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들은 대체로 수업을 많이 듣지 않는다. 물론 개중에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에라스무스(유럽 지역 안에서의 학생 교류)들의 교환학기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Gran vacaciones(긴 휴가)'다. 이런 인식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게, 언어가 다르긴 해도 어차피 한 나라같은 유럽 안에서 교환학생이라는게 학업적으로 이들에게 큰 자극이 되지는 않을것 같다. 오히려 스페인의 놀이 문화와 술문화, 거기에 에라스무스들의 끈끈한 커뮤니티가 더해져 많은 학생들이 '노느라 바쁘다'. 난 한국 학생이기때문에 '에라스무스(Erasmus)'가 아닌 '교환학생(Estudiante intercambio)'으로 분류된다. 제도적으로는 에라스무스와 같은 대우를 받지만,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 온 나에겐 놀이 ..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로컬버스나 디럭스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 좋은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관광지가 아닌 조그만 마을들을 지나며 창밖으로 만나는 풍경이 참 좋았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거리가 500km를 넘어가는게 예사인 인도에서는 이정표에 100km만 남았다고 나와도 거의 다왔네 하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오곤 했다. 우데뿌르에서 푸쉬카르로 가는 길도 참 멀고 험하더라.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디럭스버스보다 한 등급 더 낮은 로컬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리나라 시골 읍내풍경을 연상케 하는 작은 마을들을 수도없이 지났던 것 같다. 이런 작은 마을을 지날때면 어김없이 버스가 한번씩 쉬어간다. 길 한쪾에서 기사아저씨께서 피곤하셨는지 짜이로 목을 축이며 이리저..
찌는 듯한 더위에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만 간다. 물 한병 사먹을까 주위를 둘러봐도 변변한 가게조차 없는 시골길을 벌써 반나절이 넘게 달렸다. 의자시트 등받이 스펀지가 다 삮아서는 뒷자리 아저씨의 딱딱한 무릎이 내 등에 그대로 닿는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질 무렵에야 우데뿌르에 도착했다. 지나가는 릭샤 한대를 무작정 잡고 미리 알아두었던 게스트하우스로 가자고 말했다. 깨끗한 침대는 바라지도 않으니 그저 몸을 조금 누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 주인아저씨가 방을 안내해주며 창문을 활짝 열어주시는데 창밖으로 반짝거리는 야경이 너무 예뻤다. 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오케이를 외치고 침대해 벌러덩 드러누웠다. 잠시 누워서 생각해보니 방값을 조금 비싸게 낸 것 같기도 하다. 뭐 그래도 좋다. ..
인도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어림잡아 300여개. 어마어마한 크기와 인구 만큼 문화도 다양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하며 지나치는 수많은 도시와 사람들, 그 다양한 문화들이 모두 '인도'라는 하나의 나라로 묶여 있다는게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면 무슨 국경을 넘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괜히 가슴이 콩닥콩닥 거린다. 다음 도시는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기대하면서. 덜컹거리는 버스가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를 가로지른다. 창밖으로는 계속 같은 풍경이 펼쳐지지만 잠시 버스가 멈춰 설 때마다 재빠르게 창문 밑으로 와 생수와 주전부리를 파는 아이들을 구경하는게 나름 심심하지 않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들 말고 진짜 인도 사람들이 인도를 여행한다면 어디를 갈까? 다양한..
인도를 여행하기 전, 낙타는 아프리카에만 살고 사막은 사하라 사막이 전부인줄 알았었다. 동화책속에만 있는 줄 알았던 사막을 제썰메르에서 진짜로 만나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넓디넓은 인도 대륙을 한번에 모두 돌아보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북부와 남부 중에서 마음에 끌리는 쪽을 찾게 된다. 수도 델리가 북부에 가까운 탓에 처음 인도를 찾은 여행자들은 자연스럽게 북부쪽을 먼저 돌아보게 되는데 이때 빼놓치 않고 들러야 하는 도시가 바로 제썰메르(자이살메르)다. 16시간의 길고 긴 기차여행을 끝내고 드디어 제썰메르에 감격스런 첫 발을 내딛었다. 날씨부터가 델리와는 영 딴판이다.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등줄기를 따라 줄줄 흐르고, 고운 모래알갱이들이 섞인 사막의 모래바람이 불어와 쉬지않고 내..
모기, 파리, 쥐, 거미, 바퀴벌레, 도마뱀! 이게 다 뭐냐구? 잠들기 전 침대 머리맡으로 찾아와 잘자라고 인사해주던 인도의 친구들 이름이다.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생각도 못한 곳에서 저런 녀석들이 불쑥 튀어나오는 일이 심심치 않게 있다. 그래서 인도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게 '잠자리'인가보다. 그리 깔끔떠는 성격이 아닌 나 역시 처음엔 그랬다. 원래 뭐든지 맨 처음 시도하는게 항상 어렵듯, 처음 가보는 여행지에서의 잠자리에 대한 걱정은 여행을 망설이게 만들기까지 한다. 설마 도마뱀 까지 보게 될 줄이야 미처 몰랐지만, 깔끔하게 꾸며놓은 숙소에서 조차 쥐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나니 이 여행을 가야 하는건지 말아야 하는건지 잠깐 고민도 했었다. 제일 싼 항공권을 구입한 덕분에 한국에서 인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