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장마철이다. 아프리카에 다녀온게 지난 2월이었으니, 어느새 반년 전 일이 되어버렸다. 정말이지 시간은 야속할정도로 빠르게 흘러가 버린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야심차게 여행기를 블로그와 각종 사이트를 통해서 자유롭게 연재했었고 17부작이라는 나름 스펙터클한(?) 스케일로 무사히 마무리를 지었다. 작년 인도 여행기가 아직도 파테푸르시크리에서 멈춰 지지부진 하고 있는걸 생각하면 이번 아프리카 여행기는 밀도있게 끝맺음을 잘 한것 같다. 여행의 기억이 서서히 흐려져 갈 즈음, M25 에디터로부터 메일에 답장이 왔다. 본래 카타르 항공권을 지원받으면서부터 여행기를 연재하기로 했었는데, 그 일정과 분량이 확정된 것이다. 세렝게티 한 편, 잔지바르 한 편 해서 총 두 편으로 연재되고 각각 2페이지 정도 ..
간밤에 내린 비로 촉촉하게 젖은 마냐라 호수.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세렝게티 사파리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그래도 캠프사이트에서 두 밤을 자고 나니 처음에는 불편하게만 느껴지던 샤워실도, 등이 뻐근하도록 딱딱했던 텐트 바닥도 이제는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 셀 수 없이 많은 동물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추억해볼 여유도 없이 어느새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널부러진 침낭을 말끔히 개고, 차곡차곡 배낭에 짐을 다시 챙겨 넣어보는데 덤불 속에서 벌레 한마리가 튀어나와 내 손등위에 앉았다. 자연 속에서 그들과 함께 숨쉬며 함께했던 시간들을 아쉬워 하듯 좀처럼 내 몸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질 않는다. 다른 손으로 벌레를 들어서 원래 있었던 풀숲에 살며시 놓아줬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폴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