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내내 잠을 설쳤다. 찐득찐득한 땀냄새가 진하게 베어있는 침대커버는 몸이 닿을 때 마다 찰싹 달라붙어 따라 올라오고, 침대를 통째로 감싸는 모기장은 어디가 뚫려있는건지 당최 제 기능을 못한다. 윙윙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손을 휘젓다 보니 어느새 창밖이 환해지기 시작한다. 아직 전날의 피로가 풀릴리 만무하지만 한번 떠진 눈은 다시 감길 생각을 안한다. 대충 고양이 세수로 눈꼽을 떼고는 조금 이른 시간 밖으로 나왔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깜깜하지만 15달러인 숙소와 가격이 두배긴 해도 선풍기가 돌아가는 숙소, 그래도 첫날이니 더워서 잠을 못자는 일은 없어야 겠다고 생각해서 비싼 돈을 주고 짐을 풀었건만 밤새도록 돌아가는 발전기 소리때문에 선풍기가 돌고있는지 내가 돌고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
'104마을' 마을이름에 난데없이 104라는 숫자가 떡하니 들어가 있다. 어떤 마을이기에 이런 이름이 붙은걸까. 서울의 북쪽 끝자락, 불암산과 수락산이 만나는 곳에 조그만 야산을 따라 위치한 달동네. 사람들은 이곳 노원구 중계본동을 '104마을'이라고 부른다. 2000세대정도가 살고있는 이곳은 서울에 남아있는 달동네 중에선 그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한다. 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내려 1142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왼쪽으로 중계본동 104마을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찾아갔던 그날따라 어찌나 하늘이 맑고 해가 내리쬐던지 언덕을 오르는 내내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예전엔 야산을 따라 배나무가 자라던 이곳에 1967년 주변 일대의 개발로 인해 판자집에서 떠밀려 온 사람들이 정착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