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지와 목적지를 정해두고 달리는 자전거 여행은 수평선상에서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다. 두 점을 잇는 선분 위에서 얼마나 빨리, 혹은 천천히 달릴 것인지만 결정하면 두 바퀴가 알아서 나를 이끌게 된다. 길을 찾거나 방향을 잡기위해 그리 많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밥을 먹을 곳도, 잠을 잘 곳도 모두 그 길 어딘가에 있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은 잡념을 떨쳐버리기에 참 좋다. Rider's high는 꼭 심장이 터질듯한 흥분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어느덧 자전거 국토종주 대장정의 다섯번째 아침이 밝았다. 갑작스럽게 휴가를 쓰고 떠나온 여정이었다. 사무실에서 한창 일하고 있었을 시간에 좋은 경치에서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 참 좋았었다. 그런데 벌써 토요일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달려야할 거리보다 달린 거리거 더 ..
바글바글. 시원한 해장 라면 끓는 소리와 함께 국토종주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어제 저녁 삼겹살과 맥주에 이어 아침으로 라면까지 끓이고 있으니 대학생이 되어 엠티에 온 것 마냥 설렌다. 직장인 신분이 되어 다시 맛보는 엠티라면은 그야말로 꿀 맛. 할머니댁 김치냉장고에서 신김치까지 꺼내어 쭉 찢어 입에 넣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한 그릇 씩 뚝딱 비우고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늘상 회사 책상에만 앉아있다가 안장 위에 앉으니 엉덩이가 비명을 지른다. 1박 이상 자전거 여행을 하면 겪게 되는 '아침의 공포'랄까. 출발하고 조금 있으면 괜찮아 지지만 처음엔 살짝 망설여지는게 사실이다. 원칙적으로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강줄기를 따라 조성되어 있어서 대부분 옆으로 강을 끼고 자전거 도로를 달리게 된다. 하지..
꽃샘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3월, 나는 소장님 앞에 당당히 휴가 신청서를 내밀었다. 휴가일수 4일, 휴가사유는 무려 자전거 국토종주! 지난 아라뱃길 테스트 라이딩 이후 본격적인 여행 준비에 착수했다. 직장에 발이 묶인 몸이다보니 무엇보다도 전체 일정을 정하고 휴가부터 확정 짓는 것이 급선무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국토종주 코스는 약 600km 정도. 하루에 100~120km씩 무난하게 탄다고 치면 4박 5일이 적절해 보였다. 사람에 따라서는 2박 3일, 심지어 1박 2일만에 완주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바퀴가 작은 미니벨로의 주행력을 고려해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4박 5일 일정에 여분의 하루를 더하니 총 6일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주말을 끼고도 최소 4일의 휴가가 필요했다. 이제 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