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열차에서 쫓겨난 사연... 유럽 대륙에 건너온지도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딱 한번 했었던 야간열차 예약도 어이없는 직원의 실수로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열차예약비에 놀란 우리는 암묵적으로, 앞으로 야간열차는 미리 열차가 들어오기전에 플랫폼에서 죽치고 앉아있다가 열차가 들어오는 대로 비어있는 컴파트먼트를 점령하고 잠을 자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었다. 오늘 타려던 프라하행 열차 역시 예약도 안한채로 열차 출발시간 한시간전부터 플랫폼에 앉아서 열차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12시 15분, 드디어 프라하행 열차가 들어왔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City Night Line 라고 써진 기차에는 컴파트먼트 없이 전부 침대칸인 '쿠셋'만 있었다. 기분이 꺼림직하긴 했지만 일단 무작정 올라타서 ..
여행을 하면서 매일 글을 쓴다는건 매우 의미있는 일이지만, 또한 그만큼 어려운 일도 없는것 같다. 시간 날때마다 기차에서 글을 조금씩 쓰려 생각했지만, 여행에 지쳐버린 몸은 이내 잠들어버리기 일쑤다. 사실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벌써 7월 11일. 프라하에서 빈으로 가는 열차 안이다. 뜨거운 태양아래 광장의 카페에 앉아서 여유롭게 커피한잔과 함께하는 시간, 아름다운 강가 잔디밭에 앉아서 있는 시간, 흔들리는 기차안에서 그림같은 풍경에 취해있는 시간, 어디에 있더라도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사람이 차분해지고 생각이 깊어지는 것 같아 힘들더라도 하루에 꼭 한번씩 내 기억과 생각의 일부를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다. 그래서 지금도 기차안에서 이렇게 또 펜을 든다. 한국에서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남들이 다 가는 ..
뮌헨에서의 두번째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기차로 2시간여 떨어져 있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다녀오기로 했다. 사실 내가 한국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기차로 2시간을 가면 다른 나라가 나온다는게 쉽게 감이 오질 않는다.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를 빼고는 논할 수 없는 곳~ 한 천재 음악가가 삶을 살았던 바로 그 무대로 가고있다는 생각에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에 가까워져 갈수록 창밖의 풍경은 점점 더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변해갔다. 유럽의 하늘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투명하고 구름이 낮게 있어서 너무나 아름답다. 푸르른 초원 위에 빨간 집 한채, 파란 하늘과 그 뒤로 보이는 웅장한 산들은 기차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이었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
유럽에서의 세번째 밤, 호스텔 복도의 작은 조명아래 앉아 맥주에 안껏 취한 채 펜을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본 야간열차는 생각보다 많이 편했다. 잠든 승객들을 태우고 밤새 국경을 넘는 야간열차. 피곤함도 잊은채 그 낭만에 젖어 둘째밤을 그렇게 보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그리 편하기만 한것도 아니었다. 밤새 뒤척이며 이렇게도 누웠다가 또 저렇게도 누웠다가 하며 아마 새벽녘이 다 되어서야 잠이 든 것 같다. 아침이 밝았다. 뮌헨까지는 아직 한시간정도 남은 시각.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들판의 햇살로, 졸린 눈을 비비고 눈을 떳다. 확실히 침대에서 잔것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온몸이 쑤셨지만, 마트에서 사 두었던 우유와 미숫가루로 아침을 해결하고 본격적인 독일에서의 하루를 힘차게 시작했다. 야간열차에서 밤을..
아침 7시, 졸린눈을 비비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바라본 하늘은 다시 한번 나를 실망시켜버렸다. 유럽에서의 둘째날 역시 거센 비바람과 함께 시작되었다. 다행히도 첫날만큼은 호텔에서 잘 수 있었기에 아침은 뷔페식으로 거하게 먹을 수 있었다. 간만에 배불리 먹고 밖으로 나왔으나 여전히 하늘은 어둡기만 하다. 도대체 비싼 돈주고 사온 내 썬그라스는 언제쯤이나 필요하게 될런지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아보인다. 매주 금요일은 암스테르담 옆의 조그만 도시인 알크마르(Alkmaar)에서 '치즈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비가오는 날에도 시장이 열릴지는 의문이었지만 일단 알크마르행 열차에 지친 몸을 맡겼다. 암스테르담에서 알크마르까지는 약 45분정도 걸린다. 열차밖으로 보이는 양과 소들. 유럽의 이국적인 전원은 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어느나라에서든 기차역 앞에는, 뒷골목을 따라서 홍등가가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사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네덜란드는 성에대해 개방적인 나라', '마약이 합법인 나라'와 같은 말을 수도없이 들었고, 홍등가가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개발되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나가서 본 홍등가의 느낌은 상상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작년 이맘때 용산을 무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용산역 근처의 홍등가를 본 적이 있다. 야한 속옷차림의 여자들이 새빨간 불빛아래서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은 그당시 나에게 꽤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는 정말이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용산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는 말그대로 '성'을 주제로한 하나의 축제같은 분위기였달까. 우..
7월 4일 오후 8시,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홍콩을 경유해 암스테르담 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꼬박 14시간.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탄 케세이 퍼시픽 비행기는 한국가요를 들을수도 있었고(심지어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까지 한국인 DJ가 들려주었다) 한국영화를 볼 수도 있었기에 지루하지 않게 네덜란드까지 올 수 있었다. (오는동안 '미녀는 괴로워'를 즐겁게 감상하면서) 졸린눈을 비비고 암스테르담 스키폴(Schiphol)공항에 내린 시각은 아침 6시 30분.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창밖으로 본 유럽의 하늘은 실망스럽게도 너무나 흐렸다. 설마 여행 첫날부터 비가 오리라곤 상상도 못했지만 결국 상상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첫날뿐 아니라 이후 한달 내내, 맑은 하늘을 찾아보기는 매우 힘들었다. 심지어 스위스에서는 우..
30일간 펼쳐질 스무살의 유럽 여행을 시작하며... 2007년도 어느덧 7월이다. 2학년이 되면서 후배들도 들어오고, 전공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던 한학기였다. 영어공부도 좀 해보려 했고 1학년때 정신없이 보낸 한 해와는 조금 다르게, 요령도 생기고 나름대로 멋진 1년을 보내보려 했지만 막상 학기가 끝나고 나니 지난해보다 크게 나아진게 없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스스로에게 조금 실망도 했었다. 특히 시간이 없다는 뻔한 핑계를 스스로에게 대 가면서 미루어 왔던 일들이 너무나 후회스럽다. 이제 스무살, 스스로의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나가야하는 나이이다. 그런면에서 볼때 2007년은 아직까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대학에 들어와서 과외를 시작하고, 돈을 모으면서부터 유럽여행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