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닭 한 마리가 길게 울었다. 어슴푸레 밝아오던 새벽의 고요함도 덩달아 깨져버렸다. 다시 누워봐도 이미 잠은 저만치 달아나 버렸고 눈은 말똥하다. 별수 없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옆자리의 아내는 아직 곤히 잠들어있다. 에라 모르겠다. 작은 쪽지 한 장을 남겨놓고 겉옷을 주섬주섬 챙겨 밖으로 나섰다. '아침 식사 전까진 돌아오겠어요' 평소 여행지에서 좀처럼 일찍 일어나는 법이 없는 편이지만 아침산책이라는 걸 한번 해보기로 했다. 그래도 목적지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한 곳을 정했다. '생폴 드 모졸 수도원', 사람들에게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입원했던 '생 레미의 정신병원'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아내와 함께 정식으로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사전 답사 겸 미리..
불현듯 드니 빌 뇌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Arrival, 2016)'가 떠올랐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전 세계 도심 상공에서 묵묵부답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한 괴 비행체 '셸(Shell)' 말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영화에서 세로로 긴 비행체를 가로로 눕혀 놓았고 곤충의 다리같이 뻗어 나온 4개의 기둥이 달려 있다는 점뿐이었다. 상파울루 미술관(MASP, Museu de Arte de São Paulo)의 첫인상은 이처럼 지구인의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경하고 이상했다. 이탈리아 태생의 브라질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Lina Bo Bardi, 1914-1992)의 설계로 지난 1968년 완공된 이 미술관은 명실상부한 상파울루의 상징이다. 처음 이 건물에 대해 알게 된 건 정말이지 우연한 기회였다..