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글바글. 시원한 해장 라면 끓는 소리와 함께 국토종주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어제 저녁 삼겹살과 맥주에 이어 아침으로 라면까지 끓이고 있으니 대학생이 되어 엠티에 온 것 마냥 설렌다. 직장인 신분이 되어 다시 맛보는 엠티라면은 그야말로 꿀 맛. 할머니댁 김치냉장고에서 신김치까지 꺼내어 쭉 찢어 입에 넣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한 그릇 씩 뚝딱 비우고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늘상 회사 책상에만 앉아있다가 안장 위에 앉으니 엉덩이가 비명을 지른다. 1박 이상 자전거 여행을 하면 겪게 되는 '아침의 공포'랄까. 출발하고 조금 있으면 괜찮아 지지만 처음엔 살짝 망설여지는게 사실이다. 원칙적으로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강줄기를 따라 조성되어 있어서 대부분 옆으로 강을 끼고 자전거 도로를 달리게 된다. 하지..
옅은 오렌지빛 암모나이트가 곳곳에 남아있는 도시. 단테와 바이런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따라 찾아왔고, 베르디의 오페라를 고대의 경기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특별한 곳.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로마, 피렌치, 베네치아 다음으로 많이 찾는 도시. 한국인들이 제일 많이 본다는 가이드북에서 인용해온 베로나에 대한 설명이다. 설명만 보면 정말이지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꼭 들러야 할 도시처럼 되어있지만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에게는 그저 처음 들어보는 도시일 뿐이었다. 사실 베로나에 들르게 된건 순전히 긴 여정을 잘라 가기 위한 이유에서였다. 딱히 보고 싶은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원래 알던 도시도 아니었다. 그저 바닥에 지도를 펼쳐놓고 베네이차에서 친퀘떼레(Cinque Terre)로 가는 길 한 가운..
자, 교환학생 생활을 정리하는 글도 올렸으니 이제 여행기는 다시 1월 초 이탈리아로 돌아간다. 세계일주를 하던 현재를 이탈리아 베르가모에서 만나고 함께하는 여행의 첫 목적지로 정한 곳은 '베네치아'였다. 사실 베르가모에서 하룻밤을 굳이 머물지 않았어도 기차로 세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베네치아지만(그땐 막연히 멀다고 생각했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루 더 지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사실 베네치아는 2007년 유럽 배낭여행 당시 갔었던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대학생인 내가 유럽에서 한 번 갔던 도시를 다시 찾을 만큼 여유로운 여행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만에 다시 이곳을 찾게 만든 건 다름아닌 바로 이 한장의 사진이다. 때는 2007년 내가 스무살이던 그 해 여름, 난생 처..
솔직히 말해서 아직 학생인 나에게 라이카는 오래도록 꿈의 바디였다. 오르지 못할 나무였기에 애시당초 바라볼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그런 카메라들이었다. 가끔 사진 잡지에 관련 기사가 나오면 괜히 더 집중해서 읽어보고, 혹 인터넷에서 라이카로 찍은 사진을 보게되면 한번 더 눈길을 주던 그런 존재 정도. 그런데 d-lux라는 디지털 라인업이 생기면서 라이카는 조금더 친숙한 카메라가 되었다. 다만 그때부터 라이카 곁에는 논란과 논쟁이 항상 세트처럼 함께 다니더라. 좋건 싫건 간에 일단 아는게 없으면 할 말도 없는게 세상의 이치다. 그래서 언젠가 한번 라이카의 디지털 바디를 꼭 써보고 싶었다. 그리고 살짝 까치발을 디디면 손끝이 닿을랑 말랑한 즈음에 d-lux5가 있었다. 오늘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건 라이카 ..
오늘은 여행자가 아닌 인도 오르차 아이들의 영어선생님으로서 수업을 하는 첫 날이다. 그간 대학생활을 하며 과외 아르바이트는 꾸준히 해왔었지만 이렇게 '선생님'이 되어 여러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는일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됐다. 반면 여행을 마치고 곧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할 누나는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착착 모든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오르차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수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며 전날 밤 늦게야 잠자리에 들었다. 나중에 아이들과 수업을 한 뒤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너무 딱딱하게 생각하고 수업을 준비했던것 같기도 하다. 우리 둘다 그렇게 고리타분한 사람들은 아니지만서도 어느새 한국식 수업에 너무나 익숙해져있었던게 아닐까. 파란 하늘아래 흙바닥 교실에서 진행되는 오르차에서의 영어수업..
어느새 장마철이다. 아프리카에 다녀온게 지난 2월이었으니, 어느새 반년 전 일이 되어버렸다. 정말이지 시간은 야속할정도로 빠르게 흘러가 버린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야심차게 여행기를 블로그와 각종 사이트를 통해서 자유롭게 연재했었고 17부작이라는 나름 스펙터클한(?) 스케일로 무사히 마무리를 지었다. 작년 인도 여행기가 아직도 파테푸르시크리에서 멈춰 지지부진 하고 있는걸 생각하면 이번 아프리카 여행기는 밀도있게 끝맺음을 잘 한것 같다. 여행의 기억이 서서히 흐려져 갈 즈음, M25 에디터로부터 메일에 답장이 왔다. 본래 카타르 항공권을 지원받으면서부터 여행기를 연재하기로 했었는데, 그 일정과 분량이 확정된 것이다. 세렝게티 한 편, 잔지바르 한 편 해서 총 두 편으로 연재되고 각각 2페이지 정도 ..
카메라 가방의 명가 로우프로의 2010년 신제품. 아직 국내에는 정식 발매가 안된걸로 알고있는데 운좋게도 체험단에 선정되어 먼저 사용해볼 기회를 가졌다. 처음 본 순간부터 너무 마음에 드는 제품이었는데 결국 아프리카 여행에도 가져가서 동고동락하게 되었다. 써본 소감은, 아주 대 만족. 얼른 국내에 정식 발매되면 좋겠다. 스카이블루 컬러가 있어서 왠지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좋을 것 같고, 늘 카메라를 들고다니고 싶어하던 나의 꿈을 조금이나마 이뤄줄 수 있는 녀석인것 같다.
이번 아프리카 여행에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새 가방입니다. 안그래도 마땅한 작은 가방이 없어서 하나 살까 했었는데 하늘이 도우시는군요.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저는 정말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색깔만 조금 더 다양하고 디자인이 조금 더 개선되었으면 좋겠지만 뭐. 포토러너라는 이름처럼, 정말 가방을 들고 아무리 뛰어도 덜렁거리거나 흔들림이 없더군요. 활동성이 많은 사진가를 위한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동안은 계속 이 가방과 함께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