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미술관에서의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서둘러 시나가와를 빠져 나왔다. 내가 담당하는 다른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스카이트리 답사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는 전시 관련 일정만으로 잡힌 출장이었지만, 내가 도쿄에 있는 시간에 맞추어 스카이트리 답사 일정이 추가된 것이다. 특히나 이날은 두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4박5일 일정 중 가장 정신없이 뛰어다닌 날로 기억된다. 도쿄 스카이트리는 지난 2012년 완공된 높이 634m 짜리 거대한 방송탑이다. 스카이트리가 개장하기 전까지 일본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던 도쿄타워가 333m이니 무려 300m나 더 높은 셈이다. 도쿄타워와 동일하게 방송전파 송출용으로 세워져 실제로도 도쿄타워가 감당하지 못하는 음영지역에 전파를 송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번이 일본으로의 세 번째 출장이다. 지난 2013년, 난생 처음으로 대형 쇼핑몰 설계를 맡게 되어 롯본기 힐즈나 미드타운 따위의 사례답사 차 도쿄에 왔었고 2015년에는 또한 처음으로 기념관 설계를 맡아 부산에서부터 배를 타고 후쿠오카로 들어와 기타큐슈, 야마구치, 히로시마를 돌며 여러 기념관 들을 돌아봤었다. 이번 출장의 목적은 도쿄 남부의 시나가와구에 위치한 하라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참가작품을 설치하는 일이다. 모형과 영상, 벽면 패널이 설계한 대로 잘 설치되는지 감독하고 오프닝과 큐레이터토크 까지 보고 오면 나의 임무는 완수다. 오후 비행기라 아침에 캐리어를 끌고 출근했다가 회사차를 얻어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어차피 동행없이 가는 길이라 공항버스를 타고 가도 그만이지만 미술관까지 가져가야하는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