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시간' 안에서 생을 살아간다. 시간은 그 시작과 끝을 특정할 수 없이 무한히 반복되는 자기 복제적 개념이다. 그럼에도 역사적으로 인류는 시각, 날짜, 계절과 같은 개념으로 시간을 한정하고 통제하며 이를 극복해왔다. 휴가, 여행, 출장, 학기, 방학 … 이처럼 고유한 이름이 붙은 ‘시간들’은 그래서 좀 더 특별하다. 우리가 어떤 시간들의 ‘처음’과 ‘마지막’에 자꾸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 또한 분명 그 때문일 게다. 오늘은 이번 출장의 마지막 날이다.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밤 열 시에 밀라노 말펜사 국제공항을 이륙할 예정이다. 아직 반나절도 더 남아있지만 공항철도까지 포함해 무려 세 번이나 환승을 해야만 갈 수 있는 먼 거리였다. 못해도 정오 전에는 도비아코를 떠나야만 했다. 나에게..
여행/'15 이탈리아출장
2020. 9. 8. 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