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일까. 답답한 마음에 누가 내 지도를 빼았어서 손가락으로 콕 하고 찍어주는 상상도 해본다. 벌써 한 시간 째, 스톤타운 외곽 어느 길가에 서서 언제 올지 모르는 능궤 행 미니버스를 마냥 기다리는 중이다. 오전 보다 더욱 맑아진 하늘 아래로 내 어깨를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 참 얄밉다. 버스 정류장이라고는 하지만 변변한 그늘 조차 없는 덕분에 시원한 콜라로 더위를 식히는게 전부다. 하지만 그 전에 지루해서 먼저 지칠 노릇이다. 그렇게 한 시간 쯤 더 지났을까. 드디어 저 멀리서 조그만 봉고차가 한대 이쪽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와 멈춰선다. 한 눈에 보기에도 이미 자리가 없는 버스. 뒷 좌석 창문으로 힘겹게 내 배낭을 구겨넣고는, 이내 나 역시 배낭처럼 구겨진 채로 들이밀어 진다. 스톤타운이 인도 바..
'내일 뭐할거야? 스파이스 투어라는게 있는데 아주 싸고 재미있어. 해보지 않을래?' 잔지바르에 도착하자마자 파파시(papasi, 일종의 호객꾼)들이 벌떼처럼 달라붙기 시작한다. 아직 오늘 하루도 뭐 할지 모르겠는데 내일 일정부터 먼저 짜주려고 다들 아우성이다. 쏘리, 노땡큐를 연발해가며 힘겹게 그들을 따돌렸다. 탄자니아의 잔지바르는 과거 중개무역의 요지였다. 따사로운 열대의 기후와 비옥한 토질이 맞물려 많은 향신료와 과일들을 재배하는 대규모 농장이 들어서기도 했고, 그곳에서 혹은 더 먼 곳에서 일을 하기 위한 노예들이 목에 쇠사슬이 묶인 채로 짐짝처럼 팔려 나가기도 했다. 아픈 기억은 어느새 시간이 흘러 '스파이스 투어'라는 가장 인기있는 여행 상품이 되었다. '스파이스'는 향신료, '스파이스 투어'는 ..
잠보! 맘보! 하쿠나마타타! 언제 어디서 마주치더라도,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과장된 몸짓으로 나를 반가히 맞이해주던 그들. 적도의 태양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한 그들의 표정, 몸짓, 하나하나 모든게 그립다. 짧은 일정이라 떠나기도 전에 아쉬움이 먼저였지만, 오히려 그래서 여운이 더 길었던 아프리카의 기억. 그 짧지만 뜨거웠던 10일간의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보려 한다. 여행하며 사진찍기 처음으로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떠나는 여행이었다. 나보다 10년은 먼저 태어난 오래된 수동 카메라의 필름을 끼우고 첫 배낭여행길에 나섰을 때에는 사진의 '사'자도 모르는 말 그대로 애송이었던것 같다. 하루하루 필름을 새로 갈아끼우고 라벨을 붙여 정리하면서도 부담같은건 전혀 없었으니깐. 렌즈교환식 카메라라고는 하지만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