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계속 펜을 굴려본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은 누구에게나 한번 쯤은 일탈을 꿈꾸게 만든다. 얼마 후, 인터넷을 기웃거려가며 가장 짜릿한, 하지만 오랜 여운을 남기는 일탈은 뭐가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살며시 펜을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어느새 모니터 앞에 바싹 다가가 앉아 비행기표를 찾아보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행은 그렇게 일탈을 꿈꾸며 시작된다. 인도를 여행하며 서양에서 온 한 여행자를 만난 적이 있다. 차림새만 봐도 오랜 여행의 연륜이 묻어나는 진짜배기 배낭여행자였다. 이번 여행도 벌써 1년째 계속되는 중이란다. 괜시리 주눅이 들어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왜 그렇게 오랬동안 여행을 하고 있냐고. 돌아온 그의 답은 ..
스무살, 내 인생의 첫 배낭여행지는 유럽이었다. 아직 어린 나의 눈에는 모든 도시가 마냥 신기하고 멋지게 느껴지던 그때였지만 그 어느곳 보다도 모나코에서의 하루는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푸른 지중해위에 수평선 위로 높게 돛을 올린 요트의 향연.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닷물보다 더욱 아름다웠고, 시내를 유유히 질주하는 빨간 페라리보다 더욱 역동적이었다. 요트를 타고 길도 이정표도 없는 망망대해를 달리는 상상만으로도 나의 가슴은 쿵쾅거렸다. 바다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을까. 그때부터 나는 늘 요트를 한 척 가지는 꿈을 꾸게 되었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면 언젠간 이룰 수 있는게 '목표'라면, '꿈'은 조금 다르다. 손을 뻗어 잡기에는 아득히 멀리 있지만 마음에 담아두는 것만으로도 가슴뛰게 만들어주는 그것...
오랜 비행때문인지, 시차에 아직 적응을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막 잠에서 깬 후배녀석의 표정이 어째 시무룩하다. 오늘 하루쯤은 다르에스살람에서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얼굴에 써 있는게 다 보이는데 짧은 일정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싫은 소리가 먼저 입에서 나온다. 지친 몸을 이끌고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조차 없는 찜통같은 공항 한 구석에서 서둘러 입국수속을 마치고 비자를 받기 위해 줄을 섰다. 탄자니아는 따로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갈 필요가 없는 국가다. 여권과 함께 50달러만 내면 즉석에서 비자를 발급해준다. 기다리는 동안 드디어 여유가 좀 생겨서 주변을 둘러본다. 조금은 어색한 공항의 풍경과 쉴새없이 들려오는 낯선 말들, 얼굴에 땀이 흐르는것도 모르고 마냥 신기해서 두리번거려본다. 그런데 어째 오히려 누런 ..
잠보! 맘보! 하쿠나마타타! 언제 어디서 마주치더라도,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과장된 몸짓으로 나를 반가히 맞이해주던 그들. 적도의 태양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한 그들의 표정, 몸짓, 하나하나 모든게 그립다. 짧은 일정이라 떠나기도 전에 아쉬움이 먼저였지만, 오히려 그래서 여운이 더 길었던 아프리카의 기억. 그 짧지만 뜨거웠던 10일간의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보려 한다. 여행하며 사진찍기 처음으로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떠나는 여행이었다. 나보다 10년은 먼저 태어난 오래된 수동 카메라의 필름을 끼우고 첫 배낭여행길에 나섰을 때에는 사진의 '사'자도 모르는 말 그대로 애송이었던것 같다. 하루하루 필름을 새로 갈아끼우고 라벨을 붙여 정리하면서도 부담같은건 전혀 없었으니깐. 렌즈교환식 카메라라고는 하지만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