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계속 펜을 굴려본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은 누구에게나 한번 쯤은 일탈을 꿈꾸게 만든다. 얼마 후, 인터넷을 기웃거려가며 가장 짜릿한, 하지만 오랜 여운을 남기는 일탈은 뭐가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살며시 펜을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어느새 모니터 앞에 바싹 다가가 앉아 비행기표를 찾아보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행은 그렇게 일탈을 꿈꾸며 시작된다. 인도를 여행하며 서양에서 온 한 여행자를 만난 적이 있다. 차림새만 봐도 오랜 여행의 연륜이 묻어나는 진짜배기 배낭여행자였다. 이번 여행도 벌써 1년째 계속되는 중이란다. 괜시리 주눅이 들어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왜 그렇게 오랬동안 여행을 하고 있냐고. 돌아온 그의 답은 ..
2년전 유럽을 여행할때만 해도 그렇게 한국음식이 그립거나 먹고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었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에서는 비싼 돈을 주고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고급 요리들을 매일같이 먹을 수 있었으니 굳이 더 비싼 돈을 줘가면서 까지 한국음식을 찾아 헤멜 필요가 없었던게 아닐까. 하지만 인도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코 끝이 찡해질 정도의 강한 향신료와 어딜가도 하나같이 짜고, 느끼하고, 맵고... 너무 강렬한 인도음식들만으로 여행내내 주린 배를 채우기에는 무리가 아니었을까. 처음 인도에 도착했을때는 매일같이 서민들이 자주 찾는 진짜 인도식 식당에 들어가 이것저것 먹어보면서 마냥 신났었던것 같다. 하지만 나역시 영락없는 한국사람인 모양이다. 일주일정도 지나고 나니 어느샌가 한국음식, 김치, 라면 ..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할때면 퍽퍽해도 맛있는 삶은 달걀이 먹고싶어지고, 자동차 드라이브를 즐길 때면 심심한 입을 달래주는 사탕과 껌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여행자의 긴긴 외로움과 지루함을 달래주는 군것질! 혼자일땐 심심하지 않아 즐겁고 여럿이 함께면 나누어 먹는 재미가 있어서 더욱 좋다. 배낭여행을 처음 해보는 새내기 여행자 일지라도 인도에서 한달정도 다니고 나면 이동거리가 4000km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나라도 크고 볼것도 많아 인도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기차나 버스 위에서 보내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길거리에서 파는 군것질에 먼저 눈이가고 만다. 방앗간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마냥 어느샌가 쪼르르 달려가서 지갑의 동전을 탈탈 털고있는 내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을정도니....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로컬버스나 디럭스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 좋은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관광지가 아닌 조그만 마을들을 지나며 창밖으로 만나는 풍경이 참 좋았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거리가 500km를 넘어가는게 예사인 인도에서는 이정표에 100km만 남았다고 나와도 거의 다왔네 하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오곤 했다. 우데뿌르에서 푸쉬카르로 가는 길도 참 멀고 험하더라.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디럭스버스보다 한 등급 더 낮은 로컬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리나라 시골 읍내풍경을 연상케 하는 작은 마을들을 수도없이 지났던 것 같다. 이런 작은 마을을 지날때면 어김없이 버스가 한번씩 쉬어간다. 길 한쪾에서 기사아저씨께서 피곤하셨는지 짜이로 목을 축이며 이리저..
좁을 골목을 혼자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골목이 거의 끝날 무렵 얼핏 맞은편을 바라보니 소 한마리가 떡하니 서서 길을 막고 있더라. 여기까지 걸어온게 억울해서 어떻게든 비집고 지나가 보려 했지만 결국 소를 피해 반대로 왔던길을 돌아가야만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상하리만큼 신기한 일들조차,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인게 너무나 많은 모양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하지만서도 적응이 되고나면 언제 그랫냐는 듯 오히려 그런 상황을 즐기게 되기 마련이다. 인도에는 참 많은 도시들, 참 많은 여행지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푸쉬카르만큼 또 유별난 도시가 있을까. 얼핏 첫 느낌은 그냥 조용한 마을이었던것 같다. 사람들의 북적임도, 릭샤의 소음도 없는 평온하고 조용한 도시. 몸과 마음도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