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나쁜 홍차 찌꺼기를 달여 설탕과 우유를 넣어 마시는 짜이. 인도 사람들은 아침에 짜이 한잔을 마시지 않으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도 사람들에게 짜이는 습관이자 생활이다.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에게 짜이 끓여주기를 참 좋아하는 템플 뷰 게스트하우스의 주인 아저씨 덕분에 오르차에 머무는 내내 셀 수 없이 많은 짜이를 마셨다. 그리고 오늘은 그 마지막 한 잔을 마시는 날. 오르차에 머무르는 마지막 날이자 간즈 빌리지 아이들과도 마지막 수업이다. 짜이 한 잔에는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모든 맛이 들어있다. 오르차에서의 시간들 역시 한 잔의 짜이처럼 기쁨, 슬픔, 흥 여유... 여행하며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한데 뒤섞인 기분이랄까. 그래서인지 마지막 수업을 하러 간즈 빌리지로 향..
오늘은 여행자가 아닌 인도 오르차 아이들의 영어선생님으로서 수업을 하는 첫 날이다. 그간 대학생활을 하며 과외 아르바이트는 꾸준히 해왔었지만 이렇게 '선생님'이 되어 여러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는일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됐다. 반면 여행을 마치고 곧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할 누나는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착착 모든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오르차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수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며 전날 밤 늦게야 잠자리에 들었다. 나중에 아이들과 수업을 한 뒤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너무 딱딱하게 생각하고 수업을 준비했던것 같기도 하다. 우리 둘다 그렇게 고리타분한 사람들은 아니지만서도 어느새 한국식 수업에 너무나 익숙해져있었던게 아닐까. 파란 하늘아래 흙바닥 교실에서 진행되는 오르차에서의 영어수업..
오르차에서의 둘째날 아침은 조금 특별했다. 오늘 아침도 문을 열고 나가면 어김없이 '짜이?' 하고 외치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똑똑똑... 나가기도 전에 먼저 문을 먼저 두드리는 주인장. 무슨 일일까? 내가 짜이를 좋아하는걸 알고 일부러 가져다 준걸까? '나마스떼' 하고 인사를 하며 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짜이 한잔을 들고 환하게 웃는 주인장이 떡하니 서있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부터 나를 찾아온 손님이 있다고 했다. 누굴까? 이역만리 인도땅 한가운데서 낯선 여행자를 찾아온 손님이라니... 그 손님의 이름은 '가네쉬'. 인도에서 가장 흔한 남자 이름을 가진 눈이 크고 서글서글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반갑게 한국어로 인사를 먼저 건네는 가네쉬. 인상은 ..
영어공부좀 하라는 어머니의 잔소리는 아마도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아닐까. 어느덧 대학 졸업반이 가까워진 나역시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같이 집에서 듣는 말이니 말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에 대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한국에 있을때는 누구나 다 그러려니 하는통에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회화만 구사하는 나를 보고 영어가 혹시 한국의 공용어냐고 물어오는 인도인이 있을 정도였으니. 어느새 나역시도 한국의 주입식 영어교육에 물들어 그저 하라는대로만 했던건 아니었을지. 인도의 아이들은 어떨까. 한국의 아이들이 학창시절 내내, 혹은 평생동안 영어와 씨름하며 골머리를 앓지만 영어가 공용어인 인도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마치 한글깨우치듯 영어를 배우는 걸까. 카주라호에서 우연찮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