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여행지를 다시 찾는 것만큼 설레고, 두근거리는 일이 또 있을까. 허겁지겁 허기진 배를 달래던 추억이 서린 레스토랑, 폭우가 쏟아지던 날 비를 쫄딱 맞으며 종종 걸음으로 스쳐 지나갔던 거리, 에어컨이 고장난 방 안에서 밤새도록 폭염과 씨름했던 민박집. 여행을 마치고 우리에게 남는건, 꼭 사진처럼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만은 아닌것 같다. 그렇게 가슴속 어딘가 차곡차곡 쌓여있던 기억들을 하나 둘 끄집어 내어 다시 음미하고 추억해볼 수 있는건, 두 번째 여행에서만이 누려볼 수 있는 마치 특권과도 같은것은 아닐까. 처음 소매물도를 찾았던건 2008년 여름. 대학생이 되고 첫 배낭여행지로 유럽을 다녀온 나는, 그당시 어딘가 모를 묘한 괴리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명색이 건축과 학생이 되어가지고는 아직 우리나라..
한국서 아프리카까지 가는 길은 멀고 또 멀다. 직항편을 타고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 해봐야 이집트의 카이로나 남아공의 케이프 타운 정도가 전부고, 그 외의 지역은 대부분 환승을 통해서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을 거치고 나서야 입성이 허락된다. 문득, 요즘 모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하는 아프리카 우물파기 프로젝트가 생각이 난다. 길고 긴 비행은 후덕한 인상의 튼튼한 체격을 자랑하는 김용만씨조차 지치게 만들 정도였으니... 출국 2시간 전, 일찍부터 공항에 나와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프리카에 간다는게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카타르 항공에서 받은 공짜 티켓이 아니었다면 쉽게 마음먹지도 못했을 아프리카 행이다.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먼 거리 만큼이나 아직 마음의 거리도 멀기만 하다. 좌석벨트를 착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