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섬진강 종주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내 낡은 자전거 종주수첩의 마지막 페이지는 벌써 4년도 전에 배알도 수변공원에서 찍은 도장 이후 내내 덮혀 있었다. 돌아오는 현충일 날 자전거를 타자고 먼저 청해온 것 Y였다. 그는 내 오랜 친구이자 벌써 국토의 절반 이상을 자전거로 함께 달린 여행 단짝이다. 서울 근교는 이제 질렸고, 차를 가지고 산악 코스를 찾아가기엔 살짝 부담이라 고민하던 찰나 잊고있던 오천 자전거길이 떠올랐다. 그날로 우린 고속버스 티켓을 예매했다. 출발 하기도 전부터 엉덩이가 들썩거려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오천 자전거길은 충청북도 괴산에서 출발하여 다섯 개의 작은 천을 따라 증평, 청주를 거쳐 세종시에서 끝이 나는 약 100여 km의 길이다. 정식 종주루트라기 보다는 국토종주나 4..
방안에는 어젯밤 펑크패치를 붙여보려 안간힘을 쓰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타이어를 손에 들고 방으로 들어가는 나에게 주인아주머니는 침대보 더럽힐 생각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었다. 샤워기로 깨끗이 씻어가면서까지 몇 번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 칙- 하는 소리와 함께 번번히 흐물해지는 타이어와 씨름하다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아침 일찍 상주 시내에 나가 튜브를 교체해올 계획이었기에 눈꼽만 대충 떼어내고 밖으로 나왔다. 모텔 바로 앞으로 어제 사건의 무대였던 낙단보가 보인다. 하마터면 빗속에서 조난까지 당하는 줄로만 알았었다. 일정까지 바꿔가며 허둥지둥댔지만 그 이유가 고작 펑크라니 조금은 꼴이 우스웠다. 아침이 되어보니 이제서야 마을 생김새가 눈에 들어온다. 생각치도 않았던 숙박지가 된 이 곳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