중문이나 서귀포, 표선 같은 볼거리가 수두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