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영역을 지배하는 건 중앙의 거대한 '아트리움'이다. 아트리움(atrium)은 건물 안쪽으로 여러 층에 걸쳐 형성되는 대규모 홀을 의미하는데 직역하면 ‘중정’ 또는 ‘중앙홀’이다. 그 기원은 고대 로마의 주거양식에서 찾아볼 수 있는 중앙의 안뜰에서 유래했다. 현대 건축에서는 주로 공간의 중심에서 시각적, 공간적 개방감을 제공하며 때로는 채광이나 환기와 같은 환경을 제어하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이제는 많은 건물들에서 자주 접할 할 수 있는 종류의 공간이지만 이곳에서는 좀 특별하게 느껴진다. 모양 때문이다. 로비를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곡면의 노출 콘크리트 난간벽은 아트리움의 형상이 결코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게 한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내려다본다. 거기엔 전시 관람의 ..

결론적으로 건물은 젖지 않았다.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의 외벽 재료는 일명 ‘송판 무늬 노출 콘크리트’다. 말 그대로 소나무 판을 덧댄 거푸집으로 콘크리트 구조체를 만들고 이를 그대로 노출시켜 마감했다는 뜻이다. 보통의 노출 콘크리트라고 하면 거푸집 안쪽에 일명 ‘테고(Tego) 합판’이라 불리는 매끈한 코팅면을 붙여 맨질맨질한 표면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사람들에게도 제법 익숙한 건축가 타다오 안도의 방식이다. 반면 소나무판의 표면을 버너로 그을려 특유의 요철을 극대화하게 되면 마치 야생 동물의 피부나 사람의 지문처럼 거친 무늬가 콘크리트 표면에 그대로 아로새겨진다. 게다가 표면에 덧바른 유성 발수제는 그 음영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발수제'는 시공을 마친 노출 콘크리트 표면에 발라 빗물의 침투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