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독일에는 2007년 유럽 배낭여행때 이후로 두 번째다. 그때 당시엔 뮌헨, 뉘른베르크, 로텐부르크 같은 남부 유럽을 중심으로 동서 방향으로 여행했는데, 이번엔 뒤셀도르프에서 베를린까지 남북으로 여행하게 되었다. 묘하게 엇갈린 루트지만 유일하게 겹치는 한 곳이 있으니 다름아닌 쾰른(Köln)이다. 엄밀히 말해서 2007년 당시에는 쾰른을 '여행'하지는 않았다. 체코로 넘어가는 야간기차가 잠시 들렀던 환승역 쯤으로 기억이 난다. 환승 시간이 좀 길었던 편이라 마음만 먹으면 역 근처를 돌아볼 수도 있었던것 같은데 그땐 그냥 얌전히 역에서 기다리다가 다음 기차로 갈아탔다. 그리고 바로 오늘, 5년만에 다시 쾰른을 찾았다. 뒤셀도르프 파울네 집에서 쾰른까지는 기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 그리 멀지 않은..
사라고사 바이크폴로 대회에서 잠시 빠져나와 에스빠냐 광장(Plaza España)로 향했다. 어느덧 시간은 점심시간이 가까워진 무렵. 미리 사라고사에 도착해있던 우린이와 형윤이를 만나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도 한 장 없이 처음 와보는 도시에서 길을 찾아가려니 막상 조금 겁이 났다. 하지만 사라고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작고 아담한 도시였다. 한 두어번 물어 방향을 잡자 금새 에스빠냐 광장에 도착했다. 에스빠냐 광장은 사라고사 구시가지 남쪽에서 가장 번화한 곳. 하지만 내가 찾아갔을땐 트램 공사때문에 거리가 상당히 복잡했다. Alberto와 Jose에게 나중에 들은 얘기를 종합해보면(정확히 어디까지 맞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래 사라고사에 있던 트램을 확장, 보수 ..
얼마전 친한 후배 한놈이 세계일주를 떠났다. 작년 초 나와함께 아프리카 여행을 했던 친군데 이번엔 무려 1년짜리 계획으로 지구 한바퀴를 돌겠다며 훌쩍 떠나버렸다. 그의 길고긴 여정의 출발은 당연히 인도다. 나의 강력한 추천과 조언에 힘입어 자신있게 델리행 티켓을 끊더라. 요새 간간히 페이스북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들으니 요새는 북부 라다크 지방을 돌고 있는것 같다. 또 다른 누님 한분도 내일이면 인도로 떠난다. 짧은 일정이지만 처음 가보는 인도라는 낮선 여행지에 걱정이 많으시길래 아는대로 최대한 조언을 해드렸다. 물론 나의 조언은 항상 이런식이다. '무조건 일단 떠나보세요! 그럼 다 알게 됩니다.' 그러고보면 내가 인도에 다녀온 이후로 참 많은 사람들이 인도 여행을 물어온다. 그 중에서도 제일 답하기 어려..
오늘은 여행자가 아닌 인도 오르차 아이들의 영어선생님으로서 수업을 하는 첫 날이다. 그간 대학생활을 하며 과외 아르바이트는 꾸준히 해왔었지만 이렇게 '선생님'이 되어 여러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는일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됐다. 반면 여행을 마치고 곧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할 누나는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착착 모든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오르차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수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며 전날 밤 늦게야 잠자리에 들었다. 나중에 아이들과 수업을 한 뒤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너무 딱딱하게 생각하고 수업을 준비했던것 같기도 하다. 우리 둘다 그렇게 고리타분한 사람들은 아니지만서도 어느새 한국식 수업에 너무나 익숙해져있었던게 아닐까. 파란 하늘아래 흙바닥 교실에서 진행되는 오르차에서의 영어수업..
인도 우타르 프레타쉬주에 위치한 작은 마을 오르차.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작은 기차역이 마을 어귀에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객은 근처 잔시에서 릭샤를 타고 들어와야 할 만큼 작고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다.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심심치 않게 한국인을 만날 수 있는 곳.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반적인 배낭여행 코스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매력이 있는 마을이다. 처음 오르차에 가기로 마음먹은건 델리나 우데뿌르, 아그라 같은 대도시에 질려서였다. 사람들은 득실거리고 릭샤 한번 타려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흥정을 해야하는 탓에 지칠대로 지쳐있었던것 같다. 반면 제썰메르나 푸쉬카르같은 작은 도시들의 여유로움은 같은 길을 몇 번씩 다시 걸어도 좋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