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3월, 나는 소장님 앞에 당당히 휴가 신청서를 내밀었다. 휴가일수 4일, 휴가사유는 무려 자전거 국토종주! 지난 아라뱃길 테스트 라이딩 이후 본격적인 여행 준비에 착수했다. 직장에 발이 묶인 몸이다보니 무엇보다도 전체 일정을 정하고 휴가부터 확정 짓는 것이 급선무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국토종주 코스는 약 600km 정도. 하루에 100~120km씩 무난하게 탄다고 치면 4박 5일이 적절해 보였다. 사람에 따라서는 2박 3일, 심지어 1박 2일만에 완주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바퀴가 작은 미니벨로의 주행력을 고려해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4박 5일 일정에 여분의 하루를 더하니 총 6일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주말을 끼고도 최소 4일의 휴가가 필요했다. 이제 겨우..
자전거는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교통수단이다. 발끝에 힘을 주어 페달을 한 바퀴 돌리면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만 앞으로 굴러가고,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슬슬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하면 바퀴도 덩달아 느리게 굴러간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끼리 흔히 우스갯소리로 사람을 엔진에 비유하곤 한다. 즉, 아무리 비싼 자전거를 탄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건 결국 페달을 돌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마치 자전거와 사람은 단순히 주인과 탈것의 관계가 아닌 함께 호흡을 맞추며 힘을 합하여 달리는 한 몸과 같은 존재라는 말처럼 들린다. 함께 호흡하고 교감할 수 있기에 먼 출퇴근길을 혼자 달려도 심심하지가 않다. 나는 이제 막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한 그야말로 초보 라이더다. 어쩐지 다리에 쥐가 나도록 페달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