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자꾸만 인도가 그립다. 다른 사람들이 다녀온 사진만 봐도 움찔움찔 가슴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게 올라오고, 내가 만났던 이야기 했던 인도 친구들의 사진을 다른 곳에서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인사를 건네본다. 누가 그랬던가. 인도에 처음 다녀오면 언젠가 반드시 다시 찾게되는 일명 '인도병'에 걸리게 된다는데, 어느새 나도 인도병 환자가 되어버린 것 같다. 물론 인도 여행이 그렇게 마냥 유쾌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밤이면 뜨거운 열기에 늦게까지 잠을 못이룬 기억도 많았다. 진심으로 호의를 베풀고 도와주었던 친구들이 있었는가 하면, 능글맞은 얼굴을 하고 된통 바가지를 씌우던 나쁜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도 인도가 늘 그리운건 왜일까. 한달 조금 넘는 여행동안 꽤..
인도 버스들은 유달리 클락션 소리가 우렁차다. 아니, 우렁차다는 단어로는 그 소리의 반도 채 표현하지 못한다. 필요 이상으로 시끄럽고, 시도때도 없이 울려대는 야간버스의 클락션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는건 기본이요, 다음날 아침 새 여행지에 도착했을때 반쯤 나가버린 정신은 옵션이다. 앞에서 차가 오거나 사람이 나타날때만 울려주면 될것이지 불빛하나 없는 시골길을 밤새 달리며 왜그렇게 클락션을 울려대는 걸까 처음에는 짜증도 났었다. 하지만 여행을 계속하다보니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걸 알았다. 특히 카주라호에서 직접 릭샤를 하룻동안 몰아본 이후에는 더더욱. 인도에서 여행하며 쉽게 접할 수 있는 장거리 여행용 버스는 이렇게 생겼다. 운전하는 사람 말고도 한명 또는 두명이 함께 타게 되는데 이 사람들의 역할이 ..
그림을 그릴줄만 알았지 받을줄은 몰랐다. 인도를 스케치북 가득 담아 그리고 오겠다며 큰소리 뻥뻥 쳤지만, 애초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페이지가 텅텅 빈 스케치북을 들고 여행을 마쳐야 했다. 비록 스케치북은 다 채우지 못했지만 그림을 그리며 만든 추억들이 나머지 빈 페이지를 가득 채워주는 것 같아서 그래도 허전하진 않다. 그림이라는게 한장만 그린다 해도 30분이 넘게 꼼짝않고 한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하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많이 생기고 현지인들과 오랜 대화를 나누는 일도 많았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그렇게 대화로 마음이 통했던 친구들에게 작은 그림이라도 한장씩 그려서 선물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때는 왜 그런 생각이 안들었는지, 어휴. 어쩌면 난 욕심만 가득한 이기적인 여행자는 ..
야한 포즈의 조각상들인 '미투나'로 유명한 카주라호. 델리나 바라나시 같은 대 도시들과 비교하면 비교도 안 될 만큼 작고 한적한 곳이지만 이곳을 찾아오는 한국인 여행자들은 비교적 많은 편이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라서일까. 한국인과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 할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인도인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큼직한 눈에 까무잡잡한 피부, 우리와 조금은 다른 모습의 외국사람들이 한국어로 이야기하는걸 듣고 있다보면 참 신기하기도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평소와는 달리 한국에서 온 배낭여행자가 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딜가도 나에게 쏠리는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예정보다 조금 오랫동안 카주라호에 머물렀는데 어느새 나는 마을의 스타(?)가 되어있었다. 마을 어귀의 ..
좁을 골목을 혼자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골목이 거의 끝날 무렵 얼핏 맞은편을 바라보니 소 한마리가 떡하니 서서 길을 막고 있더라. 여기까지 걸어온게 억울해서 어떻게든 비집고 지나가 보려 했지만 결국 소를 피해 반대로 왔던길을 돌아가야만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상하리만큼 신기한 일들조차,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인게 너무나 많은 모양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하지만서도 적응이 되고나면 언제 그랫냐는 듯 오히려 그런 상황을 즐기게 되기 마련이다. 인도에는 참 많은 도시들, 참 많은 여행지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푸쉬카르만큼 또 유별난 도시가 있을까. 얼핏 첫 느낌은 그냥 조용한 마을이었던것 같다. 사람들의 북적임도, 릭샤의 소음도 없는 평온하고 조용한 도시. 몸과 마음도 슬..
눈감으면 코베어가는 곳, 알고도 당하는 곳이 인도란다. 여행을 떠나기전, 인도에 다녀온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햇더니 하나같이 하는 말이 사람을 너무 믿지말고 사기 조심하라는 얘기뿐이다. 사기를 예방하는 방법은 따로 정답이 없다는데... 미리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해도 소용없다니 말 다한게 아닌가. 인도 사람들은 대개 능글맞은 구석이 많다. 웃는 낯에 침 못뱉는다고,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게 거짓말인지 진심인지 누구나 한번쯤은 헷갈릴만도 하다. 돌이켜보면 딱히 크게 사기를 당하거나 속은 기억은 없지만 굳이 한가지를 꼽자면 카주라호에서 바라나시로 넘어가던 바로 그날이 떠오른다. 카주라호는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은 도시중 한 곳이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한글 간판과 메뉴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