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계획했던대로라면 아침 일찍부터 자전거를 타고 성산 일출봉에 올랐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오름에 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버린 이상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잠을 제대로 못자서 그런지 영 몸이 찌뿌둥하다. 간밤에 창문으로 비가 들이치는 바람에 새벽 네 시쯤 잠에서 깼다. 어찌나 천둥 번개가 심하게 치던지,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 밖에 나와 비내리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섰다. 오늘은 영락없이 비를 맞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또 하늘이 맑다. 알다가도 모르는게 제주의 날씨라더니 정말 그런 모양이다. 덕분에 뽀송뽀송하게 바닷바람 쐬어가며 섭지코지까지 신나게 내달렸다. 온평리에서 섭지코지까지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마을을..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겨우 5일 타면서 무슨 결전의 날 까지 있겠냐만은, 하루 종일 엉덩이 붙이고 컴퓨터 앞에서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자전거로 하루에 80km 넘게 달려야 한다는게 나름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게다가 오늘 라이딩에는 목적지조차 없다. 일단은 성산까지 가는걸 목표로 하되, 너무 무리하진 않기로 미리 약속했다. 과연 어디까지 달릴 수 있을까. 4박 5일이면 그리 짧은 일정은 아니었지만 욕심을 조금 부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거리 분배가 그렇게 되고 말았다. 마라도는 꼭 보고 싶었고, 그렇다고 우도나 성산 일출봉을 포기할 수는 없고... 2일차와 3일차에 두 곳을 나누어 놓으니 그 사이 거리가 거의 100km 가까이 되더라. 물론, 그 사이에도 중문이나 서귀포, 표선 같은 볼거리가 수두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