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마 섬진강 종주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내 낡은 자전거 종주수첩의 마지막 페이지는 벌써 4년도 전에 배알도 수변공원에서 찍은 도장 이후 내내 덮혀 있었다. 돌아오는 현충일 날 자전거를 타자고 먼저 청해온 것 Y였다. 그는 내 오랜 친구이자 벌써 국토의 절반 이상을 자전거로 함께 달린 여행 단짝이다. 서울 근교는 이제 질렸고, 차를 가지고 산악 코스를 찾아가기엔 살짝 부담이라 고민하던 찰나 잊고있던 오천 자전거길이 떠올랐다. 그날로 우린 고속버스 티켓을 예매했다. 출발 하기도 전부터 엉덩이가 들썩거려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괴강교에서 무심천교까지 65km, 오늘 우리가 달린 길이다


오천 자전거길은 충청북도 괴산에서 출발하여 다섯 개의 작은 천을 따라 증평, 청주를 거쳐 세종시에서 끝이 나는 약 100여 km의 길이다. 정식 종주루트라기 보다는 국토종주나 4대강종주 길을 조성하면서 곁다리로 만든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작은 천을 여럿 이어 만든 길이다보니 그 경치나 재미에서는 가히 본 종주길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이날 우리가 달린 거리는 약 65km로 전체 종주길에 절반이 조금 넘는 거리다. 이유인 즉슨, 지난 국토종주 때 이화령에 오르기 전 잠시 쉬어갔던 행촌교차로가  곧 오천 자전거길의 시점이요, 금강 종주 때 지나갔던 세종시의 합강공원이 종점인 까닭이다. 총 다섯 개의 인증센터 중 이미 두 곳을 지나쳤으니 이번엔 괴강교-백로공원-무심천교 세 곳만 통과하면 그걸로 종주 완료인 셈이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는 여정으로는 참으로 적절하고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버스 앞에서 나란히 포개놓은 두 대의 자전거, 출발하기 전 늘 찍는 의식같은 사진이다


 언제나 처럼 Y와 나는 아침 일찍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났다. 이제는 익숙하여 별다른 연락하지 않아도 알아서 준비를 척척 잘 해오는 우리 둘이다. 자전거를 싣고 출발한 버스는 약 두 시간을 달려 괴산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실은 오천자전거길의 시점인 행촌교차로 인증센터는 연풍읍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접근해야하는 탓에 찾아가는 교통편이 녹녹치가 않다고 했다. 반면 두 번째 인증센터이자 오늘 우리의 출발지인 괴강교는 괴산시에서 불과 10여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미리 국토종주를 마쳐놓은 덕분에 여러모로 오늘의 여정이 편안해진 감이 있다.


괴산 터미널은 아담하고 정감있는 규모다


개찰구라고 쓰인 글씨체와 묘하게 엉성한 자간, 벗겨지고 삐뚤빼뚤한 벽면의 페인트와 어우러지며 묘한 분위기로 우리를 맞이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서로의 근황을 묻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보니 금새 괴산에 도착했다. 걸린 시간은 정확하게 두 시간, 생각보다 더 가까운 곳이었다. 게다가 나의 어머니의 고향 또한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충북 진천이다. 어려서 방학마다 자주 내려갔던 외할머니 댁의 풍경, 사람들 얼굴, 음식 같은게 생각나며 나도 모르게 고향에 다시 온 것만 같은 푸근함마져 느꼈다. 서울에서 나고자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렇게나마 잠시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다.


 어느덧 시간은 점심 때를 향하고 있었다. 아담하고 소박한 터미널을 나오자 마자 우리가 미리 점 찍어둔 식당이 보였다.


올갱이 해장국, 7000원


기본 반찬만 여섯가지, 이것만 해도 밥 한 공기는 먹겠군


큼직하게 부풀려진 올갱이 건더기가 제법 포만감을 준다


 괴산이라는 곳에 처음와보는 우리로서는 식당 선택에 실패하지 않기 위헤 인터넷을 믿어보는 수 밖에 없었다. 괴산 맛집이라고 검색하면 어느 사이트에서든 제일 먼저 뜨는 곳이 바로 여기, 맛식당이었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이라는 만화에 나와 유명해진 올갱이 해장국집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작고 허름한 규모, 어딘가 후줄근해 보이지만 정감있는 풍채로 직접 서빙하시는 주인장, 그리고 이미 식사를 마친 사람들의 텅 비어있는 국그릇을 보니 제대로 찾아왔다 싶어 곧바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는 올갱이국 일반과 특 두 가지 뿐.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문 밖으로 사람들이 한 무더기 줄을 섰다. 한 오 분만 늦게 왔어도 한참 기다릴 뻔 했다.


 맛은 참 좋았다. 특징이 있다면 올갱이에 밀가루와 계란 푼 물을 묻혀 끓여낸다는 점인데, 올갱이만 먹는 것 보다 씹는 맛이 있어 괜찮았다. 그러고보니 지난 국토종주 때 행촌교차로를 지나던 날 아침 먹었던 것도 올갱이국이었던 기억이 나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이 식당 주변으로도 십여 개의 다른 올갱이 전문 식당들이 모여있다고 했다. 배고프고 못살던 시절에는 올갱이국이 고깃국을 대신하는 일종의 보양식이었다고 한다. 작은 올갱이를 조금이라도 크게 부풀려 주린 배를 채우려 했던 쓰린 기억들이 이어져 지금의 맛으로 승화된 것일까. 음식이라기 보단 지역의 역사를 한 그릇 배에 넣은것 같아 포만감이 더했다.


확실히 두 명이서 겨우 60km 타는 보급 치고는 많은 양이다, 우리도 안다


평화로운 둑방길로 오늘의 라이딩을 시작한다


너무나 평화로워 뛰어들고만 싶어졌던 풍경


 식사를 마치고 나와 편의점을 들러 간단하게 보급을 마쳤다. 오늘은 타야하는 거리가 그리 길지 않지만 먹고싶은걸 하나씩 담다 보니 어느새 헬멧이 가득 차 버렸다. 확실히 Y와 함께하는 라이딩은 빠지는 칼로리보다 찌는게 더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괴산 시외버스터미널을 오른편으로 끼고 강가로 나오면 쉽게 자전거길을 만날 수 있다. 강 폭은 그리 크기 않지만 길도 좋고 주변 풍경도 수려해 기분이 좋았다. 군데군데 꽃으로 만든 터널이나 아기자기한 소품들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간만에 나들이 나온 기분 제대로 나더라. 유유자적 강물 위를 거니는 오리배까지 만나고 나니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는걸 느낀다. 이럴때 마다 참 자전거 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4년 만에 다시 빨간 인증센터 부스 앞에 섰다


자, 도장을 찍기 전에는 심호흡을 가다듬고!


아... 생각보다 너무 긴장했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 우리의 여정의 출발지인 괴강교 인증센터를 만났다. 그간 국토종주며 4대강 종주를 하며 수도 없이 마주치고 들락거렸던 빨간 부스지만, 다시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간만에 찍는 도장이라 더 신경써서 꾹꾹 누르고 입김까지 불어가며 찍었는데 생각보다 잉크가 새것이었는지 번져버렸다. 실력이 녹슬었나보다.


 이제부터 우리는 다시 하류 방향으로 되돌아가 괴산 시내를 지나면서 부터 본격적인 라이딩을 하게 된다. 슬슬 몸이 달아오르는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도 많이 찍혀봐서 이제는 포즈가 프로선수 뺨치는구나


이런 시골길 옆에도 아파트는 여지없이 들어선다


굴곡없이 쭉 뻗은 한산한 도로, 은근한 오르막, 앞으로 보이는 큰 산... 이 모든 것이 곧 다가올 업힐을 예고하고 있었다


 오천 자전거길의 전반적인 인상은 그야말로 아기자기다. 작은 천이 좁아졌다, 넓어졌다를 반복하고 이내 다른 천으로 합류되며 공도를 달렸다가 다시 수풀 속을 내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머피의 법칙은 어디에나 있는 법. 지루할 틈이 없구만 하고 감탄하던 즈음해서 위 사진처럼 공도가 계속되는 구간이 시작됐다. 다섯개의 천 중 성황천에서 보강천으로 넘어가는 구간인데, 우린 별다른 지도 없이 표지판을 따라 달리다 보니 이 길이 언제쯤 끝날 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다행히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한적했지만 이상하게 애매한 오르막이 계속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의 고도표, 가운데 불쑥 솟아오른 곳이 바로 모래재다


이제 다 올라왔으니, 남은 일은 신나게 내려가는 것 뿐! 달려볼까?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이날 우리가 탄 전체 고도표인데 약 10km에서 22km 구간까지 오르막이 바로 위 사진의 공도 구간이다. 어쩐지 이화령을 목전에 앞두고 달렸던 길이 이처럼 야트막한 오르막이 계속됐던게 떠올라 불길한 예감이 들긴 했었다. 다행히 슬슬 짜증이 올라올 즈음 해서 오르막은 정상을 지나 이내 신나는 급내리막으로 이어지고 이후에는 비교적 평탄한 길로만 끝까지 계속된다.


 이 고개의 이름은 모래재. 고도는 200m가 조금 넘지만 따지고 보면 서울의 남산이랑 같은 셈이다. 전에 남산 팔각정에 가는 길은 참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있건만 그래도 여긴 그 보다는 훨씬 나았다. 오천 종주에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라면 우리 둘 모두 모래재를 넘자마자 3km 넘게 이어진 내리막이라고 입을 모아 말할 것이다. 올라오며 힘들었던 기억이 말 그대로 바람에 씻은 듯 잊혀질 정도로 상쾌하고 기분좋은 구간이었다.


사람이 쉴 땐 자전거도 같이 누워 쉰다


이 땅에 모든 작물이 건강하게 잘 자라길 비는 마음으로...


... 곡물로 만든 에너지바를 흡입하겠습니다


 내리막 이후 부터는 농촌 마을을 굽이굽이 살펴가는 작은 길들을 여럿 지났다. 자전거길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면 평생 인연조차 없었을 이런 작은 마을들을 지날때면 마음이 평안해지는 걸 느낀다. 이 마을에는 어떤 분들이 살고 계실까, 어떤 이야기와 역사가 있었을까... 잠시 지나치는 이방인의 자세로 조용조용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지나가려 애써본다.


 어느덧 주행거리도 30km에 가까워지고 슬슬 보급할 때가 다가오는데 적절한 장소가 보이질 않는다. 이 마을을 지나면 또다시 공도가 이어질까 싶어 마지막 논 앞에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6월의 햇살 아래 파릇파릇 돋아나는 푸른 논을 보며 망중한에 잠긴다. 달콤하고도 힘나는 행동식까지 함께하니 세상에 이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증평 시내에 위치한 백로공원 인증센터


두 번째 도장은 더 처참하게 실패... 아무래도 너무 오래 라이딩을 쉬었어


모름지기 백로공원에서는 이 정도 포즈는 취해줘야 예의가 아닐런지요


 오늘의 두 번째 인증센터인 백로공원에 도착했다. 벌써 라이딩의 중반 이상을 달린 셈이다. 증평시내 바로 옆이라 그런지 음수대도 있고 이런저런 시설이 제법 잘 되어있는 곳이다. 다섯개의 천 중 네 번째인 보강천에 해당하는 구간인데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오는길에 백로를 몇 마리 보았다. 과연 백로공원이란 이름이 잘 어울리는 곳이구나 깨달음을 얻고 경외심을 담아 백로 조형물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여기서 이렇게 사진 찍은 여행객들이 제법 있지 않을까 싶다.


그야말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구석이 참 많은 오천 자전거길이다


소들을 향해 음머 인사했더니, 음메 하고 대답해준다, 힘 내라는 뜻이지?


Y는(은) 청주에서 세렝게티를(을) 발견하고 놀랐다


지형, 수형, 소리.. 모든 것이 응고롱고로 분화구를 닮아있었다


 보강천은 중부고속도로 증평IC 부근에서 미호천과 이어지며 청주를 향해 계속 흐른다. 작은 마을을 몇 개 더 지나치며 소들과 인사하는데 열중하다 보니 어느새 주변 풍경이 바뀌어있었다. 확연하게 평탄해진 지형이 마치 세렝게티 응고롱고로 분화구를 너무도 닮아 깜짝 놀랐다. 아직 세렝게티를 여행해본 적이 없는 Y에게, 세렝게티는 꼭 저런 풍경에 사자와 기린, 얼룩말이 달리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을 곁들여줬다. 알고보니 이곳은 청주 국제공항 근방이었다. 좀전에 백로공원에서 이름 짓기에 감탄한 것 처럼, 이 곳 역시 공항이 들어오기에 반론에 여지가 없을 만큼 완벽한 지형이었다. 조금 더 달리자 공항에 관제탑까지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청주 시내에 제법 가까워졌다는 뜻일게다.


오늘의 라이딩을 기념하며, Y


그리고, 나


 우리는 매 번 라이딩 마다, 대표할 수 있는 한 장의 기념사진을 서로 찍어주는 버릇이 있다. 수다에 흠뻑 빠져 달리던 중 제법 구조미가 느껴지는 교량을 스쳐 지난것만 같아 다시 돌아와 카메라를 꺼냈다. 마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 등장하는 한강 다리아래 처럼 연속된 교각이 직선으로 뻗어있는 초현실적인 공간감이 배경으로 딱 좋아보였다. 벌써 50km 가까이 탔지만 아직 건재하다는걸 과시하는 것 마냥 자전거를 번쩍 들어 각자 포즈를 취했다. 이런 사진을 찍을 때면 내 MTB보다 못해도 5kg은 가벼울 Y의 카본로드 자전거가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자전거를 너무 높이 들어버린 탓인지 애초에 배경으로 생각했던 교각 아래의 모습은 생각보다 잘 드러나질 않았다. 그래도 마음에 들었다. 지금 이 사진은 내 카톡 프로필이기도 하다.


청주 시내가 가까워지며, 이런 꽃들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길 옆으로 무리지어 피어있는 꽃들은, 마치 우리를 응원하는 갤러리들 같아 힘이 난다


오늘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도장, 역시나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 오천 도장은 확실히 문제가 좀 있다!

 마지막 인증센터에서 무사 라이딩 종료를 기념하는 랑데부샷


 오랜만에 타는 것이라 초반에는 몸이 좀 찌뿌둥 했다. 한 30km 지나면서 부터 확실히 몸이 좀 풀린 느낌이었는데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세 번째 인증센터인 무심천교에 도착해버렸다. 이제 막 달아오르려던 참이었는데 제대로 타보기도 전에 끝나버려 아쉬운 정도였다. 실제 오천 자전거길은 여기서 한 20여 km를 더 가서 금강과 합류하는 합강공원에서 끝이 나지만, 우리는 갈 필요가 없기에 여기서 무심천을 타고 남쪽으로 가 청주 시내로 들어갈 계획이다. 청주 시외버스터미널이 서남쪽에 치우쳐 있는 까닭에 아직도 타야할 거리가 10km는 족히 남았지만 사실상 오천 종주는 완료된 셈이다. Y와 나는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격려를 전하고,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는 청주 시내로 향했다. 


이름, 분위기, 주차공간... 뭐 하나 모자랄 것 없었던 완벽한 식당


양념돼지갈비 300g에 단돈 만 원, 나 청주에 살까보다


2인분 먹고 2인분 더!


고기 맛을 보면 냉면 맛도 알 수 있다, 역시 우릴 실망시키지 않는 물냉면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이날의 저녁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Y가 일을 시작한 기념으로 나에게 한 턱 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동갑내기 고교동창인 우리는 서로 전공도 하는 일도 다르다. 다만 내가 일을 좀 빨리 시작한 까닭에 여행지에서 밥을 가끔 사곤 했는데 Y는 못내 그게 미안했던 모양이다. 맛있는걸 사주겠다며 원하는 메뉴를 골라보라는 Y의 말에 나는 '가든, 바깥에 앉아서 구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답했다. Y도 흔쾌히 오케이했다.

 

 청주 시내에 도착해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해 보았지만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분위기에 딱 맞는 식당은 찾을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다고 예보되었던 비가 다섯 시를 조금 넘기자마자 부터 쏟아지기 시작한다. 버스 터미널에 거의 다 와서도 적절한 식당을 찾지 못한 우리 앞에 '장군갈비'라는 이름의 고깃집이 나타났다. 네이밍으로 보나 겉으로 풍기는 분위기로 보나 무조건 맛있는 집이다. 이날 나는 배가 너무 불러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로 포식했다. 물론 고기도 맛있는 고기였지만 Y가 나에게 대접하는 그 마음이 고마워 두 배는 더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여기서 기다리면 집에갈 수 있는줄로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여기였다


이제서야 한시름 놓고 쉬고있는 Y, 그리고 두 자전거


비오는 청주 시내를 뒤로하고, 다시 따뜻한 가정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배불리 먹고나와 이제 서울로 가는 버스만 타면 되는데,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내가 예매한 표는 청주(센트럴)에서 19시 30분에 출발하는 표. 청주는 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버스터미널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있었는데, 나는 서울까지 직행으로 가는 버스니 당연히 고속버스터미널 일줄로만 생각하고 확인도 하지 않고 거기로 향했다. 탑승시간을 30여분 앞두고 도착해 화장실에서 세수도 하고 재정비도 하고 쉬고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 개찰구에 물어봤더니 아뿔싸, 여기가 아니다. 혹시라도 우리의 여정을 따라 청주에서 서울로 돌아오시는 분들은 꼭 알아두시라. 청주 센트럴 터미널은 고속이 아니라 '시외버스터미널'이다. 애초에 예매창에서 청주(고속)/청주(시외)로 표기하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어디서 '센트럴'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화물칸에 가지런히 실린 우리 둘 자전거와 기사님 자전거(늘 가지고 다니시는 모양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터미널을 옮겨와 무사히 버스를 탔고, 수고한 우리의 두 자전거도 나란히 화물칸에 자리를 잡았다. 청주를 출발한 버스는 괴산에 내려올 때 보다 훨씬 더 빨리 서울에 도착했고,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이제 국토완주 그랜드슬램까지 남은건 동해안 일주와 제주도 환상종주 단 두 코스다. 제주도야 10년 전에 이미 220km 한바퀴를 완주한 경험이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쉽게 다녀올 길이고, 동해안 일주가 좀 기다려진다. Y는 이번 가을에 가려고 연차도 안쓰고 모으고 있다며 벌써부터 기대가 가득해 보였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둘이서 그렇게 많은 길 위에서, 그렇게 많은 도시를 지나며,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건만 아직도 달려야 할 길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끝)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새 글이 올라올 때 마다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공유하기 링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