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의 첫날 일정을 마치고 보문단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시내에는 괜찮은 찜질방이 없어서 조선온천호텔 찜질방을 찾아갔는데 가격이 만원이라는 점을 빼곤 시설도 괜찮고 규모도 컸다. 하지만 역시나 찜질방에서 잔 다음날은 어째 몸이 찌뿌둥하다. 느즈막히 잠에서 깨서 다시 한번 사우나를 하고 찜질방을 나왔다. 벌써 시간은 열한시가 다 되어간다. 어디서 점심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보문단지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인 '숲머리 음식단지'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그 근처에 떡갈비를 잘하는 집이 있다던데... 버스를 기다리다가 발견한 공중 화장실. 사실 따지고 보면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한옥을 따라한 셈이지만 그래도 네모반듯한 것보다야 훨씬 좋아보인다. 아 내가 경주에 와있구나...하는 느낌..
초등학교 이후로는 처음이니 말 그대로 10년만에 다시 찾은 경주였다. 스페인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한국을 여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었는데, 마침 풍류(?)를 즐길줄 아는 고등학교 동창 덕분에 얼떨결에 경주로 떠나게 됐다. 왜 하필 경주를 택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대학에 와서 건축을 공부하면서 경주 한번 못가본게 좀 아쉬웠던건 사실이다. 어쨌거나 답사보다는 휴식, 여흥, 풍류의 성격이 짙은 여행이기에 별 부담없이 카메라 하나만 걸치고 집을 나섰다. 이렇게 훌쩍 떠나는 여행일수록 발걸음이 가벼워야 한다. 1박 2일의 짧은 여정이기에 주저없이 KTX를 타기로 만장일치. 밤새 뒤척이다 집에서 나와 버스 첫차, 지하철 첫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6시. 우리는 6시 30분에 출발하는 부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