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 마드리드에 교환학생으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파스타'라고 하면 꽤 고급 음식쯤으로 치부하곤 했었다. 그저 여자친구랑 그럴싸한 경치좋은 식당에 가서 VAT빼고 18000원쯤 내야 한번 먹을까 말까 한 정도? 물론 한국에 있을때도 주말이면 가끔 까르보나라나 미트소스 스파게티를 해먹곤 했었지만 끓는 물에 면 데치고 인스턴트 소스 한국자 듬뿍 얹어 먹던게 전부였다. 교환학생으로 온 이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거의 하루도 안빼먹고 매일같이 집에서 요리를 해먹다 보니 자연스레 장보는데도 스킬이 생기고 요리하는 일 자체에도 꽤 재미가 붙었다. 전에도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긴 했으나 이젠 정말 '요리를 해야할 이유'가 생겼으니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고나 할까. 처음엔 요리를 곧잘 해먹던 친구들도 하나둘 귀차니..
일기장에 수도 없이 썼던 그 말, '이 마드리드에서는 모든 일들이 생각치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부정적인 늬앙스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예상할 수 없는 즐거움이 늘 눈앞에 펼쳐지기에 계획도, 추측도 무의미하다는 뜻. 다만 하루하루를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진심으로 즐기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그게 바로 'La vida del intercambio(교환학생의 삶)'이기에! 하하하 바이크 폴로(BIKE POLO)를 처음 접하게 된 것도 어떻게보면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어느날 수업 끝나고 학교 중정에 잠시 앉아있는데 독일친구 Paul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고 금새 친해져 술한잔 하러 가면서 옆에 앉아있던 프랑스 친구 Benjamin를 무작정 데리고 갔다(당연히 우리 셋은 당시 서로 ..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이 세나라의 공통점은? 그렇다. 요새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유럽 사상 최대의 경제위기'를 이끄는(?) 주축이 되고있는 세 나라다. 하지만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바로 유럽에서 가장 소매치기와 좀도둑이 많기로 유명한 나라들이다. 경제위기와 소매치기. 언뜻 보면 별 관계없어 보이는 이야기 같지만 생각해보면 꽤 밀접한 연관이 있는 두 테마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는 유럽의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관광수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나라들이다. 독일처럼 공업이 발달한 것도 아니고 자체적으로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산업이 없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관광업에 의존해서 먹고사는 나라들. 즉 관광객이 그만큼 많기 때문에 소매치기들이 들끓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벌써 10월이 절반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블로그 글은 개강 전인 8월 말에 머물러 있으니 이거 참... 이래저래 바쁜 요즘이지만 시간을 쪼개서라도 꾸준히 포스팅을 하겠노라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보게 된다. 하고싶은 이야기도 너무 많고 사진도 꾸준히 찍어 두었기에 더더욱! 우선 지난번 '우리집을 소개합니다!'글까지 해서 마드리드에 도착해서 보낸 첫 일주일 이야기는 그럭저럭 마무리가 되었다. 사실 그때까지는 진짜 교환학생 생활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일주일 내내 집을 구하러 다니다가 막 이사를 마친 시점이었고 학교는 개강조차 하기 전이다. 이제부터는 조금 더 교환학생의 진짜 '생활' 이모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교환학생에게 있어서 '생활'이라고 하면 뭐가 제일 중요할까. 음식..
그렇게 일주일간의 '하우스 헌팅' 끝에 우리 셋은 각자의 보금자리를 찾아 둥지를 틀었다. 사실 난 서울에서 태어나 쭉 서울에서만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한번도 혼자 살아보거나 자취를 해본 경험이 없다. 집을 떠나 살았던건 고등학교때 기숙사에 2년간 살았던 경험이 전부. 하지만 혼자 밥해먹고 빨래하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두려움 보다는 설렘과 기대가 앞섰던게 사실이다. 비록 경험은 없었으나 어디 가서도 잘 해먹고 잘 사는게 나라는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하하하). 오죽했으면 그간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로 부터 얻은 별명이 '바퀴벌레'였을까. 어감은 그닥 좋지 않지만 뭐... 그 만큼 지구상 그 어디에 던져놔도 잘 살 놈이란 뜻이란다. 5º Izquierda, Calle de Maudes 16, ..
공항에서 짐을 찾아 출국장을 나오는 길. 교환학생으로 머나먼 외국땅을 처음 밟는 그 순간,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는 뭘까.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일, 언어를 빨리 익히는 일, 익숙치 않은 음식에 입맛을 맞추는 일, 그 무엇도 아니다. 정답은 바로 당장 이 곳에서 자리를 잡고 6개월, 혹은 1년간 살아갈 집을 구하는 일. 애초부터 기숙사에 들어가기로 되어있다면야 신경쓸 필요도 없지만 당장 현지에서 집을 구해야 한다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개인적으로는 기숙사 보다는 시내 한복판에서 외국 친구들과 살 부딛히며 살아가는 편을 훨씬 추천한다. 처음엔 집 구하기가 다소 힘들 수도, 또 살다보면 불편한 점도 있을 수 있지만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더 많은 것들을 매일같이 배우고 즐길 수 있기 때문. 스페인에..
그동안 밀렸던 포스팅을 조금씩이나마 다시 쓰고있다는 안도감도 잠시. 어째 죄다 먹는 얘기 뿐이냐는 클레임(?)이 있어서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뭐 앞으로도 먹는 얘기는 얼마든지 쓸 거리가 많으니...훗. 난 이곳 마드리드에 지금 교환학생으로 와있다. 교환학생이라는게 사실 타지에 나와있다는 사실만 빼면 여느 대학생과 다를바 없긴 하지만 나에겐 이번 학기가 조금 특별하다. 2년간 휴학후 복학하는 첫 학기이자 만 22년 인생 처음으로 혼자 밥해먹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시간들. 사실 한 달이 조금 지난 이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교환학생'에게 '학생'으로써의 할일 보다는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데에 더 큰 의의가 잇는것 같다.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안하고 있다는 말은 아..
스페인 사람들에게 있어서 점심이란 하나의 신성한 의식이자 성대한 축제다. 그만큼 이곳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점심을 길게,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즐긴다. 신기한건 스페인 사람들의 점심 시간이다. 여기선 보통 2시~3시 사이에 점심을 먹는데 한국에서 11시 반이면 후다닥 식당에 달려가 밥먹던 내가 적응하기 조금 어려운 부분이었다. 빨리 먹고싶다고 해서 빨리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식당이 점심 메뉴(menu del dia)를 2시부터 시작하고 심지어 학교 cafeteria에서도 1시 전까지는 빵이나 간단한 커피같은 간식거리만 먹을 수 있다. 세상에... 한번은 무선 인터넷을 쓰려고 점심때쯤 맥도날드에 가 있었는데 12시에는 파리가 날릴 정도로 손님이 없더니만 2시가 지나자 슬슬 사람들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