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출장지에서의 한 끼 식사란 언제나 ‘주린 배를 채우는 수단’ 이상의 의미였다. 한 그릇의 음식은 낯선 도시를 탐험하는 체력의 원천이자,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위로가 되기도 하며, 새로운 정보와 문화를 습득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먼길을 떠나기 전, 일에 대한 설렘만큼이나 먹게 될 음식에 대한 기대감 또한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을게다. 지치지 않는 체력은 출장에서 최고의 덕목이다. 특히나 지난 밀라노에서 처럼 현장 업무가 수반되는 경우엔 더욱 그랬다. 예정에 없었던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필요한 건 의외로 빠른 판단력보다는 체력이었다. 그러니 출장 중에는 입맛이 없어도 삼시세끼 일부러 잘 챙겨 먹어야만 한다. 잘 먹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환경에 익숙해지면 일의 능률도..
전날 밤 눈물젖은 치맥을 먹고 찜질방으로 돌아와 바로 골아떨어졌다. 장산역 바로 앞 상가건물에 있는 찜질방이었는데 규모도 꽤 크고 시설도 좋아 편안하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다만 너무 피곤했는지 세명 모두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비몽사몽. 결국 열한시가 다 되어서야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어제만 해도 날씨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오늘은 아침나절부터 장대비가 내린다. 늦잠도 잔 마당에 오늘은 그냥 천천히 해운대나 한바퀴 돌아보고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우선 그전에 늦은 아침을 먹으러 이동! 장산역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으로 해운대까지 편하게 올 수 있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부산의 명물 밀면. 마침 해운대 근처에 유명한 밀면집이 있다고 해서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밀면전문점'이라고만 써있는 간판..
사무실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계속 펜을 굴려본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은 누구에게나 한번 쯤은 일탈을 꿈꾸게 만든다. 얼마 후, 인터넷을 기웃거려가며 가장 짜릿한, 하지만 오랜 여운을 남기는 일탈은 뭐가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살며시 펜을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어느새 모니터 앞에 바싹 다가가 앉아 비행기표를 찾아보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행은 그렇게 일탈을 꿈꾸며 시작된다. 인도를 여행하며 서양에서 온 한 여행자를 만난 적이 있다. 차림새만 봐도 오랜 여행의 연륜이 묻어나는 진짜배기 배낭여행자였다. 이번 여행도 벌써 1년째 계속되는 중이란다. 괜시리 주눅이 들어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왜 그렇게 오랬동안 여행을 하고 있냐고. 돌아온 그의 답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