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지하철 보다는 시원스런 기차가 더 좋고, 제 갈길로만 가는 기차보다는 어디로든 달릴 수 있는 버스가 그저 좋았다. 서울에서 가장 혼잡하다는 2호선 신도림역. 매일 아침 그곳을 지나며 짜증이 나다가도 이내 터널을 빠져나와 신나게 고가위를 달리기 시작하면 창 밖으로 사람 구경하는 재미에 다시 기운이 나곤 했다. 내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달리는 이 길위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앞으로 또 어떤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질 지. 한 명, 또 한 명 일일히 눈을 마주쳐가며 넋을 잃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면 멀게만 느껴지던 목적지도 한 달음에 닿곤 한다. 그래서 였을까. 다르에스살람에서 아루샤까지는 버스로 6시간이나 걸린다는 말을 듣고 한숨을 먼저 푹 내쉬는 후배녀석을 앞에 두고 괜히 혼자 또 설레..
스무살, 내 인생의 첫 배낭여행지는 유럽이었다. 아직 어린 나의 눈에는 모든 도시가 마냥 신기하고 멋지게 느껴지던 그때였지만 그 어느곳 보다도 모나코에서의 하루는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푸른 지중해위에 수평선 위로 높게 돛을 올린 요트의 향연.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닷물보다 더욱 아름다웠고, 시내를 유유히 질주하는 빨간 페라리보다 더욱 역동적이었다. 요트를 타고 길도 이정표도 없는 망망대해를 달리는 상상만으로도 나의 가슴은 쿵쾅거렸다. 바다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을까. 그때부터 나는 늘 요트를 한 척 가지는 꿈을 꾸게 되었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면 언젠간 이룰 수 있는게 '목표'라면, '꿈'은 조금 다르다. 손을 뻗어 잡기에는 아득히 멀리 있지만 마음에 담아두는 것만으로도 가슴뛰게 만들어주는 그것...
오랜 비행때문인지, 시차에 아직 적응을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막 잠에서 깬 후배녀석의 표정이 어째 시무룩하다. 오늘 하루쯤은 다르에스살람에서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얼굴에 써 있는게 다 보이는데 짧은 일정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싫은 소리가 먼저 입에서 나온다. 지친 몸을 이끌고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조차 없는 찜통같은 공항 한 구석에서 서둘러 입국수속을 마치고 비자를 받기 위해 줄을 섰다. 탄자니아는 따로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갈 필요가 없는 국가다. 여권과 함께 50달러만 내면 즉석에서 비자를 발급해준다. 기다리는 동안 드디어 여유가 좀 생겨서 주변을 둘러본다. 조금은 어색한 공항의 풍경과 쉴새없이 들려오는 낯선 말들, 얼굴에 땀이 흐르는것도 모르고 마냥 신기해서 두리번거려본다. 그런데 어째 오히려 누런 ..
튠(Thun)호수에서의 유람선 여행 알프스의 봉우리들로 올라가는 출발지인 인터라켄. 인터라켄은 동쪽으로는 브리엔쯔 호수, 서쪽으로는 튠 호수를 끼고있는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이다. 스위스의 호수들은 에메랄드빛 푸른색이 감돌고, 주변으로는 만년설이 덮힌 알프스의 봉우리들이 둘러서 있어서 전세계의 그 어느 호수보다도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배낭여행으로 유럽을 찾는 여행객들은 대부분 '유레일 패스'로 기차를 이용하기 마련인데, 이 유레일 패스에는 각 나라별로 여행과 관련한 여러가지 혜택이 준비되어 있다. 그중 이곳 스위스에서는, 튠호수와 브리엔쯔 호수에서의 페리 탑승권을 제공한다. 이렇게 멋진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달콤한 휴식, 게다가 요금도 공짜라니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