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좀 하라는 어머니의 잔소리는 아마도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아닐까. 어느덧 대학 졸업반이 가까워진 나역시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같이 집에서 듣는 말이니 말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에 대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한국에 있을때는 누구나 다 그러려니 하는통에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회화만 구사하는 나를 보고 영어가 혹시 한국의 공용어냐고 물어오는 인도인이 있을 정도였으니. 어느새 나역시도 한국의 주입식 영어교육에 물들어 그저 하라는대로만 했던건 아니었을지. 인도의 아이들은 어떨까. 한국의 아이들이 학창시절 내내, 혹은 평생동안 영어와 씨름하며 골머리를 앓지만 영어가 공용어인 인도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마치 한글깨우치듯 영어를 배우는 걸까. 카주라호에서 우연찮게..
인도는 정말이지 배낭여행자의 천국이다. 일정도 필요없고, 많은 생각도 필요없다.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눈길이 가는대로 가고싶은 길을 따라 걸으면 그만이다.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고 여유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인도에 매력에 푹 빠져있는 내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곤 한다. 여행을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패키지 여행이다. 계획을 짜느라 수고할 필요도 없고 그냥 여행 경비와 비용만 준비하면 모든게 알아서 척척 이루어진다. 게다가 안전하기까지 하니 그보다 더 편안한 여행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인도에서만큼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 안전한 곳도 아니고 불편한 점도 많지만 그래도 많은 여행자들이 배낭여행을 선택하게 만드는 인도의 매력은 대체 뭘까. 라자스탄 남부의 작은 도시 치토르가르는 가이드북에도 ..
찌는 듯한 더위에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만 간다. 물 한병 사먹을까 주위를 둘러봐도 변변한 가게조차 없는 시골길을 벌써 반나절이 넘게 달렸다. 의자시트 등받이 스펀지가 다 삮아서는 뒷자리 아저씨의 딱딱한 무릎이 내 등에 그대로 닿는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질 무렵에야 우데뿌르에 도착했다. 지나가는 릭샤 한대를 무작정 잡고 미리 알아두었던 게스트하우스로 가자고 말했다. 깨끗한 침대는 바라지도 않으니 그저 몸을 조금 누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 주인아저씨가 방을 안내해주며 창문을 활짝 열어주시는데 창밖으로 반짝거리는 야경이 너무 예뻤다. 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오케이를 외치고 침대해 벌러덩 드러누웠다. 잠시 누워서 생각해보니 방값을 조금 비싸게 낸 것 같기도 하다. 뭐 그래도 좋다. ..
인도를 여행하기 전, 낙타는 아프리카에만 살고 사막은 사하라 사막이 전부인줄 알았었다. 동화책속에만 있는 줄 알았던 사막을 제썰메르에서 진짜로 만나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넓디넓은 인도 대륙을 한번에 모두 돌아보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북부와 남부 중에서 마음에 끌리는 쪽을 찾게 된다. 수도 델리가 북부에 가까운 탓에 처음 인도를 찾은 여행자들은 자연스럽게 북부쪽을 먼저 돌아보게 되는데 이때 빼놓치 않고 들러야 하는 도시가 바로 제썰메르(자이살메르)다. 16시간의 길고 긴 기차여행을 끝내고 드디어 제썰메르에 감격스런 첫 발을 내딛었다. 날씨부터가 델리와는 영 딴판이다.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등줄기를 따라 줄줄 흐르고, 고운 모래알갱이들이 섞인 사막의 모래바람이 불어와 쉬지않고 내..
기차는 오로지 철길이 놓여진 곳만을 따라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철길 위에서 만큼은 그 무엇도 신경쓰지 않은 채 마음껏 달리고 또 달린다. 아직도 기차여행하면 낭만과 설레임이 먼저 떠오르는 건 그 때문일까. 낮선 나라를 여행하는 여행자의 마음 역시 기차와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놓여지지 않은 철길을 하나 하나 놓으면서 달려야 한다는것. 하지만 그렇게 작은 철길이 모이고 모여서 길고 긴 여정과 잊혀지지 않을 추억들을 만들어 내게 되고, 우리는 그것을 '여행'이라고 부른다. 기차에 오른지 어느새 12시간이 지났다. 가끔씩 긴 기적을 울리며 기차는 여전히 잘 달리고 있다. 하루에 한장씩은 꼭 그림을 그리겠다고 바로 어제 다짐했는데, 채 하루가 안되서 그 결심이 깨지게 생겼다. 기차 안에서 꼬박 하루를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