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고독, 혼자만의 사색에 잠겨보는 시간들이야 말로 긴긴 배낭여행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 서울땅에서 이리저리 부대끼며 살다보면 가만히 앉아 고민과 사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설령 시간이 지나 그때의 그 고민이 쓸데없는 잡생각이었다는 후회가 들더라도 말이다. 비행기를 타고 잠시 눈을 붙이고 나면 어느새 나는 지구 반대편에 와있는, 그런 세상이다. 두 발로 찬찬히 한발씩 내 딛으며 여행을 하다보면 이따금씩 내가 어디에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새삼 들기도 하는데, 그럴때면 난 허리를 숙여 내 발을 카메라에 담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지금 두 발로 밟고 서 있는 바로 그곳의 좌표를 기억하는 일종의 혼자만의 의식인 셈이다. 와장창! 치토..
2년전 유럽을 여행할때만 해도 그렇게 한국음식이 그립거나 먹고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었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에서는 비싼 돈을 주고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고급 요리들을 매일같이 먹을 수 있었으니 굳이 더 비싼 돈을 줘가면서 까지 한국음식을 찾아 헤멜 필요가 없었던게 아닐까. 하지만 인도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코 끝이 찡해질 정도의 강한 향신료와 어딜가도 하나같이 짜고, 느끼하고, 맵고... 너무 강렬한 인도음식들만으로 여행내내 주린 배를 채우기에는 무리가 아니었을까. 처음 인도에 도착했을때는 매일같이 서민들이 자주 찾는 진짜 인도식 식당에 들어가 이것저것 먹어보면서 마냥 신났었던것 같다. 하지만 나역시 영락없는 한국사람인 모양이다. 일주일정도 지나고 나니 어느샌가 한국음식, 김치, 라면 ..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황제였던 샤자한이 애비인 뭄타즈 마할을 위해 1631년 착공을 시작하여 22년간의 길고 긴 공사 끝에 완공된 어마어마한 규모의 무덤이다. 타지마할 뒷편으로 유유히 흐르는 야무나 강의 풍경과 정원의 정방형 호수에 비친 타지마할의 반영은 웅장함을 넘어서 신비롭기까지 하다. 지금은 하얀색 대리석으로 만든 대칭형 건물이 하나뿐이지만, 처음 계획할 당시에는 타지마할 반대편에 검은 대리석으로 만든 똑같은 건물이 하나 더 있었다. 하지만 검은 타지마할은 결국 지어지지 못하고 지금의 모습으로 남게 되었다. 반만 완성된 계획이지만 지금도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걸 보면, 만약 검은 타지마할까지 함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정도까지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타지마할에..
가끔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정처없이 거리를 걷고 싶어지는 날도 있었다.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며 타지에서의 여정에 몸이 지쳐갈때면, 하루정도는 빗소리를 즐기며 방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어지기도 한다. 비가 억수로 오던 푸쉬카르에서의 어느날 이야기다. 땅거미가 어둑어둑 내릴 즈음, 가로등 하나 없는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푸쉬카르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짐을 내리려는 찰나, 기다렸다는 듯이 장대비가 쏟아진다. 우산을 꺼낼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온몸은 녹초가 되어있었고, 지도를 보니 이곳에서 숙소는 그리 멀지 않았다. 잠깐 비를 맞는것쯤은 괜찮겠지 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옆에서 릭샤꾼들이 나를 약올린다. 너희가 찾는 숙소는 여기서 2km는 더 가야해~ 내 릭샤를 타는게 어때. 지금 안타면 후회할거야..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로컬버스나 디럭스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 좋은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관광지가 아닌 조그만 마을들을 지나며 창밖으로 만나는 풍경이 참 좋았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거리가 500km를 넘어가는게 예사인 인도에서는 이정표에 100km만 남았다고 나와도 거의 다왔네 하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오곤 했다. 우데뿌르에서 푸쉬카르로 가는 길도 참 멀고 험하더라.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디럭스버스보다 한 등급 더 낮은 로컬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리나라 시골 읍내풍경을 연상케 하는 작은 마을들을 수도없이 지났던 것 같다. 이런 작은 마을을 지날때면 어김없이 버스가 한번씩 쉬어간다. 길 한쪾에서 기사아저씨께서 피곤하셨는지 짜이로 목을 축이며 이리저..
처음 인도에 도착하고 길거리로 나왔을때 그 느낌은 아직까지 잊혀지질 않는다. 포장이 안되어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골목길에는 소똥이며 쓰레기가 나뒹굴고, 쉬지않고 빵빵거리는 릭샤들이 빠르게 달리는 사이사이로 아무렇지도 않게 길을 건너는 사람들. 무질서를 넘어서 거의 혼돈에 가까운 인도의 길거리 풍경이다. 아무리 사진을 잘 찍어도 귀가 찢어질 듯한 경적소리와 매캐한 매연의 냄새를 담을 수 없어서 아쉬울 뿐...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다는 인도여행 가이드북에선 '인도에서 운전하는건 다이너마이트를 손에 들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라고 묘사해놓았는데 정말 사실이다. 인도사람들이야 늘 그렇게 살아왔으니 습관이고 생활이 되었겠지만 아마도 외국 여행자가 인도의 도로에서 차를 몰다가는 신경과민으로 쓰러져 ..
좁을 골목을 혼자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골목이 거의 끝날 무렵 얼핏 맞은편을 바라보니 소 한마리가 떡하니 서서 길을 막고 있더라. 여기까지 걸어온게 억울해서 어떻게든 비집고 지나가 보려 했지만 결국 소를 피해 반대로 왔던길을 돌아가야만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상하리만큼 신기한 일들조차,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인게 너무나 많은 모양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하지만서도 적응이 되고나면 언제 그랫냐는 듯 오히려 그런 상황을 즐기게 되기 마련이다. 인도에는 참 많은 도시들, 참 많은 여행지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푸쉬카르만큼 또 유별난 도시가 있을까. 얼핏 첫 느낌은 그냥 조용한 마을이었던것 같다. 사람들의 북적임도, 릭샤의 소음도 없는 평온하고 조용한 도시. 몸과 마음도 슬..
인도는 정말이지 배낭여행자의 천국이다. 일정도 필요없고, 많은 생각도 필요없다.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눈길이 가는대로 가고싶은 길을 따라 걸으면 그만이다.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고 여유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인도에 매력에 푹 빠져있는 내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곤 한다. 여행을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패키지 여행이다. 계획을 짜느라 수고할 필요도 없고 그냥 여행 경비와 비용만 준비하면 모든게 알아서 척척 이루어진다. 게다가 안전하기까지 하니 그보다 더 편안한 여행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인도에서만큼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 안전한 곳도 아니고 불편한 점도 많지만 그래도 많은 여행자들이 배낭여행을 선택하게 만드는 인도의 매력은 대체 뭘까. 라자스탄 남부의 작은 도시 치토르가르는 가이드북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